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가리’를 통해 소시민들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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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가리’를 통해 소시민들 위로하고 싶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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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작가 이해광씨 청주에서 첫 전시회
올 3월 청주대 애니메이션과 전임교수로 임용돼
   
▲ 투가리의 작가 이해광씨.
‘어여~~투가리 청주에 온겨?’.
‘투가리’의 작가 이해광(44)씨가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우암갤러리에서 카툰 전시회를 열었다.

이씨는 올 3월 청주대학교 애니메이션 전임교수로 임용돼 강의를 맡았다. ‘어여~투가리 청주에 온겨?’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청주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리는 문구와도 같다.

‘투가리’는 91년부터 2001년도까지 꼬박 10년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일간스포츠에 연재됐던 인기 만화의 캐릭터다. 원래 투가리는 뚝배기를 의미하는 남도지방의 사투리.

이씨는 “캐릭터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떠꺼머리를 제치고 투가리가 탄생됐죠”라고 말했다.

투가리는 그에게 4컷 만화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당시 일간스포츠 공모를 통해 당선된 이씨는 연재된 후 많은 팬을 얻었다. 또한 헤아릴수 없이 많은 신문과 사보에 연재하며 투가리의 세계를 넓혔는데, 이씨는 “소위 잘나갈때는 한달에 25군데 카툰을 그린적도 있어요”라고 회고했다.

10년의 세월동안 투가리도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참 이름처럼 그림도 투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점차 다듬어졌는데, 오히려 그때 시절 그리워 하는 분들도 많아요. 투가리는 어리숙하고 꺼벙해서 상사한테 혼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은근히 한방 날리기도 합니다. 독자들이 투가리를 보면서 자기 삶을 위로하기를 바랐죠.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는 정서 있잖아요.”

또한 지인들은 투가리가 이씨를 꼭 빼닮았다고 말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작품속에서 제 얘기를 하게 된 것 같고, 생긴게 촌스럽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런 소리들으면 기분 좋아요.”

현역작가의 교수임용 화제 낳기도
이씨는 사실 어릴적부터 만화광이었다. 사춘기 시절 그를 매료시켰던 것은 이상무의 ‘독고탁’, 길창덕의 ‘꺼벙이’였다고. 경상북도 영양군 시골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줄곧 그림을 그렸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시골중학교에는 미술반도 없었고, 회화과에 들어가고 싶어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결국 재수끝에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일찌감치 어릴적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기로 작정했다. 88년 졸업 직전 그는 ‘극화만화’(드라마가 있는 시리즈 만화)로 유명했던 이향원씨 문하에 들어가 만화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극화만화가 모두 팀으로 이뤄져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과 긴 호흡을 전달하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그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오늘날 카툰형식의 ‘만화체’ 그림이다. 그는 졸업 후 6개월 동안 원고를 들고 만화관련 잡지사를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1989년 ‘매주만화’에 ‘웃음별곡’이라는 첫 단편이 실렸다. 그리고 1991년 일간 스포츠 공모에 ‘투가리’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가로서 이름을 알린 것이다.

한편 이씨는 지난 3월 임용을 두고 화제를 낳기도 했다. 소위 만화계의 거장들이 특채형식으로 채용되는 예는 있으나 현역작가가 정식 공모를 통해 선발된 예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2004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만화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올해 전임교수가 됐다. “솔직히 교수가 돼서 생활의 안정은 찾았는데, 작업에 미진한 부분도 생기고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거죠. 아직은 학생들 만나서 가르치는 것이 설레이고 재미가 나네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연재했던 초창기 원본부터 현재 작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그는 “문화산업시대라고들 하는데 사실 문화콘텐츠의 핵심은 만화죠. 가령 만화 캐릭터가 가져오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데 학용품부터 게임, 영화 등 그 시장이 무한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선견지명 때문일까. 투가리는 93년 ‘샐러리맨 투가리’가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또 그해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그리고 학습만화로는 투가리 사자성어(계림출판사), 실용만화로 누워서 운전면허따기(교학사) 등 다수가 있다. 앞으로도 생활과 밀접한 투가리시리즈, 4컷만화의 영화화 등 그가 꿈꾸는 투가리 세계는 무한하다. “만화가가 되려면 일단 생각하는 것부터 남들과 달라야 하죠. 이게 기본인 것 같아요. 직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180도로 꺾는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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