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이 아직도 희망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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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예술이 아직도 희망인 이유
  • 충청리뷰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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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지역예술계는 눈에띄는 ‘사건’이 없었다. 외부적으로 월드컵,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같은 대형사건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고, 대체적으로 평이하게
흘러갔다는 평이다. 다만 충북지역 예술단체와 개인이 전국경연대회에서 5개부문을 수상,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역예술은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다. 꾸준히 창작열을 불태우는 예술가들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리뷰는 2002년을 특별한 해로 기억할만할 예술가들을 만났다.

청주대 회화과 김재관 교수
“ 나이는 단지 숫자일뿐이야”

전국에서 대형전시 잇따라 오픈
내년엔 외국진출 계획도

김재관(57)교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열정’일 듯 싶다. 지역미술계의 어른으로 작가들의 개인전 오픈식날을 빠짐없이 챙기고, 지치지 않는 창작열로 올 한해만도 서울, 부산에서 대형전시를 잇따라 치뤄냈다.
올 여름 전국 70개 화랑과 외국 30개 화랑이 참여한 대형빅쇼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호평을 받은 김교수는 10월 서울 가모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현재는 12월 17일부터 1월 15일까지 엄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준비에 한창이다. 이 전시는 1980년대부터 2002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평면회화에 대한 탐구에서 입체회화의 시도, 그리고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해석하고 해체·통합하는 과정들이 나열된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모든 세계는 기하학으로 구성되어있고, 나는 기하학적 필터를 끼고 대상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교수는 80년대 지역에서 현대미술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86년에 만들어져 90년대 말까지 활동한 에스팩트가 그 산물. 이를 통해 역량있는 청년작가들을 배출했으며, 2000년부터 후기에스팩트격이 ‘파카’를 결성한다. 파카는 매년 전시테마를 정하고 작가를 선정, 살아있는 전시를 꾸린다.
“나무를 보면 한 30년은 돼야 열매도 열고 시원한 그늘도 만든다. 이제 10여년을 넘긴 지역의 현대미술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뿌리를 내렸다.” 김교수에게 지역과 현대미술은 뗄레야 뗄수 없는 과제처럼 보인다.
내년에는 서울의 화랑에서 초대일정이 잡혔고 앞으로 서울을 베이스캠프 삼아 세계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예술공장 ‘두레’
“이틀에 한번 꼴로 전국으로 공연떠났다”
예술공장 ‘두레’ 올 한해100회 공연펼쳐

예술공장 ‘두레’의 올 1년 생산라인은 정말 분주히 돌아갔다.
1년에 100회 공연을 펼쳤으니 일수로 따지면 이틀에 두번꼴로 전국팔도를 누빈셈이다.
전통예술을 추구하는 창작공연집단인 ‘두레’는 3년전쯤 민족춤패 ‘너울’과 놀이패 ‘열림터’가 만나 결성됐다. 현재 단원들은 30여명, 전임단원 1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유순웅 대표(40)는 “춤을 추는 사람은 몸으로만 보여주려 했고, 연기를 하는 사람은 말로만 전달하려고 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시 만났다”고 설명했다.
매년 1~2회 신작을 선보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 창작물은 무려 5편에 이른다. 농촌문제를 다룬 ‘농자천하지대봉’, 마당극 ‘정지용’, ‘임꺽정’, ‘노근리 비가’, ‘철책선 넘어’ 등이다. 또 12월 28일에는 정기공연도 계획되어 있다.
두레만의 독특한 색깔은 고급문화가 아닌 민중문화를 추구하는 것. 이들은 직접 대본, 연기, 연출까지 맡아가며 일명 ‘두레표 연극’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연극은 늘 사회성이 짙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건드리고 같이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창작물들이 교육, 농촌, 통일, 환경문제를 다룬 것들이었고, 앞으로도 이들의 방향은 굳건해 보인다. 유대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 또한 내년에 현 광암리 작업실내에 소규모 실내소극장을 만들어 주말을 이용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단 청사 전국연극제 은상 수상
“충북연극, 아직 살아있어요”

극단청사 문길곤(40)대표는 올해 아주 값진 상을 받았다.
극단 청사가 처음으로 지역대표로 선정돼 전주에서 열렸던 전국연극제에 출연했고, 또한 김태수 작 이창구 연출의 ‘해가지면 달이뜨고’로 은상과 상금 5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문 대표가 이 상에 의의를 두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청사의 공연은 대회의 마지막날 마지막 공연이었다. 23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호흡하며 휘날레를 장식했고, 그러기에 내심 더 좋은 상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처음 출연한 극단에게 큰 상이 주어지면 자만의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오히려 작은 상을 받은 것이 더 큰 공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올 한해 극단청사의 공연열기는 뜨거웠다. 문대표는 “봄에 열렸던 정기공연 ‘트루웨스트’가 근래에 보기 드믄 천8백여명의 관객이 들었고, 또 개인적으로는 7년전부터 꼭 올리고 싶었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극단을 꾸린지도 10년이 돼가지만 연극대표보다는 배우로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하는 문대표는 앞으로 극단 내 소규모 공연장이라도 만들어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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