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콘텐츠 없이 공허한 구호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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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콘텐츠 없이 공허한 구호만 난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4.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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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아이러브뉴욕’캠페인은 성공사례 주목할 만
대구․대구․부산 등 광역지자체 그마나 지속성 유지

충북의 도시브랜드 마케팅 ‘뒤죽박죽’
도민조차 공감하지 않는 슬로건

충북도의 브랜드 슬로건은 생명과 태양의 땅이다. 민선 5기 도정목표는 ‘함께하는 충북’이고, 성장비전은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이다. 도청에 근무한 한 공무원은 “함께 노력해서 생명과 태양의 땅을 만들어 대한민국 중심, 당당한 충북이 되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도민들은 지역축제 때 플래카드에서 이러한 문구를 얼핏 보았을 뿐, 체감되지 않는다. 왜 일까.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충북이 당체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면 이와 관련한 정책이 있어야 하는 데 마뜩치 않다. 4년 전인 민선 4기 때만 해도 경제특별도, 문화선진도, BlG충북,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 등 ‘경제’를 강조했지만 이 또한 지금 들으면 생경하기만 하다.

▲ ‘고드미 바르미’는 민선 2기 때 만들어진 충청북도의 캐릭터다. 도 경계에 조형물이 세워져있어 충북도를 홍보하고 있다. 박람회나 지역축제에도 캐릭터 인형이 등장한다. 조형물 아래 부착된 문구는 매번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변한다.

선출직 단체장 비전 과시만

충북도뿐만 아니라 12개 시군 자치단체는 매번 새로운 단체장이 선출될 때마다 새로운 목표와 브랜드슬로건, 상징마크 등이 만들어진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이 갖춰야 할 기본요소인 일관성과 통일성이 보이지 않는다. 구호에는 정치적인 과시만이 난무할 뿐이다.

그래서 도내 12개 시군 자치단체의 비전과 구호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이 잘 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규원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사성, 도시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산업 중심적 시각이 두드러진다.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별화 전략’인데 이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홍보물도 제각각이다. 색감과 질감이 다 다르다. 일관성, 효율성,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취임식이 끝나고 각계 인사가 모여 비전과 방침을 정한다. 취임사 때 이를 발표한다. 상징마크나 캐릭터 등은 민선 2기 때 정해져 안 바뀌었다. 충청북도 상징물 관리조례 때문이다. 충북도의 캐릭터는 고드미, 바르미다. 엑스포나 박람회 때 고드미 바르미 인형을 쓰고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보를 위해 도 경계에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문구만이 교체된다. 부착식이라 교체비용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출직 바람 덜 타는 광역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는 하나의 브랜드슬로건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2004년에 제정한 ‘It's Daejeon’이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역시 2004년 제정한 ‘colorful daegu’, 부산광역시 또한 2004년부터 ‘Dynamic부산’을 줄곧 사용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매번 자치단체장이 교체 됐음에도 2002년부터 'Hi seoul' 슬로건을 통해 도시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이름이 바뀌지 않는 곳들은 대개 광역시다. 시장 군수가 선출직이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청풍명월’ 충남이 먼저 등록

▲ 1975년 만들어진 ‘아이러브뉴욕’로고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문화의 도시 뉴욕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제고했다.
충북의 도시브랜드는 과연 무엇인가. 흔히 떠오르는 ‘청풍명월’마저 충남도가 이미 특허청에 등록을 마쳤다. 상품이나 특정행사에는 쓰지 못하지만, 관용적으로 쓸 수는 있다. 한마디로 충북도가 브랜드 관리에 허술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도시, 교육의 도시일까. 충북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고, 교육의 도시라고 일컬을 만한 뚜렷한 아이템 또한 갖고 있지 않다. 충북의 도시 브랜드 마케팅은 뒤죽박죽이거나, 파급력을 가지지 못하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타인에게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스스로도 생명력을 갖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도시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 뉴욕의 ‘아이러브뉴욕’을 떠올린다. 1975년 밀턴 글레이저가 창안한 이 문구는 뉴욕 도시전체를 바꾸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뉴욕은 퇴폐업소와 갱들로 넘쳐나는 도시였지만, 아이러브뉴욕 캠페인과 더불어 문화의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결국 이 로고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패러디를 낳으면서 여전히 흥행하고 있다. 홍콩은 이를 따라해 ‘아이 러브 홍콩’을 만들었지만 유교문화권인 홍콩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실패한 마케팅이 됐다.

김규원 연구위원은 “일회적인 브랜드 기획과 제작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 브랜드는 단순히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요인이며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수단이다”고 말했다.

뉴욕시민은 뉴요커, 파리 사람들은 파리지앵으로 불린다. 리버풀은 비틀즈로 통한다. 그렇다면 충북도민은 이제 무엇으로 불려야 할까.

민선 5기 도정홍보관 없애고 브리핑 룸 설치
“찾는 이가 없어서”…13억 4500만원 공중분해

▲ 억대를 투입한 도정홍보관은 사라지고, 지난해 공보실과 기자실이 들어섰다.

2011년 도정홍보관 자리에는 공보실과 기자실이 들어섰다. 2007년 정우택 지사 시절 도청홍보관을 짓는데 9억 1500만원, 도정사료관 1억 9500만원, 전시판매장 2억 3500만원 총 13억 4500만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도정홍보관은 홍보물이 교체가 잘 되지 않고 찾는 이가 적다는 이유로 지난해 공중분해됐다. 도정사료관은 현재 문이 잠겨져 있다. 도 관계자는 “도정사료관은 총무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요한 자료가 많아 잠가두고 있으며 견학을 신청하면 그 때 연다. 전시판매장은 중소기업 제품 소개와 커피숍으로 이미 새 단장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2007년 개관 이후 2010년까지 도정홍보관을 찾은 이는 2만 8674명이다. 한 시민은 “결국 10억 가까운 예산이 낭비된 것 아니냐. 이 후에 홍보관이 필요하다고 또 짓게 되지 않을는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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