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명도 찾지 않는 ‘운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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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명도 찾지 않는 ‘운보의 집’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7.1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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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사로 꾸려진 자문위, 들러리 아니냐 비판일어
운보미술관장에 홍병학 전 충북대교수 이미 선임돼

[관람료 인상 이후 운보의 집을 가다] 지난 10일 오전 운보의 집을 찾아갔다. (재)운보문화재단 임시이사회는 7월 1일자로 관람료를 기존 1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고 일부 시설에 대한 개보수를 마쳤다고 발표했지만 관람객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매표를 맡고 있는 관리인은 “하루 평균 10명 내외, 일주일에 10만원 매상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해왔다.

운보의 집은 (주)운보와 사람들이 점유했던 부지가 경매로 넘어간 이후 주차장, 편의시설, 공방, 아트숍 등이 펜스로 쳐 있어 출입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 운보의 집의 입구에 세워진 '운보와 정원'표지석은 운보의 집, 미술관, 분재공원, 수석공원, 조각공원이 존재한다고 알리지만 실제 규모나 시설은 미미하다. 후원회장인 황인연 씨가 재단법인의 이름으로 이 표지석을 세웠지만, 왜 '운보의 집'에서 '운보와 정원'으로 바뀌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정작 운보의 집 입구에 서 있는 것은 ‘운보와 정원’ 표지석이다. (재)운보문화재단의 이름으로 세운 이 표지석은 운보의 집, 미술관, 분재공원, 수석공원, 조각공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2007년 9월이라는 날짜가 명시돼 있다. 이는 후원회장인 황인연 씨가 세운 것으로, 자신이 투자해 놓은 분재겵떠쥈수석 공원에도 마찬가지로 설치해놓았다.

운보미술관 학예사인 김익환 씨는 “분재 공원에는 약 70여개의 작품이 존재한다”며 “내년 초 운보선생과 관련된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고 짧게 설명했다. 실제 공원의 규모나 작품 수는 표지석 설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한 그동안 공석이었던 운보미술관장에는 홍병학 전 충북대 교수가 이미 선임됐지만 아직 활동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익환 씨는 학예사 자격으로 지난해 8월 이곳에 왔다.

새 이사진 법원 등재는 ‘아직’
운보의 집 사태는 지난 3년여를 끌어오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기대를 모았던 새 이사진 구성에서 문화예술계와는 무관한 외지인들로 구성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역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상화 대책위가 꾸려졌고 문화관광부로부터 충북도의 운보의 집 이관까지를 끌어냈지만, 도가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포기함에 따라 또다시 무주공산이 돼버렸다.

그러는 사이 문화관광부는 새 이사진을 승인했고, 정상화 대책위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냄에 따라 이사진들의 법원 등재는 안 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임시 이사회를 열어 내린 첫 결정이 입장료를 현실화하고, 앞으로 관람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동연 이사(청주예총회장)는 지난 6월초 지역인사 13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리고 한 차례 상견례를 열었다. (재)운보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는 지용옥 문화관광환경국장, 윤영현 청원군 부군수, 우영 중원문화재연구원 이사장, 조성훈 전 충북도정무부지사, 조철호 동양일보 사장, 박종호 정론회장, 오제세 국회의원, 김병철 충북변호사협회장, 문상욱 충북예총회장, 장현석 충북문화원연합회장, 강병완 충북미협회장, 김우영 청주지역분재연합회장, 김종천 서울일보 충북본부장이다.

‘형식만 갖춘’ 자문위원회
실제 13명의 자문위원들을 일일이 확인해본 결과 운보의 집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김동연 직무대행과의 친분으로 선뜻 위원직을 수락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 가운데는 “자문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겠고, 솔직히 형식적인 것 아니냐”,“처음 모임 때 우리들이 들러리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 역할에 대해서는 “재단법인은 이사진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문위원회는 형식만 갖추는 것이지 어떤 것을 바꿀 수 있겠냐”며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또한 앞으로의 모임 방향과 횟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김동연 직무대행은 “새 이사진을 구성할 때 지역인사가 들어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법에 따라 전 이사가 추천하는 형식으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누가 추천을 해서 이사가 됐는지 모른다. 자문위원회는 지역의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대안적으로 꾸린 것으로 앞으로 분기별로 모일 계획이다”고 답했다.

정상화 대책위는 “자문위원들이 운보의 집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도 직시하지 못하면서 무슨 자문을 하겠다는 건지, 지역인사들이 들러리를 선 꼴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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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집에 투자했으면 주인이 될 수도 있다”
후원회장 황 씨의 투자와 그가 거래한 이사추천권
20억원 투자에 대한 실력 행사 가능성 배제 못해

새 이사진 구성에 있어 석연치 않는 부분은 김동연 직무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6명(감사포함)이 외지인이라는 출신성분 뿐만 아니라 후원회장으로 불리는 황인연 씨의 존재다. 황인연 씨는 “운보의 집에 현재 2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34억을 더 들여 정상화를 시킬 것이다”며 “이러한 투자의 대가로 이사진 구성에 있어 50%의 추천권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 이사진 가운데 김동연 이사, 김경남 오지호미술관 이사장, 임수정 현 운보미술관 관리인을 본인이 추천했다는 것. 그는 운보의 집에 ‘운보와 정원’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황인연 씨는 “2006년 이후 쓰레기가 돼버린 남의 집에 와서 아낌없이 투자했다. 운보만 있기보다 수석, 조각, 분재 공원을 만들면 관광객이 더 올 것이 아닌가”라며 “향후 부지를 더 매입해 약 120억원을 들여 이곳에 ‘팔도 미술관’을 지어 상업적인 수익을 내겠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 식구를 세 명이나 투입했다.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내가 투자한 것은 순수한 후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사진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내비쳤다.

투자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워낙 운보 그림을 좋아한 콜렉터였고, 우연히 이곳 소식을 듣고 와보니 황폐한 모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가 밝힌 현재까지 투자한 20억원에 대한 사용처는 운보의 집 부채 탕감 및 퇴직금 정산(3~4억), 운보선생 대형 그림 10점 구매(6~7억), 조각․분재 공원 설치 및 한옥 수리 보수 공사(6~7억)등 이다.

정상화대책위는 “투입된 액수 또한 정확한 실체가 없고 황 씨가 불법 점거해 문화시설을 개조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공사 중지 및 원상복구 명령과 벌금형까지 받았다. 한옥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멘트 판을 붙여 오히려 미관을 망쳤고, 원상복구도 해놓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시설을 고쳐놓고 투자에 대한 권리를 요구한다는 논리가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황 씨는 “지난 5월 이사회 때 투자한 금액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말했다”며 “외지인이라고 해서 너무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동연 직무대행 또한 “현 시점에서 외지인, 지역인사를 따지는 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정상화만 시켜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 관장을 홍병학 교수가 맡았듯이 앞으로 지역사람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황씨는 광주지역에서 예식장 사업을 하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태왕사신기 세트장을 변경해 미술관, 대연회장, 공원, 박물관등을 갖춘 ‘제주아트랜드’를 오픈했다. 제주아트랜드 홈페이지는 우정관의 이름으로 ‘운보의 집’이 소개돼 있고, 운보의 집에서 또한 제주아트랜드홍보물이 배치돼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과연 그가 순수한 후원인으로 남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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