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가족 찾은 정신장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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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가족 찾은 정신장애 여성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3.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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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서 안정희 순경 가족사진 한장으로 60일간 추적

한 여성 경찰관이 헤어진 가족을 그리던 정신지체 장애인을 끈질긴 노력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제천경찰서(서장 이원구) 종합민원실에 근무하는 안정희 순경(여·28)은 지난 10월, 7년 전 부모를 잃고 사회복지법인 제천 봉양 살레시오의 집에서 생활하던 김경순 씨(여·32)가 헤어진 가족을 애타게 찾는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2개월 동안 경찰 전산망과 전화 추적 등 탐문 활동을 통해 마침내 경순 씨의 가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신지체장애인인 김 씨는 지난 7년 동안 살레시오의집에서 생활하면서 평소 “엄마가 보고싶다”는 말을 자주 해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김 씨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던 살레시오의집 측은 지난 2001년 방송국의 가족찾기 프로그램인 ‘아침마당’과 ‘정덕희의 행복하소서’ 등에 경순 씨의 TV출연을 의뢰해 지상파의 힘을 빌어 가족 상봉을 이뤄주려 했지만, 정신지체 장애인을 생방송에 출연시켜 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방송사 측의 답변에 기대를 접어야 했다.

매년 명절 때만 되면 가족을 그리워하며 “엄마 찾아줘! 엄마 보고 싶어!”라며 눈물로 애원하던 경순 씨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만 보던 살레시오의집 가족들은 지난 10월 18일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경찰서를 찾아 민원 업무를 처리 중이던 안 순경에게 이 같은 사연을 전하기에 이른 것.

민원을 접수한 안 순경은 아무런 인적 사항과 근거도 없는 경순 씨가 유일하게 결혼식 사진 한 장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진에 찍혀 있는 신랑 신부의 이름을 근거로 본격적인 탐문에 나섰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경순 씨를 보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순 씨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죠. 다행히 경순 씨가 살레시오의집에 들어갈 때부터 소지하고 있던 사진 한 장이 중요한 단서가 돼 탐문에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 사진의 주인공인 신랑 김응환 씨가 경순 씨의 친오빠라는 사실을 알아낸 안 순경은 곧바로 경찰 전산망을 통해 경순 씨보다 연상이며 결혼 적령기에 이른 64명의 김응환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안 순경은 이 중 전화번호가 확인된 25명에 대해서는 일일이 전화를 하고, 번호를 알 수 없는 나머지 39명에 대해서는 관할 경찰서에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를 의뢰하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안 순경의 피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민원을 접수한 지 2달 가량이 지난 12월 12일. 마침내 경순 씨의 가족이 충남 청양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안 순경은 경순 씨를 꿈에도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가족을 만나서 기뻐하는 경순 씨를 보면서 무한한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는 안 순경은 “앞으로도 맡은 바 직분에 최선을 다해 주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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