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타운, 용 그리려다 뱀 그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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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타운, 용 그리려다 뱀 그릴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8.11.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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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웨딩빌리지 조성건, 도민의견수렴 없었다” 여론 비등
"공공기관 사업으로 부적합" 문제제기에도 MOA 추진 중

현재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일 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밀레니엄타운 조성사업이다. 밀레니엄타운은 10여년전 종축장 부지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부상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계획을 들고 나온 이원종 전 지사는 시민사회단체와 도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아무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이후 정우택 지사는 전면 재검토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검토기간을 거친 도는 지난 6월 오는 2020년까지 4단계로 나눠 개발한다는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밀레니엄타운 부지가 10여년간 나대지로 방치돼 있는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있는 도는 이번에 어떻게 해서라도 매듭을 짓겠다는 방침이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 (주)끼트레이딩이 제시한 국제웨딩빌리지 입체도.
그 중 민자유치로 진행되는 국제웨딩빌리지에 대해 말들이 가장 많다. 충북도는 지난 8월 (주) 끼트레이딩과 국제웨딩빌리지 조성 MOU를 체결하고 현재 사업시행협약(MOA)을 준비하고 있다. 끼트레이딩이 충북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곳에는 하우스웨딩홀, 컨벤션홀, 채플웨딩홀, 쇼핑센터, 비어타운, 커피숍 등이 들어선다. 단순한 결혼식장이 아니고 결혼하고 행사하며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종합해 놓는다는 것이다.

이 곳 부지만도 14만3000여제곱미터나 돼서 밀레니엄타운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이 사업이 밀레니엄타운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사업을 위한 비용으로는 건축·설계에 514억원, 비품 50억원, 개업준비금 50억원 등 총 614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나 전액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 

도 관계자는 “이 업체는 우리가 제시한 4가지 원칙을 수용하고 공익성과 수익성, 환경성에도 합치된다. 새로운 웨딩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콘텐츠로 육성할 수 있고, 고품격 웨딩홀은 영화촬영지로도 이용될 수 있다. 또 투자되는 금액 전액이 외자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으며 지역건축 활성화, 일자리 창출,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등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업체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국제웨딩빌리지 조성은 공공기관의 사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동남아의 부유층 고객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일개 사업체에게 도민의 소중한 자산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공공사업의 원칙으로 공익성, 대중성, 환경성, 상징성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충북도는 지난해 말 기본계획변경 용역을 충북개발연구원에 일방적으로 의뢰했으며 사업추진도 일방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결론 못지않게 과정 중요
김광수 도의원(민주당·청주)도 지난 10월 20일 도정질문시 이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다. 김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충북도가 충북개발공사에 밀레니엄타운 부지를 현물출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도에서 개발공사를 먹여살리는 꼴이 된다. 그리고 (주) 끼트레이딩은 일본업체를 소개하는 역할에 그치고 설계부터 운영까지 일본업체들이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하와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는 결혼하러 가는 외국 관광객들이 있지만 청주로 과연 오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문제는 충북도가 도민들의 외면속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자유치를 하더라도 공모과정을 거치고, 이 과정 후에는 토론회나 공청회 속에서 최종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야 함에도 이런 것들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 사업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이 점을 지적한다. 도에서는 “공모해야 누가 오겠느냐”고 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도에서는 (주) 끼트레이딩이 사업제안을 한 이후 모 교수와 충북개발연구원의 모 연구원이 2개월여 기간 동안 검토를 했고, 자문회의와 보고회를 거쳐 이 사업을 밀레니엄타운 조성사업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에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명의 교수·연구원은 일반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문회의도 형식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자문위원은 “한 차례 국제웨딩빌리지 사업 계획에 대해 들었고 이후에는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밀레니엄타운은 그 상징성으로 볼 때 충북을 대표하고 자손 대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의견이다. 익명의 모 인사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지었다가 쓸모 없으면 부수는 식은 이제 안된다. 민자유치사업도 충북도가 임대료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공성이 강하면서 충북의 상징이 될 수 있으며 모든 도민들에게 유익한 곳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변에서는 밀레니엄타운의 조속한 조성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나 도민들이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공감과 지지속에 밀레니엄타운이 만들어질 때 도민들도 협조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모습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인터뷰/ 이영은 (주) 끼트레이딩 대표
“한류열풍 활용하면 해외 관광객 온다”

