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직업 ‘공무원’
상태바
대한민국 최고 직업 ‘공무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07.19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청주시 9급 행정직 공채 경쟁률 110대 1
“정년 보장·자기계발 기회·사회적으로 인정받아 좋다”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53대 1이었다. 그리고 올해 행정 9급을 선발하는 청주시 공무원 시험은 이보다 훨씬 높은 110대 1을 기록했다. 항간에는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대기업을 다니던 사람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대학 들어가자 마자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휴학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패기로 세계를 누벼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에 안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의 인기는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 공무원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고시학원도 성업중이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도 ‘공시족’이다. 사진은 청주시내 고시학원의 수업장면./ 사진=육성준기자  
 
아니, 상대적으로 직업이 다양하지 않은 지방이 더 높다. 본지는 공무원이 인기 있는 이유와 이들의 보수·복지수준·근무조건을 알아보고 현직 공무원과 공시족들을 만나 그 실체를 확인했다.

지난 8일 일요일, TV 저녁뉴스의 톱뉴스는 공무원 시험에 몰려든 젊은 행렬이었다. 이 날 치러진 7~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53대 1을 기록했다. 1732명을 뽑는데 9만1582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당초 시험 접수자는 14만4445명으로 83.4대 1에 달했으나 그나마 결시생이 많아 9만명대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한 신문은 ‘젊은이 9만명이 서울을 점령했다’고 표현했다. 서울시 공무원은 학력과 출신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아 지방 수험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방 공무원 채용시험은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거나 본적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 ‘안정성’
그런가하면 올해 청주시 9급 행정직 공무원 14명을 뽑는데 1540명이 응시, 1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도내 시·군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행정9급을 선발하는 청원군이 66대 1, 증평군 65대 1, 충주시가 40대 1을 기록했다. 선발인원이 기껏해야 20명 안쪽이거나 10명 미만인데 응시자는 몇 백에서 몇 천명에 달하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 해 공무원 응시자 수는 대략 40만명으로 추정되나 채용규모는 1만 7000명을 넘지 않아 38만명 가량이 공시족으로 떠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경쟁이 심하다보니 9급 공채부터 대졸생들이 몰려 들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요즘에는 학력차별을 없애기 위해 원서에 학력기재를 하지 않지만, 9급 공채의 98%가 대졸자”라고 말했다.

그럼 공무원이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뭐니뭐니해도 안정성 때문이다. 충북도의 모 과장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IMF 이후 회사원들이 40~50대에 명예퇴직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보니 60세까지 일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직업의 종류로 볼 때 화이트칼라라는 점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자긍심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모 사무관은 “정년과 주5일제가 보장된다는 점이 좋다. 사기업체는 공무원보다 보수가 더 좋겠지만 이런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삶의 질을 따져 적당한 보수를 받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학력차별이 없고 사회적으로도 공무원이라고 하면 인정받는 점이 마음에 든다. 별다른 자본과 기술 없이도 공무원이 돼 동료들끼리는 ‘머리와 볼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며 “열심히 하면 자기 분야에서 보람도 느낄 수 있고, 개인 능력도 인정받는다”고 밝혔다.

자본과 기술없이 할 수 있는 직업
인터뷰에 응한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들은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사실인 요즘 60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자기계발 기회가 있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있는 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들었다.

또 성과에 대한 추궁이 사기업보다 훨씬 덜하고 자본과 기술 없이 머리 하나로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보수와 복지수준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북도의 한 사무관은 “IMF 이후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공무원에 몰리는 점도 있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이 인기도 줄어들 것“이라며 "공무원도 옛날 같지 않다.

과거에는 9급으로 들어와 30년 정도 근무하면 국장(부이사관)을 1~2년 정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잘해야 서기관으로 정년퇴직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다. 컴퓨터도 잘 다뤄야 하고 혁신이라고 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50대가 돼도 관리자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실무자로 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성과 평가도 받아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쨌든 공무원들은 소소한 불만을 제기하나 불만보다는 좋은 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참여정부는 임기 말을 맞아 공무원 숫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4개 부처에 추가로 2100여명의 공무원을 증원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올 연말이 되면 DJ정부 때 56만2373명이던 중앙부처 공무원 숫자는 6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임기말에 몇 천명씩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은 선심행정이고 국민들의 세금만 축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원성이 자자하다. 공무원 더 뽑아야 행정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왜 자꾸 공무원을 늘리느냐는 게 국민들의 소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