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 발생… 국가 전역 확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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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초 발생… 국가 전역 확산 ‘골머리’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5.11.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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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사유림… 산림당국 통제 어려워 사실상 관리 포기
대체수종 식재·피해목 제거 등 대부분 민간협회가 맡아

소나무 재선충병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4개국과 북미와 남미, 유럽 5개국 등 총 9개국에서만 발생했다. 해외 발생국가의 피해 상황 역시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포르투갈이 소나무 재선충병의 최초 발생 국가로 기록돼 있다. 1999년 포르투갈에서 감염목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은 이듬해인 2000년부터 곧바로 피해목 제거, 나무 주사 등의 방제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소나무 재선충병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현재도 대응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포루투갈 국경 지역 외에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소나무 재선충 피해목에 대한 벌목과 파쇄 작업은 민간에서 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소나무 재선충이 중국이나 미국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아시아를 거쳐 포르투갈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항구도시 세투발(setubal)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중국에서 들여온 목재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포르투갈은 재선충 발생 반경 3㎞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하면서 대응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2008년 이 지역에서 다시 발생했고, 아르가니·로우잔 지역에서도 새롭게 발생했다. 이때부터 소나무 재선충은 포르투갈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피해목 발생 시 산주가 제거

2010년 이후 포르투갈은 국가 플랜을 만들어 재선충에 대한 계획과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IMF에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재선충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신규 발생만 처리하고 나머지 지역을 포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EU에서 자금을 가져와 재선충 방제 및 피해 확산을 막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재선충이 전역으로 퍼진 이유에 산림의 99%가 사유림인 점을 들 수 있다. 개인 소유이다 보니 산림당국이 통제하기 어렵다. 또 피해목이 발생했을 경우 산주가 자비를 들여 제거(15일 이내, 이후 정부 개입)해야 하는 점도 재선충에 대한 관리소홀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 샘플 채취를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주는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수종으로 유칼리투스 나무를 심고 있다. 소나무 보다 빨리 자라고 종이 원료인 펄프로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상대적으로 재선충병에 잘 걸리지 않는 엄브렐라(우산 소나무) 소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재선충병으로 인해 포르투갈의 전반적인 자연경관이 바뀐 것이다.

엄브렐라 소나무는 나무 재질이 좋지 않아 땔감용도로 밖에 활용되지 못한다. 때문에 좋은 소나무 목재(가구용 등)는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형편이다. 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가 국가의 손실로 이어진 셈이다.

Edmundo Sousa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박사는 “시간과 돈이 없다보니 감염된 나무만 제거하고 나머지 지역은 포기하는 형편이다. 소나무 수입 금액도 현재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손실”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다보니 민간인으로 구성된 협회가 재선충 대응 전략에 나서고 있다.

실제 포르투갈 재선충 피해지(Coimbra)를 현장 탐방했을 때 포르투갈 산림협회(National Federation of Forest Owners Association)에서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 재선충 피해 상황을 설명하는 포루투갈 산림협회 관계자. 피해목을 파쇄해 매개충 유충을 죽이고 대체 수종을 심는 정도의 대응이 이루어진다.

Fernando Vale 산림협회(FNAPF) 담당관은 “2008년과 2010년 정부에서 직접 관여했지만 그 계획은 2013년 끝났다”며 “그러면서 우리와 임업협회 등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잡고 재선충병 억제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정부 계획이 끝나면서 카울(산림협회 등이 포함돼 있음)이라는 단체에서 EU자금을 받아 재선충병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곳도 보면 알지만 소나무 대체 수종으로 유칼리투스 나무를 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에서는 현장 취재를 한 날도 재선충병 나무에 대한 표시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피해목에 대한 벌목과 파쇄가 이뤄지고 있었다. 불로 태워 제거해야 하지만 위험성이 높아 3㎝ 미만으로 파쇄해 매개충 유충을 죽이는 것이다.

Vasco de Compos 산림협회장은 “정부는 재선충병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지 않게, 또 넘어오지 않게 관리를 한다. 또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지역 20㎞에 대해 직접 관여하는 것 말고는 민간에서 처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EU 자금 받지만 재선충 억제 역부족

포르투갈 아쑨싸웅 크리스타스 해양농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포르투갈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재선충병에 대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National Institution of Agrarian & Veterinarian Investigation)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농림부 산하 기관이다.

연구소는 2008년 피해목을 모두 제거했는데도 재선충병이 발생한 원인을 나무 수송(사람에 의한 감염)에서 찾고 있다.

때문에 관리적 제재수단으로 모든 목재에 대해 2014년부터 모두 그물(살충제 뿌림, 말라리아 죽이는 방법과 유사)을 씌워서 이동시키고 있다.

천적(기생벌)을 이용한 박멸, 나무주사 예방, 소나무 중에서 저항성 있는 개체를 연구하는 것도 연구소가 벌이는 대응 전략이다.

트랩 설치도 여러 종류로 연구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한국과 달리 트랩을 높은 곳에 설치한다는 점이다.

연구소 직원 Pedro Naves는 “현재 EU의 포르투갈 정부의 지시보다는 EU의 액션플랜을 따르고 있다. 포르투갈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하늘소가 한국과 똑같이 존재한다. 한국은 매개충이 나무 밑부터 가지까지 모두 분포하는데 반해 포르투갈은 가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째든 두 나라가 유사한 형태를 보여 한국 것도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나무-매개충-재선충 중 하나만 없어도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100m 이내 소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이후 100m는 철저히 조사한다”고 강조했다.

훈증 처리와 열처리도 한국에서 벌이는 방제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소 Luis Bonifacio 박사는 “EU에서 연간 2400만 유로가 보조금으로 지원되는데 재선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완전박멸을 꾀하는데 대책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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