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이제 그만'…태양·나무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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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이제 그만'…태양·나무로 대체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5.07.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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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최악의 빈촌 ‘귀씽’ 신재생에너지 통해 관광도시로 변신
독일 계획도시 ‘보봉’ 패시브하우스 등 에너지 소비 최소화에 초점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곧 인류가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채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마을 귀씽과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도심마을 보봉의 사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활용과 접근 방식을 들여다보았다.

▲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오른 오스트리아의 시골마을 귀씽은 사진 속 유럽재생에너지센터가 입주한 곳이기도 하다. 센터앞 상징물은 녹색물방울로 녹색(친환경) 기름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 부거란트주 남부의 작은 마을 귀씽(Güssing·인구 4800명)은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귀씽이 에너지 자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부분의 도시와는 다르게 경제적 어려움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가 1988년 도시의 경제력을 평가한 결과 귀씽은 가장 못사는 도시로 평가됐다. 인근 슈트램마을 대표 베르나르드 도이치 씨는 “귀씽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그 당시 4000명이 외지로 출·퇴근했다. 귀씽은 농업과 축산, 산림업이 주된 산업이다 보니 젊은이들이 떠나고 출산율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도시발전을 고민하던 귀씽은 밖으로 나가는 지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베르나르드 씨는 “한해 에너지 소비로만 3500만 유로(400억원)를 지출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이를 대체할 산림 등 자원이 있었는데 이를 활용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1990년 귀씽의회는 100% 에너지 자립을 선언했다”고 신재생에너지 도입과정을 설명했다.

 

전 세계 ‘귀씽’ 따라잡기 ‘열기’

 

오늘날 귀씽은 신재생에너지로 먹고 사는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량 수입해야 하는 석유에너지를 벗어나 지역 내 산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했다.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또한 단순한 에너지자립을 넘어 귀씽의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 관계자들이 귀씽을 찾고, 관광객도 예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유럽전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귀씽의 자립모델을 사갔다. 일본 대마도도 귀씽과 계약을 맺고 해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쓰레기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귀씽에는 연구소를 포함해 에너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기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하기가 무섭게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관에 취업된다. 그렇다보니 에너지 관련 일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의 유입되고, 귀씽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귀씽의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시설은 마을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자원을 이용한 지역난방시설이다. 1992년 1호 시설이 건설됐고, 현재는 35개 지역난방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에 성공했다. 곳곳에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에너지발전시설이 있고, 열병합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00년에 건설된 ‘귀씽바이오매스발전소’에서는 목재를 이용한 디젤과 가솔린 오일 생산 연구가 한창이다. 연구가 성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자동차연료로 상용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해당 연구에는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와 자동차생산업체인 르노와 볼보, 폭스바겐 등이 참여하고 있다.

▲ 귀씽바이오매스발전소. 목재를 이용해 가스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현재는 항공사·자동차업체 등과 목재 가솔린과 목재 디젤 연료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전거 천국, 장거리는 대중교통

귀씽이 산림자원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에너지자립마을이라면 독일 남부의 보봉마을(vauban)은 인위적인 노력으로 탄생시킨 에너지자립마을이다.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에 속한 보봉마을은 1990년대 조성됐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은 주민들은 정부에 이같은 제안을 했고, 당시 시정부를 운영하던 녹색당은 보호구역에 대해 엄격한 개발제한과 리젤펠트(Rieselfeld)라는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기로 약속해 지금의 보봉마을이 탄생했다.

5500명이 거주하는 보봉마을은 세계 최고수준의 환경주택단지다. 단지 내 모든 건물은 저에너지 건물로 대부분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을 충족한다. 주택은 물론 상가 등 마을 건물들은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조달한다. 마을 중심으로 7분에 한번 꼴로 트램이 지나가고, 그 주변으로 마을버스가 운행된다. 마을주민들의 주된 교통수단은 자전거이고, 먼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동차보유대수는 독일에서도 최저치인 10명당 1.7대 수준이다. 에너지 생산에 초점을 맞춘 마을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 최소화에 역점을 둔 마을이다.

 

▲ 자전거 천국, 프라이부르크는 자동차의 교통분담률이 낮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시정부는 ‘자동차보다 빠른 자전거’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속 도로는 자전거만을 위한 고가도로.

패시브하우스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건물을 칭하는 페시브하우스는 199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열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는 뜻에서 수동적(passiv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패시브하우스는 연간 난방 에너지가 건물 m²당 15KWh를 넘어서는 안 되고, 냉·난방과 온수, 전기기기 등 1차 에너지 소비량이 연간 m²당 120㎾h 미만이어야 한다.

단열재를 사용해 에너지의 흐름을 차단해 사실상 냉난방시설이 필요없는 건물을 말한다. 단열공사비 때문에 일반 주택보다 평당 건축비가 15% 정도 비싸지만 겨울철 난방비는 95% 이상, 여름철 냉방비는 5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며 일부 시정부는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빠른 보급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청라지구 내 한 노인회관이 독일 패시브협회로부터 최초로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 에너지 절약마을 보봉. 마을 한복판을 지나가는 트램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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