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달콤 씁쓸한 유혹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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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달콤 씁쓸한 유혹에 빠지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7.2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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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가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가다
커피클럽·성원경 커피숍·바리스타컴퍼니

   
▲ 로스터리 카페의 매력은 바리스타의 실력이 녹아진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는 것이다. 신선함은 기본이요, 커피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은 다방커피의 공식암호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커피에 설탕을 넣은 ‘블랙’과 커피에 얼음을 넣은 ‘냉커피’에서 이제 사람들은 에스프레스,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등의 이름들을 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 시점을 2007년 전후로 기억한다. 당시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커피프린스>가 대히트를 쳤고, 그러면서 사람들은 바리스타라는 생소한 직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어쩌면 바리스타 1세대가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나홀로 저평가된 커피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싸웠다면 바리스타 2세대는 대형 체인의 등장으로 변화된 시장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요즘 커피를 배우려는 인구는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청주와 충주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40%가 응시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커피를 배우는 사람들은 창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커피전문점이 골목을 점령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위주의 대형 커피전문점과 카페 틈새에서 느림의 미학을 선보이는 로스터리 카페(Roastery Cafe)가 부쩍 눈에 띈다.

로스터리 카페는 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콩과 커피를 판매하는 곳을 말하는데, 원산지별 다양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에는 주인장에게 일명 ‘오늘의 커피’를 묻거나 자신의 취향을 설명한 후 추천을 받는 게 좋다. 커피 마니아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의 로스터리 카페 중 3곳을 소개한다.

예술가가 만드는 ‘예술적인 커피’
커피클럽

   
▲ 커피클럽은 사직동 재개발 지역 내 위치해있다.
“화가의 인생을 걸었던 미국 유학이 좌절되고 3년간 집에서 칩거하게 됐죠. 그 때 아침에 인스턴트 커피 한잔, 오후에 허브티를 마셨는데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우울증이 심해 자살을 매일 생각했지만 커피 때문에 견뎠죠.”

동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지역에서 유명한 입시강사였다. 미국에서 제2의 그림인생을 펼치려다 좌절됐다. 인스턴트 커피를 3년 동안 마신 후(?) 그는 2006년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커피를 처음 배웠다.
커피클럽의 주인장 박진영 씨(45)에게 커피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 준 고마운 존재다. 커피는 그에게 훌륭한 치료제였던 셈이다. 그런 만큼 그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에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커피클럽에서는 커피의 원산지부터 커피의 맛 등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는 커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박 씨는 사직동 분수대 맞은편 재개발 지역에 지난해 가게를 열었다. 주차장도 변변치 않는 곳이지만 커피클럽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커피 한잔에도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학자’같은 단골이 많다. 젊은 남자들이 이곳에 혼자 와 커피의 맛에 대해 질문하고 원두를 사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친구들에게 비싼 커피 마시러 가자면 차라리 술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젊은 남자들은 혼자서 올 수 밖에 없어요.” 주인장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박 씨는 아티스트가 가진 예민한 촉수로 커피를 대하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특히 열광한다. 충북대 김승환 교수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이곳을 찾는 단골이다.

커피클럽에는 ‘커피만 있는 집’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 문구의 함의는 다양하다. 바리스타가 커피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리기도 한다. “2007년 허름한 집을 저당 잡혀 로스터 기계를 구입했죠. 당시 모두들 말렸어요. 그 후 또다시 1년간 원룸에 칩거하면서 커피를 볶았어요.”

박 씨는 2007년에는 인터넷에 원두를 파는 ‘커피클럽’을, 2010년에는 오프라인 가게를 냈다. 커피클럽에서는 핸드드립 커피 20종류와 운이 좋으면 소량 생산돼 구하기 힘든 스페셜커피도 만날 수 있다. 신선함은 기본이다. 아메리카노는 가게에서는 5000원이지만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는 3000원이다. 커피클럽의 추천메뉴는 카푸치노(가게 5500원, 테이트아웃 3500원)다. “카푸치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자 그만큼 맛을 내기 어렵기도 하죠.” (문의 268-6750)

커피인으로 산 성원경, 브랜드가 되다
성원경 커피숍

   
▲ 성원경 커피숍 전경.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대형체인에 맞서 토종 브랜드로 ‘카페베네’가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카페베네 이전에 체인브랜드를 만든 주인공이 있다. 바로 성원경 씨(45)다. 그는 자신을 ‘커피 인(人)’으로 소개했다.

20년 전 25살 청년이 음악에 빠져 커피숍을 드나든 것이 첫 인연이었다. 그 후 20년 동안 매일 생두를 만지고 볶는 ‘커피 인생’을 살았다. 그의 커피인생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커피 유통에 손을 댔지만 점차 커피 본연의 맛을 내고 싶다는 욕심에 바리스타의 길을 걷게 됐다.