   
▲ 이영은 끼트레이딩 대표
밀레니엄타운 부지에 국제웨딩빌리지 조성이 검토되면서 이영은 (주) 끼트레이딩 대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1월 서울에 회사를 설립한 이후 사무실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로 옮겼다. 그러나 충북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데다 많이 알려진 사업체가 아니어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충북도와 국제웨딩빌리지 조성에 대해 MOU를 체결하자마자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반대의견이 터져 나와 당혹스럽다는 이 대표는 “3월 초 충북도의 담당 사무관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랬더니 이 사무관이 도청에 와서 브리핑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브리핑 뒤 MOU를 체결하는 단계까지 왔고, 현재 MOA를 위한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서울에서 만날 때는 김 모 씨가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은 충북도의 관계자 말과도 일치했다. 지난 14일 이 대표를 만났다.

- 청주에 사업 제안을 하기 전에 여러군데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의 유명한 디자이너와 중국에서 웨딩사업을 해보려다 잘 안돼 국내로 눈을 돌린 뒤 서울시에 국제웨딩쇼를 제안했다. 서울에 하우스웨딩 건축물을 지으려고 부지를 물색했으나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내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컨설팅 사업을 했기 때문에 일본업체를 많이 알고 있다. 만일 청주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일본팀들과 하게 될 것이다. 설계부터 조명, 건축, 서비스 분야까지 모든 팀이 짜여져 있다. 이후 관광공사로부터 제주도에서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생각중이다.”

이어 이 대표는 “일본에서는 한 업체에서 모든 자본과 인력을 책임지는 게 아니고 각기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모여 한 팀을 꾸린 뒤 일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웨딩빌리지도 이런 방식으로 할 것이다. PF(프로젝트 파이낸셜)가 바로 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반대의견도 많은데 밀레니엄타운에서 사업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변에서도 왜 청주에서 하려고 하느냐고 한다. 우선 지자체와 사업을 하면 신뢰를 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점이 좋다. 충북은 특히 미개발지가 많아 개발 여지가 있다는 점, 인근에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있고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 충북도에서는 민자를 유치하되 수익성과 공익성의 조화를 꾀한다고 하는데 공익적 측면은 무엇인가.
“외국 관광객들을 끌여들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 외국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이 국제웨딩빌리지이지 웨딩이 초점이 아니다. 웨딩은 한 부분일 뿐이다.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결혼을 하는 하우스웨딩홀과 교회식 결혼을 할 수 있는 채플웨딩홀, 컨벤션센터 등으로 구성될 것이다. 하우스웨딩홀에는 중년이 돼서 다시 결혼을 하는 리마인드웨딩을 유치하고, 컨벤션센터에서는 디너쇼·브랜드런칭쇼·패션쇼·파티·가족모임 등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쇼핑센터는 국내·외 제품을 진열해놓고 배송해주는 형식으로 운영할 것이다. 일본의 해외원정 웨딩과 중국 신흥 부유층의 해외웨딩이 증가추세에 있고, 국내에서는 소수 하객을 초청해 고급스럽게 하는 하우스웨딩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주 대상은 외국 관광객이다. 한류열풍을 적절히 활용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영화배우 배용준씨와 투자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으나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 (주) 끼트레이딩이 자본금 5000만원에 직원이 6명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큰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가.
“PF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한일합작 10억 출자 회사를 만들 예정으로 있다. 몇 개 회사가 출자하고 우리 회사도 그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밀레니엄타운 부지를 초정스파텔, 운보미술관 등과 엮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원군에 의사타진을 했고, 내년 3월에는 청남대에서 국제메이크업런칭쇼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제웨딩빌리지 청사진을 밝히면서 “행정기관과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자세한 사항은 MOA를 체결할 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이 대표는 이숙영 아나운서 딸의 일본가수 데뷔 코디 진행, 영화배우 최지우 화보집 유통 코디, 일본성형 클리닉 닥터인 이케다유코 제품 코디 및 런칭, 부산의 미네랄비누 일본 홈쇼핑 판매, 그 외 한국·일본·홍콩·싱가폴 투자 및 프로젝트파이낸셜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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