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출연해봤자 얼마 안 가 지원 '뚝'
복지사각지대는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못한, 들어오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제도권 안에 있어도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충청리뷰는 복지사각지대를 주제로 노인부부, 장애인부부,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차상위 계층 등 유형별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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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놀이는 텔레비전 시청 뿐이다. |
봉명동의 한 연립주택. 입구부터 쓰레기가 너부러져있다. 악취가 코를 찔렸다. 쓰레기장 같은 이곳에서 4남매와 아버지가 살고 있다. 아버지 김동명(가명)씨는 오늘도 아침부터 폐지를 주우러 나갔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주워도 한 달 7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이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로 86만원을 지원받는다. 4남매는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면 유치원에, 학교에 간다. 그런데 요즘 같은 방학기간이 제일 문제다.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은 그저 지나간 프로를 계속해서 돌려보거나 낡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게 놀이의 전부다. 아이들은 시트콤 ‘하이킥 3’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달 전 쯤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 정신질환이 있던 어머니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부업을 위해 집안 가득 물건을 쌓아놓았지만 아이들을 씻기지도 청소를 하지도 않았다. 16살에 시집 와 네 명의 아이를 낳고 아직도 서른이 안 된 젊은 엄마는 육아의 부담 때문에 결국 집을 나갔다.
지금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는 첫째 철수(가명·16)다. 철수는 아버지가 이혼한 후 오래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운천동에서 살고 있다. 김동명 씨는 재혼했다. 그러니까 방학을 맞아 철수가 버스를 타고 와 아버지가 올 때까지 이복동생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청소도 하고 밥도 한다지만 살림은 도통 손에 안 익는다.
“청소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청소기가 없어서….”식당에 나가는 어머니가 가끔 반찬을 해서 준다. “밥을 하면 반찬은 엄마가 해 주는 것으로 먹고, 가끔 라면 먹고 그래요.”
점심은 최근 사회적 기업 ‘행복도시락’에서 방학기간 도시락을 지원해줘서 근심을 덜었다. 방학기간에는 시에서 식권 3000원짜리가 나오지만 ‘재래시장 상품권’이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동네에 가맹점도 1~2개뿐이다.
김 씨네 가족은 몇 해 전 <KBS동행>에 출연했다. 5살 된 막내 은수가 태어나자마자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했지만 돈이 없어 애를 태울 때 방송을 타게 됐다. 방송 이후 은수는 수술을 잘 마쳤고, 또 방 한 칸 살림에서 방 세 칸짜리 연립주택 전세로 이사까지 했다.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최신형 냉장고가 있는 것도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이었다. 당장 닥친 어려움은 해결했지만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게 힘에 부친다.
둘째 경수(가명·13)는 친구와 ‘메타슬러2’게임을 내내 했다. 컴퓨터 게임을 독점하는 것은 언제나 둘째 경수다. “아빠가 2시간만 게임을 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꿈이 가수인 셋째 지수(가명·10)는 웃기만 한다.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인지도 말하기가 쑥스럽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눈을 못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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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에는 알 수 없는 낙서들로 가득 메워져 있을 뿐 책 한권을 찾을 수 없다. 막내 은수는 작은 자동차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그 흔한 블록도 뽀로로 캐릭터 장난감도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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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0원 급식비 지원의 딜레마
청주시 여성가족과는 방학기간에 초·중·고등학생 만 6세부터 18세미만 취약계층 아동 9800여명에게 급식을 지원한다. 소년소녀가장, 부모가 복역 중인 자녀, 부모 병원 입원 자녀,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이다. 학교 및 각 동에서 대상자를 파악해 구와 시로 올려 선정한다.
대상자들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다. 1일 지원액은 3000원. 이번 여름방학의 경우 41일×3000원 총 12만 3000원을 지원받았다. 3000원과 5000원짜리 상품권을 섞어 한 번에 지급된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는 이유는 두 가지. 재래시장도 살리고, 부모가 재래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 먹으라는 의도다.
하지만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가정에서 이를 지키기는 어렵다. 제천시의 경우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고, 충주시의 경우 바우처제도를 활용중이다. 바우처제도는 체크카드를 주고 가맹점에서 포인트 내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하면 특히 여름에 식중독 사고 등 위험성이 높다. 내년부터는 바우처 제도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청주시내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는 식당은 45개다. 동마다 1개에서 많으면 3개가 있다. 한 사회복지사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면 가게 주인들이 다시 농협에 가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꺼려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내려 보낼 때 상품권 형태로 지원하면 감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씨네 가정은 다행스럽게도 지난 5월부터 청주시의 ‘사례관리’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례관리는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서비스로 보통 가정마다 6개월~1년 단위로 지원한다. 청주시의 사례관리 담당자는 10명. 이들이 관리하는 사례관리는 281가구. 한 사회복지사는 “보통 담당자마다 25~30가구를 사례관리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례관리도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대부분 지역아동센터 연결이나 상담서비스 등으로 그치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