2000년 초반 ‘카페 코나’라는 지역 토종 브랜드를 유통시키고 7개까지 체인을 냈지만 스스로 접었다. ‘카페 코나’는 대중들이 좀 더 싼 가격에 질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체인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이었다. 하지만 유럽의 낭만적인 커피문화를 전파하는 꿈을 펼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20년 커피 인생가운데 지금은 호황 중에서도 호황이다. 그에게 커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벌써 바리스타 교육을 한 제자만 800명이라고 했다. 네이버 카페 ‘코나커피 아카데미’의 회원수는 3600명. 그는 이 카페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성 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커피숍을 2008년 12월 성안길에 냈다. 성원경 커피숍에는 ‘10kg’ 대형 로스팅 기계가 눈에 띈다. 후지로얄 제품으로 소형 아파트 전세 값이다. 그 외에 수곡동 사무실에도 로스팅 기계가 있다. 대형 기계가 필요한 이유는 그가 직접 생두를 로스팅해 성원경 커피숍뿐만 아니라 업체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일정이 빡빡해 주로 밤에 로스팅을 한다. 커피와 함께 전투적인 삶을 살아온 그는 유통부터 교육, 사업까지 ‘성원경’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코나통상, 성원경 커피, 아이커피코리아, 코나커피 아카데미 등 그가 가진 대표직 명함도 여러 개다. “커피는 친구와 같은 존재에요. 친구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도 지켜봐야 할 때가 있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에요.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친해져야 하죠. 다 알았다고 생각해도 모를 때가 있어요.”

커피인답게 그의 커피에 대한 설명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성원경 브랜드’사업을 꿈꾸고 있다. 성 씨는 핸드드립 커피(6000원)를 자신 있게 추천했다. 가장 솔직한 커피라고 소개했다. ‘오늘의 커피’는 5000원이다. 성원경 커피숍 또한 에스프레스와 20여 종류의 핸드드립커피, 다양한 음료와 베리에이션(라떼 류 등) 메뉴를 선보인다. (문의 234-3300)

청춘, 커피에 빠지다
바리스타 컴퍼니

   
▲ 바리스타 컴퍼니 전경
‘바리스타 컴퍼니’라고? 곱씹어보면 꽤 거창한 이름이다. 카페이름은 스물아홉 젊은 주인장의 꿈을 담았다. 바리스타 컴퍼니는 지난 1월에 오픈했는데 벌써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다.

수동에서 중앙시장 방향으로 위치한 작은 단독건물로 공간만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노란색 페인트로 마감하고 하늘색으로 포인트를 준 2층 건물은 유럽의 여느 카페를 닮아있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동화 속 집처럼 튀어나온 이 공간을 음미하는 것만으로 커피 값이 아깝지 않다.

작지만 밀도 있는 공간에서 바리스타 임한억 씨는 손님을 맞는다. “처음에 이곳에 카페를 낸 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공간이지만 가능성을 확신했죠.” 인쇄소 옆 창고건물은 그렇게 카페가 됐다.

임 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평택에 있는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커피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건 퇴근하고 ‘평택문화원’에서 커피를 접하면서다.

평택문화원은 커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으로 방배동에 있는 ‘커피문화원’의 분점 같은 곳이다. 임 씨는 매장에서 처음에는 서빙을 했고, 나중엔 바리스타를 교육하는 강사가 됐다. 4년 동안 실력을 다진 후 고향인 청주에 왔다.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몰입한 것이 ‘커피’였다고 고백하는 그다. 6개월 만에 현재 수입은 월급쟁이일 때보다 2~3배 많다고 귀띔한다.

바리스타 컴퍼니는 탄탄한 준비 끝에 탄생한 공간이다. 로스팅 기계는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밧(probat)'을 사용한다. 월,수,금,토요일 일주일에 4번 로스팅을 한다. 하루에 10번 넘게 돌릴 때도 있다. 로스터리 카페의 매력은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2주가 지나면 폐기처분이 원칙이지만 그 전에 이미 원두가 다 팔릴 때가 많다. “최근 로스터리 카페가 많이 생겼는데 로스팅 기계만 가져다놓으면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해요. 날씨와 실전 경험 등이 축적돼야죠.”

그는 조만간 커피를 이용한 창작메뉴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에스프레스 2500원, 핸드드립 커피 6000원, 7000원이다. 그는 핸드드립으로 진하게 내린 원두에 우유를 섞은 카페오레(6500원)를 추천했다. 에스프레스 커피 가운데도 비쉴린, 로마노, 코르타도 등은 로스터리 카페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메뉴라고 소개했다.

바리스타 컴퍼니는 20여 종류의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단 로스터리 카페에서 팥빙수를 찾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다. (문의 222-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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