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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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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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방병무청, 공익근무요원 체험수기 발간
충북지방병무청(청장 최익현)은 도내 1200여명 공익근무요원을 대상으로 체험수기를 공모해 24편의 수기를 모아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공익근무요원 체험수기집 발간은 지방병무청 가운데 최초로,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북지방병무청 대체복무과 김남수 계장은 “연간 2회 공익근무요원을 대상으로 근무와 관련한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선임들이 체험을 통해 쓴 글은 교육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기에는 공익근무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근무지에서 찾은 보람 등이 진솔하게 쓰여 져 있다.
군복무가 ‘신성한 의무’였던 시대는 지났다. 현역병으로 군대를 가는 사람에 대해 ‘어둠의 자식’이라고 표현하고, 면제를 받으면 ‘신의 아들’로 추앙(?)받는다. 세태가 이렇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가족은 군대에 가지 않길 바라면서도 남이 군대를 가지 않거나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라도 하게 되면 무슨 편법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다.

“부정적 시각이 가장 힘들다”
군 면제자 못지않게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세인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언론매체를 통해 공익근무요원들의 범죄행위가 종종 보도되고, 연예인, 운동선수 등 일부 유명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군 입대를 회피하는 수단인 것처럼 오인되기도 한다. 공익근무요원들은 ‘사회에서 편하게 군복무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군복무를 해나가며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복무중인 홍주형 공익근무요원은 “천식으로 인해 신체등위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알기 때문에 공익근무요원 판정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주국도유지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문순 씨는 “현역병이 2년 동안 나라를 지키는 것과 공익근무요원이 같은 기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공익근무요원 생활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고 말했다.
공익근무요원은 징병검사에서 신체등위 4급을 받은 병력이다. 7단계로 나뉘는 신체등위는 1급부터 3급까지 현역으로 입대하게 되고, 4급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게 된다. 5·6급은 군복무면제, 7급 판정은 재검을 받게 된다.
공익근무요원이라 하면 흔히 시청, 구청의 주차단속요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공익근무요원들은 생활 곳곳에 배치되고 있다. 도청·시청·구청을 비롯, 학교 우체국 박물관 보건소 등 도내 230여 곳에서 경비, 감시, 보호, 봉사,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병력지원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김 계장은 “대부분의 공익근무요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병무청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기관이나 시설 가운데 100곳이 사회복지시설이다. 일반인들의 편견과는 달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익근무요원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시설 투입 늘어나
공익근무요원들은 현역병들이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도 하게 된다. 수기 최고작으로 당선된 충주 숭덕재활원 안인석 씨는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통해 장애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재활원 아이들은 재활원을 나서면 모든 것이 어렵다. 한 뼘의 턱에 좌절해야 하고, 주위의 시선도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나 또한 복무 전에는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고 사랑이 있다.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힘든 것은 그들이 비장애인과 달라서가 아니라 사회가 비장애인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이곳 생활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관리공단 홍주형 씨는 “선임의 경우 소집해제가 되는 9월부터 한국산업관리공단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생활한 덕분이다. 2년간의 복무기간동안 자기개발도 가능하고 사회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불만에 사로잡혀 시간을 축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개발을 위해 2년 2개월의 시간을 활용한다면 나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서의 생활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심준보 씨는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정·학교 등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거나 방임·유기·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돌보는 그룹홈에서 1년 3개월간 근무한 그는 “사회복지사로 장래를 정한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에 대한 준비과정이나 다름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대로 지금의 생활에 자부심을 갖고 아쉬움과 후회없는 생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병무청 대체복무과 류순철 씨는 “낯선 일에 처음엔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익근무요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적응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경우에 따라 늦은 밤까지 근무하기도 하지만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다. 앞으로 행정기관의 업무보조 등의 역할은 줄이고,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공익근무요원의 투입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번에 발간할 책자는 도내 230곳 공익근무요원들의 근무지에 보급해 공익근무요원들의 목적의식을 함양하는 기회로 활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 오옥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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