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계굴 원혼, 토우제로 해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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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굴 원혼, 토우제로 해원하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1.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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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 만장으로 전통 장례의식 재현
김만수씨 토우 165기 굴 주변에 안치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최소 300여 명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단양군 영춘면 곡계굴에서 제 57기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지난 19일 현장에서 열린 위령제는 유가족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피해접수된 165명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토우(土偶)를 모시고 발인제와 운상, 곡계굴 현장의 천도제로 진행됐다. 토우는 단양출신 도예가 김만수씨(47·도림공방 대표)가 지난해 12월 제작해 곡계굴대책위원회(위원장 엄한원)에 무상으로 헌정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족들과 서재관 의원, 김동성 단양군수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피해현장인 곡계굴 안과 입구 주변에 토우를 직접 안치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특히 곡계굴대책위는 직접 꽃상여를 만들어 운구에 나섰고 남녀노소의 참석자들은 마을회관부터 곡계굴까지 수십장의 만장을 들고 상여소리를 따라 걸었다.

곡계굴 미군기 폭격사건은 1951년 1월20일 영춘면 느티마을 곡계굴에 피난했던 강원도와 영춘면 주민 300여명이 미군기의 네이팜탄 투하로 불길이 굴안으로 번지면서 집단사망한 사건이다.

한편 AP통신은 지난해 5월 미국의 비밀해제된 문서를 통해 1950년 1월 20일 미군 전투기가 단양 영춘면 곡계굴 입구에 네이팜탄을 투하해 피난민 300여명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네이팜탄은 3000℃의 고열을 내면서 반경 30m 이내를 불바다로 만들어, 사람을 타 죽게 하거나 질식하여 죽게한다.

AP통신이 보도한 대표적인 미군 민간인 학살 현장 6곳의 희생자 수는 충남 아산 둔포와 단양 곡계굴이 300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영동 노근리(248명), 포항 송골해변(100~200명), 경남 마산 곡안리(83명), 경북 예천 산성마을(34명) 순으로 희생자 수가 많았다.

곡계굴 사건의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유익형 곡계굴대책위 고문(47·교사)은 "57년간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은채 죄인처럼 숨죽이고 살아온 유가족들이 과거사위의 조사를 통해 한줄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측에서 과거사위의 존폐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어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위령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지 우려스럽다. 전국의 피해지역에서 민관이 나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위령제에 참석한 김동성 군수는 "이번 위령제가 고인들의 원혼을 달래는 토우제로 치러져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유가족들과 대책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향후 지자체가 할 수있는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 단순한 위령시설보다는 후대에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역사공원 형식의 추모시설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165기의 토우를 헌정한 도예가 김만수씨는 작품구상을 위해 지난해 8월 곡계굴평화위원회의 '평화걷기대회'에 참여해 현장을 답사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충북-제주간 민예총 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 4·3사건의 학살현장에 100여기의 토우 작품을 헌정해 유가족들이 한지로 염을 하고 매장하는 추모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김씨는 "불길과 연기로 인한 공포로 아우성치는 당시 희생자들의 표정을 재현해 보려고 했다. 재벌구이한 뒤에 그을음까지 표현해 곡계굴 현장의 사실감을 살릴 수 있었다. 앞으로 도내 10여곳의 학살현장을 대상으로 해원(解怨)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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