“논문, 명백한 표절”… 김영호 총장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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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명백한 표절”… 김영호 총장 ‘사면초가’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5.06.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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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전체 45%, 수준도 미달” 주장… 재검증·검찰 재수사로 비화 조짐

한국교통대학교 김영호 총장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총장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표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검찰 재수사 요청이 이뤄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연구 부정행위 검증 조사업체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최근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대 김영호 총장의 2009년 박사학위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고, 박사 수준의 논문이라고 하기에 수준 미달”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 황의원 센터장은 “김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은 총 36개의 피표절논문을 이용해 ‘텍스트표절’이 이뤄졌다”며 “논문 전체 111페이지 중에서 표절이 발견된 페이지가 50페이지로 백분율로 환산하면 45%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텍스트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때 원저자의 저작물에서 가져온 글(단어, 문장, 문단), 표, 그림, 그래프, 사진 등을 적절하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복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황 센터장은 “특히 이론구성부분 77페이지에서 표절이 발견된 페이지는 49페이지로 64%에 해당돼 표절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피표절문헌(논문) 리스트 대부분이 참고문헌에 적시돼 있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통계분석툴을 이용한 동일 분야 많은 석사논문들이 있고, 그런 점에서 석사논문과 차별화된 이론적 구성도 없고, 더구나 많은 석사논문들에서 표절했다는 점에서 박사논문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황 센터장은 부당저자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단정할 수 없지만 현 동아대 류은영 교수(당시 성균관대 강사)가 대필했다는 강한 의혹이 든다, 여기에 유민봉 전 청와대 수석의 논문 표절 의혹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론구성 64%, 심각한 표절”

센터는 이달 초 충주의 한 시민이 ‘표절근절 국민행동본부’에 김영호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판정 의뢰를 접수, 연구윤리 매뉴얼에 따라 3명(대학원생)의 인원이 동원돼 1주일 가량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황 센터장은 “예전에 ‘시시저널’에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라인에서 삭제됐다”며 “(논문이 표절로 판정된 만큼)다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전국적으로 문제삼을 것”이라고 했다.

2009년 8월 낸 김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조직구조가 직무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김 총장이 총장 선출과정에서 학교 측에 제출한 3편의 학술지 게재논문의 숙주논문으로 지목돼 왔다.

따라서 이번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표절 판정은 학술지 게재논문의 표절여부를 가리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센터장은 “현재 교육부의 학술논문 표절 기준에 따르면, 아무런 인용에 대한 표시 없이 6개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되면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물며 국립대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최근 소설가 신경숙은 한 단락 표절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2013년 초 설립됐으며, 그동안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서울대 조국 교수, 방송인 김미화, JTBC 손석희 보도부문사장 등 30여명의 논문을 검증한 뒤 표절 판정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은 재검증 논란 및 검찰 재수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미 교통대 A교수 등 4명이 이 대학 산학협력단에 김 총장의 연구물에 대한 ‘연구진실성(연구부정행위) 검증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며, B교수는 추가자료와 논문 검증위원회 교수 등을 증인으로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때문에 김 총장 논문표절 논란은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교통대 한 교수는 “김 총장의 논문을 살펴봤는데 이건 표절을 넘어 복사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피표절 대상이 석사학위 논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창피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제1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행정자치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을 거쳐 2008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1차관을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직후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있었고, 2010년 9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대한지적공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교통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 총장 “대응가치 못 느껴”

김 총장이 문제의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던 시점은 행정안전부 차관을 그만둔 지 3개월이 지난 2009년 4월이다.

박사학위 논문에 필요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수집했던 때와 논문을 제출했던 시점이 2009년 4월로 거의 일치한다.

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최초 제기한 시사저널은 그의 논문에 이렇게 쓰여 있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조직 구조와 조직성과 간의 관계에 대해 설정한 가설들을 경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설문지법을 이용했고, 조사 대상자는 현재 정부 조직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다. 실증연구를 위해 47개 정부 조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으며, 이는 2009년 3~4월까지 약 1개월에 걸쳐 실시됐다. 각 기관에 30부씩 총 1410부의 설문지 배포 후 1161부의 설문지가 회수돼 82.3%의 회수율을 보였다.’ 김 총장이 설문지 1161부를 회수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박사 논문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학계의 한 인사는 “데이터 수집과 거의 동시에 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연구방법 특성상 데이터 분석 이후 가설을 만들고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연구성과가 있으니 논문이 통과되지 않았겠냐”며 “남의 논문을 그렇게 평가절하 하는 것에 할 말이 없고,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답변했다. 또 “이번 일은 학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일부 구성원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전적으로 학교 내부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또 표절일 경우 총장 사퇴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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