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심사에 애태우는 장기기증 환자
제천 장효열-이형순씨 수술성사 서명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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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심사에 애태우는 장기기증 환자
제천 장효열-이형순씨 수술성사 서명작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2.1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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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수술이 필요한 간경화 말기환자가 기증자를 만났지만 국가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과정이 여의치않아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가족들과는 신체적합성이 맞지 않은 상황에서 순수한 제3의 기증자를 만났지만 연고관계를 밝힐만한 근거서류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것.

   
 
  ▲ 15일 서울 현대아산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환자 장효열씨(48)와 장기기증 희망자 이형순씨(28)가 손을 맞잡고 있다.  
 
제천 토박이인 개인사업가 장효열씨(48·제천시 왕암동)는 4년전 과로로 인한 급성 간경화로 쓰러져 서울 현대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생사의 기로에 까지 몰렸던 장씨는 첨단의술과 가족들의 헌신적인 간호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간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몇가지 사업을 벌려논 장씨는 2006년 자신이 운영하던 제천장례식장이 병원부도로 폐업위기에 몰리자 회생을 위해 직접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담당의사는 절대 안정을 강조했지만 집안의 가장이자 사업주인 장씨에게 '안방 요양'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왕에 벌여논 일들이 있는데, 도저히 집안에 누워서 처리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또 나와서 일하다보면 몸 상태를 잊어버리고 무리하는 경우가 생겼다. 환자가 담당의사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누구보다도 가족들에게 죄스런 심정이다"

몸에 무리가 생긴 장씨는 지난해 10월 현대아산병원 검진결과 간질환이 자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서 장기이식 수술이 필요하다는 최악의 판정을 받았다. 설마설마했던 장씨의 가족들은 두번째로 맞는 생사의 위기상황이 충격이었지만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장씨 동생인 효경씨(46)는 "우선 나와 동생, 형수님이 간이식에 적합한 지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이거나 어린 아이들은 안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부모님과 조카들은 아예 제외시켰다. 결국 직계혈족 중에는 장기제공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동생 효경씨가 장기이식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고민에 빠져있을 때 회사 부하직원이자 평소 형 효열씨를 잘 따랐던 이형순씨(28)가 선뜻 "나도 혈액형이 B형인데, 내가 검사받아 볼까요?"라고 제안했다. 효경씨는 실내 인테리어 회사인 (주)예건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실제로 형 효열씨가 자금을 투자해 형제가 공동운영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6년동안 함께 일해온 직원 이형순씨는 효열씨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이씨는 "제가 외아들이다보니 형제가 없어서 두분을 '형님'처럼 생각하고 또 그렇게 호칭했다. 작은 회사에서 사장님과 직원이라는 생각보다는 믿는 형님들 밑에서 일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효열이 형님이 저렇게 되시고 가족들이 애태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남이 아닌데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씨가 장기기능 의사를 밝히자 효열씨는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것. 남보다 일찍 결혼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씨가 부인과 자녀 2명을 책임진 가장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것. 따라서 가족들은 중국에서 장기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하지만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작년부터 외국인 장기이식수술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그마저 여의치않았다. 결국 벼랑끝에 서게된 효열씨는 지난 1월 이씨가 자신의 아버지와 부인의 동의를 얻어 재차 장기기능 의사를 밝히자 서로 눈물로 껴안으며 '살신성인'의 뜻을 받아들이게 됐던 것.

하지만 제3자 장기기증의 경우 국가가 장기매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장기기증관리센터를 통해 승인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사내용은 기증인과 환자의 연고관계, 기증인 가족의 동의여부, 기증인의 생활정도 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기증자 이씨가 20대 초반에 가장이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카드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주)예건의 정식 직원으로 올라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에대해 동생 효경씨는 "형순이는 바닥시공에 베테랑급이고 일도 성실하게 잘해서 고용주인 나로써는 정식직원으로 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카드 신용불량이라보니 월급차압이 들어올 게 뻔한 상황에서 현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다보니 장기기증심사위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형순이와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소득, 납세근거를 아무것도 뗄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효경씨가 준비한 1차 서류에 대해 현대아산병원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는 기증자에 관련한 서류가 너무 부족하다. 이대로 장기기증심사위로 넘어가면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을 제시했다. '산넘어 태산'을 만난 가족들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효열씨의 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기증자 형순씨가 (주)예건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환자 효열씨의 이식수술 심사승인이 통과되도록 간청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집단 서명작업에 나서게 된 것.

효열씨의 친구인 강연태씨(48·제천시청 6급)는 "우리 친구들도 못하는 일을 맡아준 기증자 형순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뻔히 알고 있는 환자와 기증자간의 관계를 서류상으로는 입증할 도리가 없다니 정말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사실확인 서명과 함께 탄원인들이 각자 인감증명까지 첨부해 진실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웃간의 아름다운 미담이 성사돼 효열이나 기증인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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