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는 또 밥상에 올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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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는 또 밥상에 올라올 수 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8.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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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지자체 관리감독 강화 시급
쇠고기이력제 위조 손 쉬어…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병든 소가 또다시 불법 도축돼 아이들의 식판에, 식당메뉴에 올라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얼마든지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구조적인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안 된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 또한 “농민들이 병든 소를 넘겨도 싼 값에 받아주는 업자가 있고, 이들이 판매처에 공급한다면 이런 일은 또 일어난다. 1차적으로 농민들이 돈을 더 받겠다고 병든 소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넘기는 것이 문제다.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 중개업자에 대한 실명제가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2007년부터 시행한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도 납품업자가 도축검사증명서와 등급판정서를 모두 위조해 정상적인 소인 것처럼 둔갑해 유통됐다. 또 농민이 축협에 병든 소를 자진신고하게 돼 있지만 소를 불법 도축한 후 3개월 후에 신고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농민과 축협의 관계상 축협직원들이 이를 관리감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허위신고해도 벌금이 50~100만원으로 약하다.

   
▲ 병든 소가 또다시 불법 도축돼 아이들의 식판이나 식당 메뉴로 나올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여전하다. 이번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북도교육청 및 지자체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까.
충북도, 병든 소 처비 지원키로

이번 사건이 터지자 충북도는 ‘폐사가축처리비지원제’를 발표했다. 병든 소 한 마리당 보상비로 20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받은 죽은 소들은 랜더링 처리를 통해 기름을 짜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불법 도축업자들은 농민들에게 병든 소를 10~50만원을 구입해 운반비와 소개비로 각각 10만원씩을 받았다. 이후 시가대로 판매해 적어도 4배 이상 이익을 챙겼다.

충북도교육청은 항생제 사용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각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학교식단을 보고 불시에 방문해 납품된 고기를 샘플링해 도 산하기관인 축산위생연구소를 넘기는 것이다. 5월 사건이 터진 후 이미 50개 납품업체를 조사했다. 충북도내 급식납품업체는 지난해 총 85개였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사실 축산물의 항생제 및 유해잔류물질검사는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5월 15일 급식에 납품되는 모든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검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아이들의 먹을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여부를 따지지 않고 교육청이 먼저 나서서 했다. 교육청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도 “일선학교의 급식의 수준과 질이 아주 우수한 편이다. 교육청도 피해자인데 왜 교육청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지 이해가 안 된다. 관리감독이 허술한 충북도 및 지자체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동의했다.

병든 소는 항생제 덩어리

사실상 기립 불능 소, 병든 소, 절각 소 등 불법 도축된 소는 항생제 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브루셀라(소의 성병)및 원인불명의 병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보면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도살, 처리, 가공, 포장, 유통업체가 허가 및 신고해야하며 위생감시원이 이들 업체에 대해 출입 및 조사, 지도 처분하되 도축업, 축산물가공업, 식육저장처리업에 한해 연 1회 위생지도검사를 해야 한다. 최근 농림식품부는 위생감사원에게 현장 체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축산물관리시스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 생협 등 소비자 단체들이 최근 시장을 면담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하루빨리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청주시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생협단체들은 지난달 25일 청주시장을 면담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먹을거리 교육 및 학교급식 및 공공급식에 한해 식자재 검수 절차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청주시장은 “학교급식을 통해 식품의 안전성 확보 및 친환경 농업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무상급식을 통해 질 좋은 먹을거리 공급과 식품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의 학교급식지원조례를 개정해 논의구조를 확대하고 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기반을 만들 것이다. 또 교육청, 시민사회단체, 생산자 단체들과 지속적인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 청주시는 울산 북구를 견학하기도 했다.

로컬푸드네트워크 관계자는 “병든 소 파문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지자체 차원에서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관리·감독하는 방법 밖에 없다. 눈으로 봐서 불법 도축된 고기인지 식품에 농약을 많이 쳤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선별해서 공급해야 한다. 지금의 최저입찰제도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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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 재판 어떻게 되나

검찰은 이번 병든 소 불법 도축 유통사건에 개입된 사람 가운데 8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에 축주-중개상-도축업자-유통업자-구매처로 이어지는 유통구조 전모를 파악했다. 구속기소된 8명 가운데 2명은 이미 실형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빈태욱 판사는 7월 1일 불법도축 혐의(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박모(49)씨와 전모(44)씨에게 각각 징역 1년6월,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빈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건전한 쇠고기 유통질서를 해하고 일반 국민의 한우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킨 것은 물론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며 병든 소를 폐기하는 다수의 한우농가에 피해를 준 점에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유명해장국집의 실질적인 주인 김성규 시의원의 처남과 처형, 부인도 불법도축한 고기를 납품하고 공급받은 혐의로 재판중이다. 특히 처남은 ‘ㄴ’축산물판매업체를 차리고 해장국집 본점과 산남점, 봉명점에 불법도축한 소를 납품했다.

또 학교급식에 불법 도축한 고기를 납품한 ‘ㅅ미트’의 경우 공동대표 2명과 운반자 총 3명이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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