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간지 시장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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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일간지 시장 ‘지각변동 오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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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복간 움직임, 통합 아니면 ‘공멸’ 우려

‘종이신문’ 발행이 사양산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실시간’이 아니면 뉴스가 아니고, 잉크가 덜 마른 신문도 순식간에 구문(舊聞)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위기는 오히려 일부 강자들에게 독과점의 기회를 제공했고, 우리나라의 신문 독과점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른바 조·중·동의 점유율이 70%를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구조가 열악한 지역신문은 ‘생존’이라는 화두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보다는 회사의 수익을 앞세우게 되고, 제작여건도 신문품질의 완성도를 따지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문제는 지역신문의 위기가 지역사회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부패에 대해 소금역할을 해야할 지역신문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오염을 부추기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신문시장을 진단해 봤다. / 편집자


지금 충북에선 지역신문의 근황이 뉴스다. 일부 신문들끼리 통합의 길을 모색했다는 얘기가 떠도는가 하면, 모 신문은 경영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다른 신문은 구조조정으로 회사 내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청산절차로 인해 2004년 10월15일부터 발행이 중단됐던 충청일보가 2005년 10월, 등록취소를 모면하기 위한 차원에서 몇 차례 속간호를 낸 뒤, 본격적으로 복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화제거리다.

충청일보의 복간은 2005년 6월 충청일보 제호 및 시설에 대한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3억원)까지 지불했던 G7소프트와 제호다툼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어 발행중지 가처분신청 등 후속 법정공방을 불러올 전망이다.

지역의 여론은 별반 차이가 없는 지역신문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인정하지만 신문의 난립은 결국 제 살 깎기식의 과열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미치기 때문이다.

   
▲ 지역일간지가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한때 거론되던 통합론이 무산된 상황에서 시장원리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니면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통합설 ‘잠잠’, 사실은 불가능?
한때 호사가들의 입과 입을 오갔던 일부 지역일간지 사이의 통합설은 현재 완전히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언론가에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니 사실상 재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통합설의 내막은 정년퇴임을 앞둔 지역의 방송사 간부가 자신이 유치한 자본을 중심으로 지역 내 2~3개 신문사를 통합해 새로운 일간지를 창간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대상 언론사는 물론이고 통합에 참여할 주요 인사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지만 경영진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다시 백지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이 그 스토리다.

사실 지역일간지 간 통합설은 그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당위 차원에서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IMF 금융위기 이후로 지역신문 시장이 피폐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신문종사들 스스로 경영난과 저임금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통합을 통한 강자의 등장은 약자의 퇴장이라는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추락한 지역신문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세울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회의적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경영진들의 사심없는 용퇴가 전제돼야 하는데, 충북지역의 경우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중견언론인 A씨는 이에 대해 “언론관이 결여된 사주들이 있는 한 통합은 요원하다”며 “더욱이 자산 대 자산이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일반 기업들의 통합과 달리, 지역신문의 통합은 인적 통합만 이뤄져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빚에 시달리는 지역신문끼리 합쳐봤자 오히려 빚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A씨는 또 “이제까지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인적 통합에서 밀려난 경영진과 기자들이 제2, 제3의 신문을 만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통합론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충청일보, 건물 임대·인터넷 복간
통합론이 잠잠해지면서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지만 충청일보 복간이 지역언론계의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충청일보의 복간은 2004년 10월 발행 중단 이후 지난해 10월 충청인터미디어(대표이사 임재업)에 의해 등록취소를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 속간이 이뤄진지 1년만에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 복간의 주체는 역시 충청인터미디어와 임재업 전 편집국장이다.

