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운동도 캠페인과 일회성 행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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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운동도 캠페인과 일회성 행사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7.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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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 창립후 전국으로 전파, 충북서도 발족
"아기 낳으면 돈 주는 것보다 실질적인 제도 만들어라" 여론 비등

이번에는 출산장려운동이다. 정부는 녹색성장, 일자리창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이어 저출산 극복에 팔을 걷었다. 그러나 과거 실시해온 출산장려 정책들이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충북역시 많은 대책들을 쏟아놓고 있지만, 도민들을 출산으로 인도할 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 정부가 출산장려운동에 팔을 걷었으나 캠페인과 형식적인 일에 치중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기존의 정책들도 이런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정부는 지난 6월 9일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경제·종교·시민사회·직능단체 등 총 40개 단체로 구성된 이 운동본부는 출산·양육·가족문화에 대한 국민의식 개선을 위해 사회각계가 참여하는 범국민 캠페인 지속 추진을 목적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충북에서도 지난 3일 ‘아이낳기좋은세상충북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이런 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조직되는 만큼 출산장려운동은 곧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긴 했지만, MB정부의 특성상 ‘듣기싫을 정도로’ 출산장려를 외칠 게 뻔하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아이낳기좋은세상충북운동본부’는 기존의 출산양육후원민간협의회 기능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출산양육후원민간협의회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중심으로 운영중인 출산장려 단체. 그러나 이 단체는 회의와 캠페인 중심으로 운영돼 그동안 이렇다할 실적을 낸 게 없다. 본회의는 1년에 한 번, 실무회의는 1년에 두 번 회의한 게 전부다.

‘밑빠진 독 물붓기’식 예산 지원
현재 충북도내 지자체에서는 출산축하금과 둘째아 이상 출산장려금 지원, 다자녀가정 우대서비스, 셋째아 이상 양육비 지원,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만5세아 및 장애아 보육료 지원 등의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출산전 진료비 지원, 임산부 철분제 지원, 다자녀가구 자동차 취득세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돈 얼마 주고 마는 것이어서 ‘밑빠진 독 물붓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여론이다. 이는 시민들에게 가장 큰 불만요소이기도 하다. 김영애(33·청주시 수곡동)씨는 “지자체에서 아이 낳으면 돈 몇 만원 주는 식인데 안 받는 것보다는 좋지만, 이 때문에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누가 이 돈 바라고 아이를 낳겠는가. 우리들의 세금이 이런 식으로 쓰여 아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은영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출산장려책은 예산낭비가 많다. 이런 예산을 모아 확실한 제도를 만드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만 5세까지 병치레가 잦아 병원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을 감안하여 만 5세까지 모든 아동들의 건강보험료를 전액 지원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이런 부담은 모두 부모들한테 돌아가고 있고, 장애아라도 태어나면 엄청난 의료비로 고생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교수는 “출산장려책 중 또 하나의 문제는 캠페인과 일회성 행사가 너무 많은 것이다. MB정부가 캠페인을 강화해서 국민들을 계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이는 예산낭비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저출산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충북도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3일 ‘아이낳기좋은세상충북운동본부’ 출범식에 맞춰 청주예술의전당에서 ‘태교음악회’를 열었다. 도립예술단과 태교음악을 연구하는 가수 김도향씨가 무대를 꾸몄으나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일해야 하는 임신부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는 출범 목적에서 사회각계가 참여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모든 산하조직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저출산은 단순히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자녀양육비용 및 교육비 증가, 경제적 환경, 노동시장, 일·가정 양립문제 등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응축돼 나타난 결과가 저출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셋째아 우대 정책 실효성 없어
최 교수는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평등하지 않은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가치관이 바뀌었다. 여기에 경제불황과 청년실업난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늦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엄청난 사교육비와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임금차별 등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서서히 온 반면에 우리나라는 갑자기 닥쳐 더 정신이 없으나,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가임기간 동안 낳는 자녀 수)이 1.13명이기 때문에 둘째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정이 두 명을 낳는다고 보고 셋째 아이부터 지원해주는 정책이 많은 점은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청주시·제천시·보은군에서는 셋째아 이상 양육비를 지원하고 출산장려금이나 축하금, 다자녀 우대서비스도 셋째아의 지원이 둘째보다 훨씬 많다. 급식비 지원도 셋째아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MB정부 들어 저출산 문제를 논의하면서 진보적인 여성사회학자들과 여성단체의 참여를 배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아이낳기좋은세상충북운동본부’의 현재 참여단체 20곳에도 충북지역의 진보적인 여성단체는 들어가지 않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충북지회 관계자는 앞으로 참여단체를 40군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나 이런 단체들을 배제하고 일하는 것은 알맹이가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의 출산장려정책을 수립하고 운동으로 이끌어야 할 충북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충북지회에서는 현재 ‘아이낳기좋은세상충북운동본부’를 발족했으나 세부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받아와야 한다. 9월에 참여단체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 일각에서는 “조직만 만들어놓지 말고 저출산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과거의 형식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탈피하고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양립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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