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객 위해 휴지줍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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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귀성객 위해 휴지줍는 할아버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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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금천동 조광식 할아버지 11년 봉사 '귀감'

   
▲ 조광식 할아버지
민속 명절 추석을 맞아 귀성객들에게 깨끗한 동네 어귀를 선사하는 이가 있다. 벌써 11년째 숨은 봉사의 주인공은 청주시 금천동에 사는 조광식 할아버지(71). 조 할아버지는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집앞 체육공원부터 동네 골목을 누비며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고 있다.

조 할아버지는 청주시가 지난 95년 쓰레기 종량제를 시작한 이래로 내 집앞 청소에 두팔을 걷어 붙인 것. "종량제를 처음 시행 할 때는 관에서 지원되는 종량제 봉투가 없었지, 내 집앞 쓸어봐야 봉투값이 나가니까 꺼리는 것 같았어. 그래서 시작했지"

체신공무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던 조 할아버지. 지난 71년 8월 뜻밖에 찾아온 단양의 물난리를 근무처인 가복 우체국에서 맞이했다. "우리 우체국 앞으로 내천이 흘렀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중학생(14세 정도)을 구하려다 왼쪽눈과 오른쪽 다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어"

사실 조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제2의 고향인 금천동을 지켜왔다. 특히 집앞 체육공원이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로 전락하고 돌보는 이가 없자, 자진해서 관리에 나선지 수해가 되고 있다. 최근엔 이런 조 할아버지의 노고를 인정해 시에서 얼마간의 수고비를 드리고 있다는 전언.

불혹의 나이에 정착한 제 2의 고향 금천동. 조 할아버지에겐 불운과 행복의 결실을 함께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 남몰래 봉사하려 캄캄한 새벽에 청소를 하다 소형 화물차에 치여 병원신세를 또 한번 져야 했다. 하지만 이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병상에서 지금의 아내 김경옥 할머니(61)를 만났다.

당시 간호사였던 김 할머니는 간호 도중 연민의 정을 느껴 조 할아버지와 평생을 함께 하게 됐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엔 할아버지 건강을 생각해 할머니가 새벽 청소일을 돕고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다 할아버지가 다쳤어. 그래서 사고도 걱정되고 해서 건강삼아 함께하고 있지"

조 할아버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새벽청소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할아버지에게도 걱정꺼리가 하나 생겼다. 기초생활수급자로 37만원을 동에서 지원받는 것이 고작인데 수백만원을 받는 것처럼 여기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

"금천동은 내게 제 2의 고향이야, 시련도 있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지. 할멈과 단 둘이서 추석 명절을 보내야 하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귀성객들에게 깨끗한 동네를 선물하고 싶어서 새벽 단잠이 부럽지 않아. 힘이 닿는 한 열심히 할꺼야"

"동네를 내 가족처럼 돌보는 분이죠"
금천동사무소 이인순 사회복지사(8급)

   
▲ 이인순 사회복지사
5년여 동안 금천동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는 이인순씨(27·여·사회복지사 8급). 그녀는 조 할아버지에 대해 '동네를 내 가족처럼 돌보는 분이다'고 칭찬했다.

"며칠 전 감기몸살에 힘들어 하는 저를 보더니 잘 아는 병원까지 바래다 주며 소개를 시켜 주신 적이 있죠. 이 밖에도 금천동 체육공원이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가 되자, 아이들을 훈계하고 경찰서와 동사무소에 관리협조를 구하기도 했어요. 이 일로 봉변을 당할 뻔한 적도 있죠"

이씨는 "조 할아버지의 '미담'은 이미 3년 전 언론을 통해 검증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숨은 봉사가 알려지게 된 것은 새벽 금천 체육공원을 찾은 베드민턴 동호회가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노란색 운동복을 선물하면서부터.

"베드민턴 동호회가 아침마다 말끔하게 청소돼 있는 체육공원에 신기하게 생각했죠. 그러다 할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며칠 보이지 않자 동사무소에 연유를 물어 왔죠.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자 노란색 운동복을 선물했습니다"

이씨는 "조 할아버지의 숨은봉사는 비·눈이 오나 한결 같았다"며 "새벽녘 숨은봉사가 다시한번 조명돼 기쁘다. 미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밝고 깨끗하며 정감있는 동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조 할아버지는 청소하며 틈틈이 모은 재활용 폐품을 팔아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고 이를 휴지 줍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동에서 일부 지원을 해 주려 하자, 필요한 2∼3장 만 가져가는 절약정신도 몸소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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