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기는, 돌고 돌고 돌고…
상태바
윤전기는, 돌고 돌고 돌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에는 창간 요건, 지금은 ‘돈 먹는 하마’
동양일보-각종 외주 간행물 인쇄 ‘재미 쏠쏠’
중부매일-5년 기한으로 대인프린테크에 위탁


과거 정간법, 즉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은 신문사 창간을 까다롭게 통제했다. 신문사의 창간을 통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제한하기 위해 일간지 창간의 경우 각종 시설물의 구비 여부를 따졌던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자체 윤전기 보유 여부였다. 따라서 최소한 수십억원에 이르는 자본금 없이 신문 창간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지금은 정간법이 신문법으로 개정되면서 신문을 인쇄할 윤전업체와 체결한 계약서만 있어도 신문을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도내 일간지들도 동양일보를 제외하고는 자체 윤전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윤전기를 구입·설치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지만 이를 운영하는데 따른 재료비, 인건비, 보수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전기를 처음부터 보유하지 않거나 매각 등으로 처분한 신문사들이 늘어나면서 윤전실 운영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동양일보, 강원·경기도 물량도 인쇄

동양일보의 경우 2005년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이 선고됐으나 이에앞서 제호 및 인력, 시설 등을 ‘채권 상계처리’라는 방법으로 별도 법인 CNM에 넘겨 신문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법인 (주)동양일보는 140억원에 이르는 채권과 함께 자폭해버린 셈이다.

지금은 도내 신문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한 자체 윤전기를 이용해 각종 외주 간행물을 인쇄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동양일보 관계자 E씨는 “윤전시설을 갖추려면 아무리 못들어도 10~20억원의 예산이 들고, 인쇄 기술자들의 경우 월급이 며칠만 밀려도 일손을 놓는 등 각별한 대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문사들이 새롭게 윤전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우리 신문의 경우 외주 간행물 인쇄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양일보는 현재 새충청일보, 한빛일보 등 경쟁 일간지를 비롯해 주간지 충북뉴스, 월 5만부 규모의 도정소식지, 강원·경기지역의 상당수 생활정보신문의 인쇄를 대행하고 있다.

한빛일보는 청원군 내수읍에 자체 윤전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화재로 훼손됨에 따라 자동 처분된 상태에서 동양일보를 이용하고 있다. E씨는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1년 전부터는 월급을 지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경영 조건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중부매일, 자체 윤전기 빌려준 사연은…
자체 윤전기를 운영하는데 따른 경영적인 부담은 자체 윤전기를 다른 업체에게 맡겨서 관리하고 있는 중부매일의 사례에서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부매일은 지난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윤전기를 경기도 안성지역에 있는 윤전 전문업체 ‘대인프린테크’에게 맡겼다.

위탁 관리에 따른 조건은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되 이 윤전기를 운영하는데 따른 일체의 수익 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에 대인프린테크는 윤전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5년 뒤 반환 시에도 개선된 기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부대 조건이다. 물론 중부매일은 자기 윤전기를 이용하더라도 일정한 인쇄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대인프린테크 관계자는 “인건비, 보수비, 종이값, 잉크값 등을 고려할 때 자체 운영하는 것 보다 위탁 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위탁관리를 맡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부매일은 윤전기를 위탁 관리하는 상태에서 월 16만2000부에 달하는 청주시민신문의 인쇄를 청주시로부터 낙찰받아 인쇄하고 있다. 도정소식지와 시민신문은 지난해까지 윤전기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도내 일간지들이 교대로 인쇄 물량을 배정받아 왔으나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방계약법에 따라 올해는 각각 동양일보와 중부매일에 낙찰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