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되면 포토에세이집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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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되면 포토에세이집 내고 싶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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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식도암 판정 항암치료 받고 있는 김진기 전 서원대교수
세계 오지를 누빈 광활한 기록 파노라마 사진전
김진기 전 서원대 교수(62·사진)는 세계 곳곳을 배낭을 메고 다니며 일상의 찌꺼기를 덜어내는 것을 인생의 ‘업’으로 삼았지만, 유독 버리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카메라라고 했다. “‘찰칵’ 소리만 들으면 사방의 시야가 밝아지니 참 희한한 노릇입니다.”
그의 ‘화냥기’ 가득한 카메라는 인적드문 외진땅, 질박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담아냈다.

   
지난 2003년 서원대 학내사태로 학교를 그만두기 전까지 그는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럼에도 그는 “‘글’보다 ‘사진’이 더 역동적이지 않냐”고 되묻는다.

김교수는 이번이 네 번째 사진전이다. 83년 ‘한국의 산’, 89년 중국-파티스탄의 40일 여행기를 전시했고, 91년에는 ‘중국의 비경’이란 주제로 계림, 장가계등을 소개했다.
사실 모든 전시일정은 지난 4월에 잡혀 있었다. 이른바 ‘회갑전’이었지만, 이번 전시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식도암 판정을 받아 대수술을 받았다. 현재 20일마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그래도 이번 전시 오프식에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꼭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 김진기씨의 사진은 광활한 자연의 기록을 담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땅을 밟고, 산을 오르고, 카메라를 집어 들며 그는 건강을 자신했다. “등산장비에 카메라까지 메고 티벳의 5000~6000m산도 거뜬히 올라다녔는데요.”
김씨는 중국 서부에서 파키스탄, 티벳, 또 아프리카로 뉴질랜드로 족히 지구 반바퀴는 돌았다. “방학만 되면 지프차를 빌려 적당히 옷입고, 먹고 자면서 돌아다녔죠. 이곳 저곳 갈피를 못잡는 한뜸 한뜸의 바람처럼 말이죠.”

그가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70년대 후반. 당시 카메라는 고가의 귀중품이었다고. “월남전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가져왔는데, 처음에는 친구들 얼굴 찍어 주다가 80년대 본격적으로 사진책을 보면서 공부를 시작했죠.”

사실 그가 손에 쥔 카메라는 여느 것과 달랐다. 78년 우리나라 최초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구상돈씨가 한국에 돌아와 그에게 일본 니콘사에서 받은 ‘FT2’를 김씨에게 선물한 것. 그러나 이듬해 구씨가 등정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카메라는 ‘유품’이 됐다.

그의 사진들은 자연 풍광에 집중한다. “자연에 근거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다”는 것이 그의 예술관.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백색 병풍 히말라야 산맥, 아프리카 킬라만자로 산자락 아래 야생들, 중국 서부의 대초원과 야생화가 지천인 고원, 그리고 노란 눈물이 날지경의 유채꽃밭 등을 퍼담아왔습니다”라고 서술했다.

김승환 충북대교수는 “그의 작품세계는 광활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언제나 높고 넓은 곳에서 피사체를 응시하고, 그래서 얻어지는 광활함은 숭고미와 장엄미를 자아낸다. 대자연을 해석할 때 사진인 김진기는 펼쳐지고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선호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60~7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파노라마 사진이 많다. 그는 “소풍오듯 오시면 바람쐴 정도는 될겁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전시는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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