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절감 정부기관 이어 공기업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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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 정부기관 이어 공기업도 몸살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8.06.1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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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무조건’에 ‘해도 너무 한다’ 벙어리냉가슴
▲ 본 기사와 관련없음. 본사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군살빼기 차원에서 단행된 10% 예산절감이 정부기관 뿐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까지 번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기획재정부는 ‘2009년도 예산안작성 세부지침’을 통해 정부 출연기관이 내년 경상비를 산정할 때 올 기준액에서 5%를 감액하도록 했다. 지난해 지침에서 전년대비 3% 가산해 산정했기 때문에 8% 정도의 절감 요구한 셈이다. 물론 정부의 10% 예산절감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올 예산부터 절감은 현실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요구와는 별개로 출연기관이나 공기업들이 정부 방침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절감 가능한 규모나 효율을 따져보기도 전에 ‘선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책정된 예산을 깎는가 하면 회수하는 경우도 있어 일선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한 공기업 중간간부급 직원은 “이유있는 10%(절감이)가 아니다. 무조건 10%로다. 30도씩 올라가는 한낮에도 에어컨 켤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마치 조직 전체가 예산절감과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러나 “예산절감 실행을 위해 부서별 조사나 효율을 따져보는 과정은 거치지도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조건 줄이자는 데에 토를 달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공기업도 ‘변방’ 설움

문제는 도내 정부 출연기관이나 공기업이 모두 본부나 지사 형태의 지역 조직이라는 데에 있다.
본사의 경우 대부분의 업무기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예산이 줄더라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뻔한 살림의 지역조직은 그대로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지공사충북본부 관계자는 “지역엔 계획된 사업비 외에 최소한의 경상비와 인건비가 전부다.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배정돼 왔다. 여기서 더 줄이고 자시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주택공사충북본부도 예산절감을 위해 아이디어를 총동원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다.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농촌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추진비 축소나 사무실 냉방기준 온도 상향 조정, 노타이 출근제 등 자린고비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가급등과 관계가 깊은 한전, 지역난방공사 등은 요금을 올리지도 못한 채 자칫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전 충북지사 관계자는 “올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이 직접적인 원인인 데다 최근 10년간 전기료 5.5% 인상에 그치는 등 인상요인은 분명하지만 당장 전기료를 올릴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들은 예산축소 까지 겹쳐 관로 매설이나 지중화작업 등 일반 투자사업 마저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예산절감은 심지어 이미 확보된 예산의 회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상태라면 경상비는 물론이고 올 계획된 각종 사업마저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만만한 게 홍보·마케팅 비용

도내 정부 출연기관 등 공기업들의 예산절감 폭이 가장 큰 부분은 홍보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체 예산이나 절감 규모에 대해 대외비로 취급하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마케팅 비용이 가장 만만한 절감 대상이라는 것.

실제 모 공기업은 올 홍보 예산의 40%가 줄어들었고 또 다른 기업도 20%가 넘는 마케팅 비용이 삭감됐다.
특히 홍보비용 감소로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곳이 주택공사다. 국민임대아파트 분양이 여의치 않는 상황이어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예산이 줄어 당초 계획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공사충북본부 관계자는 “청원 오송단지 국민임대아파트 분양율리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어 홍보를 강화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고민이다. 상반기는 이럭저럭 끌고 가겠지만 하반기 사업이 문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예산 감축으로  정례화 된 사업마저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의 정부 부처 모 산하기관은 정부 위탁사업 예산이 20% 가까이 줄어 매년 열던 관련 사업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 기관 관계자는 “경상비는 차치하더라도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예산이 줄어 아연실색했다. 거품 빼기나 효율성 제고도 좋지만 이런 상황은 도가 지나치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정부 출연기관이나 공기업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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