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충북출신 장· 차관 어떤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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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충북출신 장· 차관 어떤 사람들인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8.03.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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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표·김영호·이봉화·정종수씨 등 장관 1명, 차관 3명 배출
충북도 “충북인적자원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도정협조할 계획”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9일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을 비롯해 15개 부처 차관급이상 26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장관 인사를 했을 때 충북출신 인사가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아 충북홀대론이 강도 높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정종수 노동부 차관 등 4명이 충북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한 때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까지 거론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초라한 수확이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장관보다 차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차관들은 출신지별로 서울·경기 4명, 영남 7명, 충청 6명, 호남 8명으로 지역적 안배를 보였다. 평균 연령은 54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실용주의라는 기조에 맞게 출신지역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고 공무원 조직의 안정을 추구하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중책을 맡고 업무를 시작한 4명의 장·차관을 인터뷰 했다.

   
 
  ▲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 청주중 졸업, 외교통상부내 핵심인력  
 
조중표 국무총리 실장(56)은 충북 출신 중 최고위급 공무원이다. 장관급인 조 실장은 청주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경복고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한범덕 전 차관과 청주중학교 동기이고 가깝다. 그리고 김영호 차관과도 막역한 친구사이다. 외무고시 8회 출신.

언론은 그를 “외교통상부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특히 중국과 일본 업무에 정통하다.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한승수 총리를 도와 자원외교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고 소개했다. 조 장관은 그간 주중국대사관 정무참사관, 주일본대사관 정무참사관,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주애틀랜타총영사관 총영사, 주일본대사관 정무공사, 외교안보연구원장,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지냈다.

또 전남 여수가 세계박람회기구(BIE)총회에서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 배후에서 유치지원활동을 총괄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었던 조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제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여수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대륙별로 나라군을 나눠 집중 공략하는 등 ‘이기는 싸움’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쏠리게 했던 탈레반 한국인 피랍사건이 터졌을 때는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돼 대책본부를 지휘했다.

조직과 인사에 정통한 김 차관

   
 
  ▲ 김영호 행정안전부 차관 - 충북 행정부지사 출신, 인기 높았던 상사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54)은 지난 2003~2005년 충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내 도민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김 차관은 정부 조직과 인사에 정통한 공무원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YS정권 때 총무처 조직기획과장으로 정부조직개편에 참여했고, 행자부 행정관리국장일 때 정부조직감축에 관여해 조직과 인사업무에 경험이 많다. 그래서 차관 인사 때마다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제1차관의 주업무가 조직과 인사라는 것을 감안해 적임자라는 평이다.

김 차관은 “취임식 때 3개 기관을 합쳐 행정안전부가 탄생한 만큼 빨리 융합하자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요지도 국민을 섬기자는 것이므로 공무원들이 하루빨리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자고 말했다. 앞으로 중앙부처 지방이관, 공무원연금제 개혁, 공무원 정년연장, 중앙과 지방의 인사교류 확대, 지자체 조직개편 등 현안들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요즘은 공무원 감축 때문에 힘들다. 예측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고 전했다.

김 차관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말이 있다. 바로 친화력이다. 도 행정부지사로 재직할 때도 부하 직원들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해 인기가 높았다. 이 때문에 김 차관은 도 공무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상사로 남아 있다. 차관 인사가 난 뒤 중앙의 모 기자는 그의 친화력을 얘기하면서 ‘형이 5만명, 아우가 5만명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 기자회견 때 이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와 김 차관은 “유일한 형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인데 이제 상사가 됐으니 깎듯이 모셔야 하고, 유일한 아우는 정남준 행정안전부 제2차관인데 같은 반열인 차관이 됐다. 오늘 날짜로 이젠 형과 아우가 없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76년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주미국대사관 행정참사관, 행자부 부이사관·행정관리국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대통령비서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기획실장, 중앙인사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그는 충북도를 떠난지 몇 년 되지만 고향인데다 가까운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종배 행정부지사와는 동향이고, 김 차관이 부지사일 때 기획관리실장을 지내 서로 잘 통한다.

도전의 역사 그 자체 이봉화 차관

   
 
  ▲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 충주 여·중고 졸업, 여성공무원의 희망  
 
그리고 홍일점 차관인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55)이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고를 졸업한 뒤 어느 허름한 독서실에서의 서울생활이 35년간 공무원의 외길을 걷게 했고, 이제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중임을 시작합니다. 모자람이 있기에 어려움도 적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여전히 비등점을 맴돌고 있는 열정을 쏟아붓는다면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 이름은 봉황새 봉(鳳)에 화합 화(和)입니다. 기대에 걸맞는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제게 주어진 모든 권한은 절제와 포용의 스펙트럼속에서 행사될 것입니다. 편견과 사심을 배제한 균형감으로 종횡의 화합을 일궈낼 것입니다“라고 썼다.

3월 1일 ‘섬기는 정부’의 공복으로 새 날을 맞았다고 한 이 차관은 중임을 내려놓는 날, 나라사랑과 국민을 섬기는데 헌신한 목민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내용과 자신의 생각들을 담은 글을 올려 언뜻이나마 이봉화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게 했다.

