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월권논란, 20년 고질병 이번엔 고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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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월권논란, 20년 고질병 이번엔 고칠까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5.09.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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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일부 시의원, 항공촬영 사업자 선정 개입” 의혹 제기…시의회와 충돌
시의회 “압력 행사 아닌 부탁 … 지역경기 활성화 위한 정상적 의정활동” 반박

충주시 홍보용 항공영상 사업자 선정에 충주시의원들이 특정업체를 쓰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암암리에 집행부 사업에 입김을 불어넣던 일부 시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이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이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충주시는 최근 충주시의회에 보낸 ‘항공촬영업체 선정과정에서의 충주시의원 압력 의혹’에 대한 질의·답변서를 통해 일부 시의원들의 이권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시는 답변서에서 “지난해 12월 A의원이 홍보담당관(과장)을 만나 ‘연수동에서 헬리캠을 조립해 팔기도 하고 여러 시·군 사진을 많이 찍은 동생을 잘 안다. 지역업체가 선정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충주에는 항공촬영 업체가 3곳 밖에 없는데다 연수동에 있는 업체는 S사가 유일한 점으로 미뤄 A의원은 이 업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A의원에 이어 B의원도 홍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지역에 항공촬영을 하는 이가 있다”며 “지역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C의원 역시 홍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기술도 기술이지만 지역업체를 꼭 선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선정기준을 놓고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며, C의원은 “두고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홍보담당관은 진술했다.

C의원은 이례적으로 지난 6월 항공영상과 사진 촬영 추진상황 자료를 요구해 받아 보기까지 했다.

A의원은 이후 다시 진행상황을 물었고, 홍보담당관은 “해당 업체의 포트폴리오에 충주사진이 없을 뿐 아니라 촬영기술도 미흡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A의원은 “어떻게 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A의원과 C의원은 홍보담당관실과 관련된 총무위원회 소속이 아니라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위원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더 큰 의혹을 받고 있다.

시 “감시기능 악용 고리 끊어야”

이와 관련, 시 홍보담당관은 “시의원들의 행동으로 부담을 넘어 압력을 느꼈다”며 “의회의 감시 기능을 악용해서 부서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관행이었지만 이제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정면대응을 결심했다”며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간부 직원도 “일부 시의원들이 각종 사업자 선정에 개입하는 일은 종종 있어 왔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갑의 입장에 있는 시의원들은 가볍게 말할 수도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성토했다.

충주시공무원노조는 해당 시의원의 사과와 시의 외압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31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주시의회가 이번 외압공방을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벗어나 집행부 길들이기로 이어진다면 공무원노조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시의회는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의회에서 정한 윤리강령과 윤리실천 규범을 준수하며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정중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규명을 뒤로하고 해당 시의원의 이름을 밝히라고 하는 것은 다분한 의도가 엿보인다”며 “시는 공직자가 소신을 가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모니터링하고, 향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답변서에 언급된 의원들은 “정상적인 의정 활동 차원에서 지역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S업체, 담당 공무원 고소

시의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먼저 충주시의회 최용수 부의장은 공무원노조 기자회견 직후 의회를 대표해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의원들이 지역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상적인 의정활동으로, 외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 역시 ‘시의원 외압 관련 입장표명’이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항공촬영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충주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의원이 누구인지 실명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해당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A의원, B의원, C의원으로 거론한 것은 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의회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해당 의원의 실명이 공개돼야 의회 차원의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외압 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의 입장을 들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의회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는 A의원이 지칭한 S업체가 “담당 공무원이 부당하게 공무원 신분을 악용했다”며 충주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해당 직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시의회는 집행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고, 시는 최근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시의원의 개입 정황을 알렸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자치 20여 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지방의원들의 월권논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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