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공(金孔)마님 이야기<제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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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공(金孔)마님 이야기<제77회>
  • 이상훈
  • 승인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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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징벌구신화일흔일곱번째
"하하하... 청송지에서 오신 어르신! 아무튼 반갑습니다. 제가 언제 한번 낚시질하러 청송지(靑松池)를 찾아가 뵙겠습니다.”

무대 위의 잘생긴 사내는 자기가 마치 청송지(靑松池)에 대한 숨은 내력을 잘 알고있기나 한 것처럼 이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뭐? 낚시질을 하러 청송지에 놀러오겠다구?’

큰오는 그의 말을 듣고나자 너무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뭐가 쏙 뽑혀진 채 칠성판에 누워 제사상 받아먹으러 오겠다고 그러지. 코피가 줄줄 터지고 끙끙 앓다가 간신히 살아나면 다행일테니.... 어, 어라? 으흠흠... 그러고보니 요 녀석! 우리 추랑 마님께서 아주 좋아하게 생겨먹었구만....’

키가 작은 큰오는 잘생긴 사내의 얼굴과 몸집을 위아래로 다시 한번 쭈욱 훑어보며 의미깊은 미소를 지어보았다.
잘생긴 사내는 고개를 다시 돌려 이번에는 금공측에서 나온 키가 큰 늙은이에게 물었다.

“저어,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 말이요? 난 금공(錦孔)댁에서 왔소이다.”

키가 큰 늙은이는 조금도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금공(錦孔)이요? 아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 비단 구멍이란 뜻 아니요? 금공(錦孔)!”

키가 큰 늙은이가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저는 그거 사람 이름인줄로 알았는데....”

잘생긴 사내가 다시 물었다.

“맞았소! 사람 이름이기도 하오.”

키 큰 늙은이 역시 그의 말에 미소를 살짝 머금으며 대답했다.

금공(錦孔)!
금공(錦孔)이란 이름을 가진 젊고 키 크고 예쁜 과부는 남들이 내버리다시피한 밭에다가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쳐가지고 아주 질좋은 비단을 짜내어 떼부자가 된 걸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반드시 비단만을 만들어 팔아 그토록 엄청난 부(富)를 축적한 것만은 아니었으니...
원래 미천하기 짝이 없는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난 그녀가 이 금공(錦孔)이란 과분하고도 특이한 이름자를 얻게 된 것은 부모의 신기한 태몽(胎夢) 꿈 덕택이었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
심한 빚독촉에 시달리던 그녀 부모는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어서 모든 걸 죄다 팽개치고 산속으로 몰래 숨어들어 갔더란다. 그런데 어느 동굴로 들어간 이들 부부는 동굴 안이 환해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쌓아놓은 비단 더미를 보고 입이 따악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우리 인간이 가져다 쌓아놓은 것 같지가 않기에 이 부부는 하늘이 자기들에게 내려준 선물이라 여기고,
신바람이 나서 동굴 밖으로 열심히 끄집어냈더란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 수록 동굴의 입구 크기가 점점 작아져서 나중에는 아예 사람 머리하나 조차도 들어갈 수 없게 되어져버리더란다.
부부는 그래도 이 정도나마 비단을 꺼내놓았으니 다행이다싶어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니, 이게 웬일!
이제까지 두 부부가 동굴 안에서 쉬지 않고 열심히 꺼내놓았던 비단은 온데간데 없이 물이 증발해 버리듯 아주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혹시 지금까지 이것이 꿈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러나 꿈이란 저 혼자서 꾸는 것이지 어떻게 부부가 동시에 똑같은 꿈을 꾸었다가 똑같이 깨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두 부부는 방금 전에 자기들이 비단을 꺼냈던 동굴을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 작아진 입구조차도 완전히 막혀있었다.
너무 크게 놀란 나머지 이 부부는 숨어들어갔던 산에서 당장 내려와 이런 꿈 같지도 않은 희한한 꿈 얘기를 이사람 저사람 붙들어가며 들려주었다.
하지만 너무나 황당한 이 얘기를 어느 누가 곧이곧대로 믿어주겠는가!
동네 사람들은 이들 부부의 얘기를 듣고 핀잔을 주고 무안을 주었지만 그러나 단 한사람,이 부부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었던 채권자 한사람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며칠 전,
어느 부부가 동굴에서 열심히 꺼내놓은 비단을 자기가 정신없이 자기 집에 갖다 놓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꿈속에서나마 비싼 비단을 서로 주고받았으니 이제 이 두 사람 사이의 채무 관계는 이상하게 정리가 된 셈이 되었다.
더이상 빚독촉에 시달리지 않게 된 이 부부는 그후 예쁜 딸아이를 하나 낳게 되었는데, 동네에 글좀 아는 사람이 부모가 꾸었다며 한참 떠벌리고 다녔던 꿈 얘기를 토대로 하여 '금공(錦孔)’이란 특이한 이름을 이 딸아이에게 지어주었다.
어쨌든 지독한 채무 독촉에서 벗어나게된 이 부부는 그후 열심히 일을 한 덕택에 생활이 점점 더 윤택해 졌고, 어린 금공은 차차 자라나면서 기가 막히게 예쁜 처녀로 변모해 나갔다.
그러나 옥(玉)에도 티가 있다듯이 그녀에게 결정적인 한가지 흠이 있다고 사람들이 수근거렸으니,
그것은 그녀가 자기 같은 또래들 보다도 머리통 하나 정도는 더 올려놓은 듯 키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아, 참 안됐어! 저렇게 예쁜 얼굴에 키만 조금 작았더라며 천하일색이란 말이 제대로 딱 어울릴터인데..."

"그러게 말야! 여자란 참새처럼 작고 앙증맞게 생겨야만 제격이거늘... 처녀 키가 원 저렇게 장대처럼 높으니 저걸 어디에다 써.... 쯧쯧쯧...."

동네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아끼는 물건에 흠집이라도 생겨진 양 혀를 끌끌 차대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런데 어느날,
키가 작고 뚱뚱한 웬 젊은이 하나가 그녀 집에 찾아왔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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