이 차관은 1953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이후 7살 때 충북 충주시로 이사와서 교현초·충주여중·충주여고를 졸업했다. 그래서 출생지는 경남이지만 충북 출신으로 분류된다. 7급 공채로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여성 공무원 최초로 인사과장에 전격 발탁돼 화제가 됐다. 이후 복지여성국장·재무국장·감사관 등 요직을 거친다. 2003년에는 3급으로 승진한 뒤 곧바로 2급, 1급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2년부터 4년간은 제2정무장관실에서 여성 일자리 갖기와 사회참여 등 주요 여성정책을 기획하는 여성정책과장으로 근무하는 등 줄곧 여성·노인·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조직 장악력과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인수위원을 지냈다.

이 차관은 충주여고를 수석 졸업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 전에는 여자 경찰관 공채 1기 시험을 치고 합격해 1년 동안 경찰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커 공무원 신분으로 학력고사에 응시,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야간학부를 마쳤다. 이후 91년 서울시립대, 2005년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에서 각각 한·일 여성정책과 노인 장기요양제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많은 언론에 소개됐던 대로 이 차관의 일생은 도전의 역사였다. 차관이 되기 전까지 그는 국내 여성공무원 최고위직이었다. 서울시에서 이명박 시장을 만나면서 초고속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초고속은 아니다. 공직생활 35년을 따져보면 그리 빠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공직생활 기간 동안 알게 모르게 성차별도 당했음을 시인했다.

“이제까지 살면서 도전하는 게 익숙하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오랫동안 경쟁해 왔다. 그러나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나를 보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던 한 여성 공무원이 대한민국 차관으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다.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헌신하겠다”는 그는 벌써 충북사람들에게 낯익은 이름이 됐다.

꼼꼼한 일처리 돋보이는 정 차관

   
 
  ▲ 정종수 노동부 차관 - 노동부 정통관료 출신, 별명이 ‘충청도 양반’  
 
또 노동부차관으로 발탁된 정종수 차관(55)은 충북 옥천 출신이다. 대전고와 충남대 법학 학사·대학원 석사·사이타마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마쳤다. 고향 옥천에서는 옥천중학교를 졸업했다. 정 차관은 “정우택 충북지사, 한범덕 전 행자부 차관과 고시 동기다. 수습생활을 할 때는 한 전 차관과 함께 충북도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쉽게도 터를 잡고 근무한 적은 없으나, 고향에 선영이 있어 요즘도 자주 내려간다”고 말했다.

김병일 서울시 전 경쟁력강화추진본부장과 특히 가깝게 지내고, 그외 충북출신들과도 자주 어울린다고.
이번 차관 발표 후 언론들은 정 차관에 대해 “온화한 성품과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노사관계, 고용정책분야 등을 두루 섭렵한 고용분야 전문가”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실제 정 차관은 노동부 노사협력관을 시작으로 고용정책실 고용총괄심의관, 노사정책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용정책본부장, 정책홍보관리본부장 등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교육인적자원부 평생직업국장을 잠시 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부에서 보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주창하고 나섰는데, 이를 뒷받침 하려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확립돼야 한다. 구인자와 구직자를 맺어주는 일자리 지원 서비스를 선진화하고 어떻게 근로자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여성고용을 확대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여성고용이 높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성 고용률이 70%를 넘어섰는데 여성은 50%도 안된다. 그래서 배우자 출산휴가, 보육서비스 향상, 경력단절 없이 여성고용 지속, 근로자 건강보호, 여성 파트타임 활성화 등의 정책을 대폭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차관은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경제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취임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를 표방한 만큼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해서 별명이 ‘충청도 양반’이라고.

한편 중앙부처의 충북출신 인맥은 매우 빈약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게다가 동향사람들끼리도 뭉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했던 모 인사는 “충북출신들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서로 같은 고향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밀어주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영·호남의 끈끈한 인맥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충북도는 중앙부처 충북출신 고위급 공직자들을 치밀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고위급 공무원 수첩이 있는 정도였고 타 분야는 명단조차 없다. 공무원 수첩도 잦은 인사이동으로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종배 행정부지사는 이런 점을 감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상도정’에 충북인적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을 과제로 넣었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의 말이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수첩이 전부였는데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충북 인적자원을 기능별·직급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충북도에서는 금년 5월경에 중앙부처 관리자급 공무원을 초청해 지사님이 도정과 주요사업을 브리핑하고 협조요청할 것이다. 중앙과 충북도의 가교역할을 하는 서울사무소에서 박영선씨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교류가 잘 될 것이다.”

중앙과 충북과의 교류 및 협조를 위해서는 각계 충북출신들을 초청, 강연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에서 매월 한번씩 하는 청풍포럼에서 ‘충북인 자긍심 높이기 프로젝트’를 마련하여 각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충북인사들을 소개한다면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이라는 게 뜻있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충북출신 장·차관 프로필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52년 청주 生
청주중·경복고·서울대 영문과 졸업
주중대사관 정무참사관·주일대사관 정무참사관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국장·주애틀랜타총영사관 총영사
주일대사관 정무공사·외교안보연구원장·외교통상부 제1차관 역임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
54년 충주 生
서울고·성균관대 행정학과·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원 석사졸업
행자부 부이사관·행정관리국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대통령비서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기획실장,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53년 경남 양산 生
충주여중·충주여고·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서울시립대 도시행
정대학원 석사·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졸업·일본 도시샤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
서울시 인사행정과장·재무국장·여성가족정책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인수위원

정종수 노동부 차관
53년 옥천 生
옥천중·대전고·충남대 법대 및 동 대학원 석사·사이타마대학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졸업
노동부 노사협력관·고용정책심의관·노사정책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노동부 고용정책본부장·정책홍보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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