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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부터 부녀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마을 입구부터 조성한 백일홍 꽃길은 이제 마을 도로 전체를 바꿔 놓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이 소문이 조용히 퍼져나가 작년에는 전국농가주부모임이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들기도 했다. 또 삼성생명·성균관대학교와 1사1촌을 맺으면서 매년 백일홍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증가, 마을의 주요 농산물인 남한강쌀을 비롯해 사과·복숭아·감자 등의 직거래망도 넓혔다. 백일홍 꽃이 준 좋은 선물인 셈이다.
이 마을의 이장인 전충근(51)씨는 평생을 백일홍마을에서 살며 농사를 짓는 세대주 중 두 번째로 젊다. 부인 이석순씨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두었고, 자녀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 있다. 백일홍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데 있어 전 이장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도 마을에 농사를 지을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45가구에 70명밖에 안되는 주민 수를 봐도 짐작이 되듯 마을 주민의 상당수가 노인가구이다.
마을의 유명세를 타고 직거래 요청이 많아지고 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택배수수료를 생각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게 전 이장의 마음이다. 그는 “7000~8000원하는 감자 한 박스에 택배료 5000원을 붙이고 나면 대형할인매장이나 시장에서 사는 것 보다 더 비싸진다”며 농수산물 직거래가 농어민이나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홍 꽃길을 탐방하러 온 인근 어린이집 인솔교사가 내미는 체험비를 마다하는 전 이장은 “우리 마을을 찾아준 분들이 고맙다. 농촌을 잊지 말고 항상 마음에 간직해 줬으면 좋겠다”며 백일홍마을 팻말 앞에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