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위에 올라간 사람보다 땅에 있는 사람들이 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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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위에 올라간 사람보다 땅에 있는 사람들이 변해야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8.0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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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장 두레 ‘소금꽃’공연 5人

무대에서 크레인 대신 2층 높이 아시바에 올라 남자는 아내에게 말한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치면 손가락이 부러져도 손가락이 모여 주먹이 되면 다만 가능성이라고 있지 않느냐”고. 예술공장 두레는 지난 30일과 31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소금꽃’공연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200일 넘게 35m 쇠덩어리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 씨의 이야기다.

무대에는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남자 신태희(28·강철호 역)씨가 아시바에 올라갔다. 마당극 소금꽃은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 땅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연극은 ‘소금꽃 나무’ 김진숙 씨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다.

사진/육성준 기자.

그래서 여자 오세아(31·김순임 역)씨가 주인공이다. 극중에서 순임이는 크레인 위에 올라간 남편 철호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구박한다. 그러다가 점차 철호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강인한 인물로 변화한다. 이번 공연에는 오세아, 신태희 씨 외에도 박찬희, 연수연, 정수석 씨가 출현해 노동자와 사측 등을 번갈아가며 1인 다역을 맡는다.

박찬희 예술공장 두레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가진자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토록 생명을 걸고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며 자녀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소망이 ‘정리해고’로 실종돼버렸다. ‘크레인’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보다 올라가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 다수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 청주에서도 희망버스가 출발했다. 하지만 희망버스를 ‘절망버스’로 지칭하는 사람들과의 대립도 여전히 첨예하다. 지금 이러한 현실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박찬희 국장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장에서 공연하기를 기대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본 공연보다 짧은 춤 공연을 준비했지만 해고노동자 측에서 지금은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예술공장 두레는 지난 6월에는 보도연맹사건을 극화한 창작마당극 ‘귀동아 방귀동아’를 선보였다. 보도연맹 사건의 억울한 죽음들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귀동아 방귀동아’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예술공장 두레는 84년 창단했다. 현재 오세란 씨가 이사장으로 있고 ‘염쟁이 유씨’로 유명한 유순웅 씨 또한 예술공장 두레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30년 가까이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전통적인 장단으로 우리사회의 잊혀지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대에선 무용, 연극 등 새로운 요소가 많이 개입되고 있지만 전통을 놓지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 이번 공연은 5명의 단원이 함께 극을 짜고 출연했다.

예술공장 두레의 공연은 대개 공동창작을 원칙으로 한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6시 퇴근,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 주말에 공연이 많이 잡혀있어 사실상 주 7일 근무다. 예술공장 두레의 입단 5년차인 오세아 씨는 “예술노동도 쉽지 않다. 작품을 창작하고 난 뒤 힘이 빠질 때도 많다. 하지만 다른 일도 다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공연을 통해 새로운 인물에 몰입하고 공부해나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5년차이지만 아직 월급은 두 자리수. 오 씨는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도 붓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신태희 씨는 대학에서 풍물패 활동을 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다시 예술공장 두레에 왔다. 그는 “이번 공연을 하면서 더욱 노동자의 현실과 삶에 대해 감정이입이 됐다. 노동자들이 아무런 돌파구도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공연 충청북도 공연단체집중육성사업으로 지원을 받았다. 박찬희 국장은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올해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내년이 걱정된다”며 “지역축제가 현저히 줄어들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예술공장 두레는 해마다 농촌우수마당큰잔치를 열고 전국의 마당극 단체를 초청해 ‘잔치’를 벌인다. 올해는 ‘굿’을 주제로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술공장 두레 공연장에서 공연이 열리며 7팀이 참가한다. 늦더위를 마당극으로 식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의 211-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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