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피거들랑 잊혀진 님 생각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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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피거들랑 잊혀진 님 생각하소서”
  • 김학철 기자
  • 승인 2009.07.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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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마을 가꾸는 충주시 원대곡리 전충근 이장

   
마을 진입로 700여 미터에 백일홍을 심어 가꾼 주민들의 땀과 노력이 자연스레 마을 이름을 바꾸어 놓았다. 충주시 주덕읍 원대곡리 부락은 45가구 70명의 주민이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5년 전부터 부녀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마을 입구부터 조성한 백일홍 꽃길은 이제 마을 도로 전체를 바꿔 놓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이 소문이 조용히 퍼져나가 작년에는 전국농가주부모임이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들기도 했다. 또 삼성생명·성균관대학교와 1사1촌을 맺으면서 매년 백일홍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증가, 마을의 주요 농산물인 남한강쌀을 비롯해 사과·복숭아·감자 등의 직거래망도 넓혔다. 백일홍 꽃이 준 좋은 선물인 셈이다.

이 마을의 이장인 전충근(51)씨는 평생을 백일홍마을에서 살며 농사를 짓는 세대주 중 두 번째로 젊다. 부인 이석순씨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두었고, 자녀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 있다. 백일홍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데 있어 전 이장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도 마을에 농사를 지을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45가구에 70명밖에 안되는 주민 수를 봐도 짐작이 되듯 마을 주민의 상당수가 노인가구이다.

마을의 유명세를 타고 직거래 요청이 많아지고 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택배수수료를 생각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게 전 이장의 마음이다. 그는 “7000~8000원하는 감자 한 박스에 택배료 5000원을 붙이고 나면 대형할인매장이나 시장에서 사는 것 보다 더 비싸진다”며 농수산물 직거래가 농어민이나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홍 꽃길을 탐방하러 온 인근 어린이집 인솔교사가 내미는 체험비를 마다하는 전 이장은 “우리 마을을 찾아준 분들이 고맙다. 농촌을 잊지 말고 항상 마음에 간직해 줬으면 좋겠다”며 백일홍마을 팻말 앞에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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