충청인터미디어는 최근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93-1번지 구 청주세무서 건물 3층 15평을 오는 9월1일부터 2007년 6월까지를 기간으로 임대계약하고 9월중 복간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8월초부터 새충청일보의 인터넷 제휴회사였던 충청닷컴 대표 Q씨와 손을 잡고 디지털 충청일보(www.ccilbo.co.kr)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충청일보는 한동안 새충청일보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하고 Q씨의 배우자인 S씨의 명의로 기사를 올리다가 8월22일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복간에 따른 인력채용도 디지털 충청일보 팝업 광고를 통해 이뤄졌다. 충청일보의 인적구성은 구 충청일보 노조에 참여하지 않았던 P기자를 주축으로, 현재 기자 선발이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전 국장은 “상당수 경력기자들이 채용에 응해 선발을 마쳤으며, 조만간 합격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제호다툼, 임금체불 시비 불 보 듯
어찌 됐든 충청일보 복간은 구 충청일보 청산인과 ‘제호 및 시설 등에 대한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던 G7소프트가 제기한 제호다툼 소송을 비롯해 구 노조원들의 임금체불 관련 쟁송 등 법적공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청일보 제호는 2005년 6월23일 구 충청일보의 법인청산을 맡았던 황병일 변호사가 G7소프트(회장 이규택)와 제호 및 시설 등에 대한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3억원을 주고받은 상태에서 다시 임재업 전 편집국장, 조충 전 전무(후일 사임) 등 충청일보 전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충청인터미디어로 이관됐다.

당시 충청인터미디어는 이중계약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호 이관에 대해 “개정 신문법이 ‘법인을 달리한 제호 이관을 허용치 않음’에 따라 충청일보라는 제호를 살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인을 설립했으며, G7소프트 측에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잔금 12억원을 치를 것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G7소프트는 이에 대해 명백한 계약 위반임을 주장하며 계약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적인 공방이 진행중인 상태다. G7소프트 이규택 회장은 “청산인 측이 사옥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 등 계약서 상에 명시된 실사에 응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거래가 무산됐고, 2005년 9월22일 잔금을 치르려할 때도 무조건 입금만 요구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규택 회장은 또 “현재 청산인 측에서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며 계약의 무효화를 바라고 있지만 나는 계약내용이 이행돼 계획대로 신문을 발행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상황이 변화된 만큼 실사를 통해 금액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1년여를 끌면서 제호가치가 하락했고, 당초 제호와 함께 넘겨주기로 했던 지사망, 영업조직 등도 완전히 와해된 만큼 약속했던 15억원을 다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계약금액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해준다면 실사 없이 잔금을 지급하겠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나는 몸 달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충청일보의 복간은 청산결의와 해고로 일터를 잃은 노조원들이 새충청일보를 창간한 상황에서 사회적 정통성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 구 노조원들에 대한 임금체불(퇴직금 포함)과 관련한 각종 쟁송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노조 출신 B기자는 “이번 복간으로 법인청산이 결국 위장폐업이었음이 다시 확인됐다”며 “체불임금에 대한 채무승계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이끌 절대강자 등장하나
충청일보가 계획대로 복간과 함께 지역신문시장에 안착할 경우 충북의 일간지는 대전에 근거지를 둔 충청투데이를 포함해 모두 7개로 늘어난다. 이는 자칫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수준으로, 지역언론 종사자들이 먼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상생을 위한 통합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이 안된다면 절대강자가 등장해 시장논리에 따라 신문시장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충북의 지역신문시장은 ‘도토리 키재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그만그만한 수준이다. 최저 임금 이하의 인건비를 정상화할 경우 공히 존립기반이 붕괴될 정도다. 광고수주액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월 1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으며, 최근 경영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모 신문사의 경우에는 8월 광고총액이 400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부수도 상황이 녹녹치 않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중부매일과 충북일보의 경우 신문·잡지 발행 부수 감사기구인 ABC의 발표를 기준으로 공히 6200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도내 일간지들의 연 매출총액은 사업소득을 제외하고 10~20억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자산이 70억원이 넘어 금융감독원에 전자공시를 한 일정 규모 이상 지역일간지들(총 14개사)은 매출액 등에서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부산일보의 매출액은 808억원, 매일신문(대구) 417억원, 국제신문(부산) 338억원, 전남일보 157억원, 제주일보 132억원 등이다. 이들 14개사의 평균 연매출액은 182억원으로 도내 일간지들과 10배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견언론인 A씨는 이에 대해 “중앙이나 지역이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차별성 없는 신문을 만들던 시대는 지났고, 결국 마니아층을 확보하지 못한 신문은 도태돼야 한다”며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절대강자가 등장하는 것만이 지역신문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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