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시장 공약사항 이행”요구에 청주시 “형평의 원칙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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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시장 공약사항 이행”요구에 청주시 “형평의 원칙 어긋난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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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 교육도시인 청주시에서 아동문제 해결하라 주장
청주시, “정부가 할 일이다” 조례 제정에 난색 표해

청주시에는 1만5천여명의 맞벌이 자녀 및 5천명에 이르는 결식아동·빈곤가정 아이들이 있는데 이중 많은 숫자가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방치되고 있다. 가정 형편이 나은 어린이들은 학원으로, 그렇지 못한 어린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혼자서 놀거나 탈선과 비행 가능성이 많은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복지관 등의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 ‘청주시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발대식을 갖고 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펴왔다. 이들이 조례 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공부가 끝난 후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 문제는 이제 한 가정을 넘어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영유아 보육시설이나 복지관, 공부방 등이 있기는 하지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므로 조례를 제정해 여성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아동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문제에 발벗고 나서온 충북여성민우회는 “지난해 나기정 시장에게 조례 제정을 요구했으나 잘 안됐다. 그러던 차에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제시하게 됐는데, 마침 한대수 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예산이 없다고 청주시에서 어렵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례 제정에 대해 청주시와 시민연대 의견 못봐

실제 청주시 담당 과장은 “시에서 아동만을 위한 조례를 만들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 노인, 장애인, 유아 등을 위한 대책을 모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유아나 아동보육에 관한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자치단체에서 먼저 조례를 제정하기는 부담스럽고 정부에서 지원하면 좋을 것 같다. 서울과 전주시에서도 이런 조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조례만 있지 지원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한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공부방 예산을 늘려 지원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청주시에서는 시가 앞장 서 조례를 만들기보다 정부가 법을 제정하면 그 법에 따른다는 것인데 시민연대에서 주장하는 것은 조례 제정이다. 충북여성민우회 변지숙 대표는 “조례를 만들면 그에 따른 경비를 시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돼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조례 제정은 성격상 교육도시인 청주가 앞장서야 한다. 더욱이 지방자치 시대에는 정부에서 내려오는 법 보다 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조례가 더 절실할 수 있고,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이번 기회에 청주시가 지방자치 모델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한편 시민연대와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우선 대상 아동 규모를 3000명으로 잡고 현재 운영중인 곳 15개소 외에 35개소를 마련해 50개소를 운영하는데 총 15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한 번에 하기는 어려우므로 단계별 연차 계획을 세운 뒤 매년 규모를 늘려나가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주시에서는 시민연대 측과 만나 협의할 뜻은 가지고 있지만, 조례 제정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연대에서는 이것이 한시장의 공약에 명시돼 있음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청주남부교회 공부방
방과 후 방치된 아이들 끌어안는 따뜻한 손
비인가시설로 교회와 강진국 목사가 사비로 운영

청주남부교회 강진국 목사는 지난 2000년 1월 어린이 공부방을 열었다. 공부방이라야 교회내 건물 10평 남짓에 책장과 책상, 기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집기를 들여놓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해 교회 근처인 수곡2동 아이들에게는 ‘단골 쉼터’가 생겼다. 오창 중신교회를 이끌어오다 충주를 거쳐 청주에 교회 문을 연 강 목사는 수곡 2동에 영세민 가정이 많다는 것을 알고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공부방을 만들었다는 것.
“인근 아이들 22명이 학교 공부가 끝나면 와서 숙제도 하고 책도 읽는다. 우리는 특히 책속에 길이 있다고 독서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이 사랑과 관심을 받고 안정돼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또 산만해서 단 몇 분도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훈련을 통해 책을 읽기도 한다.” 강 목사 말이다.
이 곳에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가정 자녀들이 많고 집안형편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 순례를 할 때 이들은 돌봐줄 부모도 없고, 학원에 갈 형편도 안돼 그동안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방치돼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공부방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교회 사정상 이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목사는 말했다.

공부방 운영하는데 재정난 심각

이런 비인가시설을 이끌어가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재정난이다. 날마다 아이들에게 주는 저녁식사는 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지만 나머지는 교회에서 부담하거나 강 목사 사비를 들여야 하는 형편이다. 자원봉사자 한 명이 매주 목요일에 아이들 독서지도를 해 주는 것 외에는 이 교회 배정환 전도사가 공부방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공공근로자라는 이름의 ‘공식적인’ 일손들이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배 전도사 혼자 담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강 목사는 할 말이 많다. “공부방에서 저녁을 먹고, 남은 음식을 가져가서 다음 날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는 아이가 있을 만큼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도움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더 많은 복지혜택을 주고 싶지만 우리 교회도 개척한지 4년밖에 안돼 자체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만일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같은 것이 제정된다고 하면 수급의 질이 높아져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 목사는 오창 중신교회 목사로 활동할 때도 농촌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농번기에는 계절탁아를 열어 어린이 교육에 힘써왔다. 자치단체나 정부 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 공부방을 이끌어가는 그는 춥고 배고픈 아이들의 부모이자 선생님이다.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는 여름방학에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어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캠프’를 열어 전남 신안에서 갯벌탐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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