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구조개혁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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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구조개혁 현주소
  • 이형모 기자
  • 승인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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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 감축·유사학과 폐합 ‘알맹이’빠져

전국의 국립대학들이 통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해각서까지는 원만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찬반 투표에 들어가면 구성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어 통합작업이 기대처럼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은 특성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 및 운영시스템을 개선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구조개혁 방안은 2009년까지 전국 대학과 전문대 358개 중 87개 안팎을 통·폐합으로 없애고, 대입 정원을 9만5000명 정도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50개 국립대학을 2007년까지 35개로 통·폐합할 방침이며, 통합을 추진하는 2~3개 국립대에는 학교당 200억원씩 600억원을 향후 2~4년에 걸쳐 지원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정한 국립대 통합과 구조개혁 지원 시한이 지난달로 지났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디쳐 50개 대학 가운데 현재까지 8개 대학만 통합에 합의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통ㆍ폐합에 가장 근접한 곳은 부산대와 밀양대 등 3~4곳 정도에 불과하다. 충북대와 충남대, 창원대와 경상대, 군산대와 익산대, 경북대와 상주대 등의 통합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구조개혁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겉으로는 대학본부 위치나 단과대 배치, 권역 내 지역이기주의 등이 결정적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지와 능력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이 신뢰를 갖고 못하는 것도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중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립대 통폐합에서 충북은 명암이 엇갈렸다. 충북대가 충남대와 지난해 10월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통합을 추진해 왔지만 교수와 학생, 동문 등의 반대로 7개월만에 통합을 중단하는 진통을 겪었다.

통합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충북대는 최근 독자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2006학년도 입학정원을 올해 입학정원 대비 10% 줄이기로 했다. 또 내년에 이어 오는 2009년까지 추가로 정원을 5% 줄여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정원을 15% 감축키로 확정 발표했다.

반면 충주대와 청주과학대는 4개 단과대, 6개 학부, 22개 학과를 두고 신입생 입학정원을 1970여명으로 하는 통합 대학 운영에 전격 합의해 올해 첫 대학통합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양 대학의 통합안은 충주대는 현재 입학 정원의 12%, 청주과학대는 현 정원의 60%를 줄이는 형태로 몸집을 줄이고, 충주캠퍼스는 충북 전략산업인 환경·정보·나노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증평캠퍼스는 보건복지 전문 캠퍼스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앞으로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 감축 대상인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통합대학까지는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립대학이 통·폐합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내 사립대학들은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다. 대학간 통합은 어렵다고 보고 국립대학의 통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에 따라 구조개혁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도 심했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지난 5월까지 큰 잡음없이 구조개혁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들 사립대학의 구조개혁을 보면 입학정원 감축이나 조정, 학과 명칭변경 및 신설, 야간학과를 없애는 수준이다. 그나마 입학정원 감축도 소수에 불과하고 유사 학과 폐합도 없어 정부가 요구하는 고강도 구조개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생색내기용 구조개혁이라는 비난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사립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축이나 유사 학과 폐합에 미온적인 것은 학생수가 줄어들면 대학 재정에 당장 영향을 받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또 한번 줄어든 정원은 다시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도내 사립대의 구조개혁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특히 신입생 모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학정원 감축이나 유사학과 폐합등의 알맹이는 모두 빠졌다.

청주대는 내년도 입학정원을 올해보다 69명 감소한 3066명으로 하는 구조개혁안을 지난 5월 확정했다. 학부를 나누고 학과 명칭도 일부 바꿨다. 또한 올해까지 남아 있던 2개 야간학부를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

대학측은 당초 전공폐과 규정에 따른 구조개혁안을 만들었지만 일부 단과대 교수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다 폐과는 학과별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대 관계자는 “통폐합되는 학과의 교수들은 신분에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어 일부 단과대에서 반발이 심했던 걸로 안다. 그래서 폐과에 근접한 학과는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원대는 녹차 등을 연구하는 차학과, 바이오 산업학과 등 신입생 모집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4개 과를 새로 만들었으며 영상극작과를 영상미디어학과로 개편하고 정원 3명을 줄였다.

서원대 관계자는 “이번 학과 신설 등 구조조정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신입생 모집에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 세명대도 지난 5월 정보통신, 웹비즈니스 등 IT 분야 학과 2~3개를 통합하고 입학정원을 20명 줄이는 구조개혁을 확정했다. IT관련 7개 학과를 2개학부, 단일 전공으로 통폐합하고 정원 140명을 줄여 4개과를 신설하는 구조 개혁안을 확정했다.

세명대 관계자는 “2004학년도까지는 신입생을 100% 모집했지만 올해는 다소 미달되는 과가 발생해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영동대 역시 입학정원을 줄이거나 유사학과 폐합 없이 일부 학과의 명칭을 변경하고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정원을 조정한 것이 전부다.
영동대 관계자는 “신입생 정원에는 변화가 없고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정원을 조정하고 명칭을 변경한 구조조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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