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가 아직도 어렵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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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가 아직도 어렵다고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1.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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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회째…귀농여성의 삶 다룬 개막작 호응
미디어센터·영상제작 그룹 부재 지역성 못 담아내
   
 
  ▲ 지난달 29일 열린 청주여성영화제는 귀농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땅의 여자’를 개막작으로 상영했다. ‘땅, 여자’를 주제로 열린 귀농여성들이 토론자로 참석한 토론회 모습.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청주여성영화제가 지난 29일달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1층 에듀피아 상영관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땅, 여자’. 개막작으로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를 상영했다.

영화 ‘땅의 여자’는 농사꾼으로 살고 싶던, 씩씩한 언니들의 좌충우돌 농촌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다.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대학동창인 셋은 저마다의 이유로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경상남도 작은 마을로 시집을 오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지만 현실은 어렵기만하다.

‘땅의 여자’는 귀농 바람이 부는 요즘, 여성의 관점에서 귀농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땅, 여자’를 주제로 이혜정 청주YWCA 사회적 기업 ‘올리’대표가 지역 귀농여성을 토론자로 끌어들여 영화에 대한 토론회를 연 것도 반응이 좋았다.

전국여성농민회 우리텃밭 사무국장 윤정원, 영동 승지골 농장 대표 조순희 씨가 귀농에 관한 로망과 현실의 온도차를 들려줬다. 이들은 “정말 영화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도시사람들은 시골에 가면 문화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데 오히려 ‘찾아가는 문화행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귀농 7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며, 심지어 43년이 돼도 ‘들어온 이’로 불린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저녁 8시에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시간은 박인영 영화평론가가 사회를 맡고 지역 귀농인들이 참여해 밀도 있는 대화들이 오갔다. 권우정 감독은 “앞으로 농촌에 남겨진 할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 그들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예년보다 많이 편안해졌다. 영화들도 동성애, 레즈비언 등 파격적인 소재들을 벗어나 가족, 다문화, 농촌 등 익숙한 내용들이 많았다.

청주여성영화제는 청주시에서 여성발전기금 500만원을 지원받아 해마다 열리고 있다. 행사를 여는 주최 측은 청주 YWCA여성종합상담소다. 박정민 담당자는 “영화제는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을 다룬 장르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 메리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제의 주요 관객은 여전히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대학생이다. 약 350여명이 참여한다. 박정민 담당자는 “독립된 사무국을 꾸리지 못하다보니 부딪히는 한계도 있다. 지속적으로 여성영화를 만나게 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한데 예산 및 인력이 확보돼 있지 못해 영화제를 여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평했다.

여성영화제는 여성단체들이 벌이는 행사가운데 문화를 매개로 대중과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여성 창작집단의 부재, 미디어센터의 부재 등으로 인해 영화제의 규모를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은 “다른 지역 영화제하고는 비교가 많이 된다. 지역의 색깔을 드러내거나, 다양한 이벤트가 동시에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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