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농부, 밤에는 書生 ‘주경야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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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농부, 밤에는 書生 ‘주경야독 목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4.2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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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대안학교와 도서관 설립 계획
무인카페, 유기농가게, 자연학교 운영… 마을의 ‘보물’

손에 흙을 묻히고 왔을 법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 백영기 목사(52)는 농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마을사람들과 하나가 될 수 없어요.”

1992년 백목사는 쌍샘교회를 모충동 달동네에 열었다. 쌍샘이란 이름은 동네의 옛 이름이었다. 여전히 “교회에 샘이 두 개냐”는 질문을 받는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작은 도서관을 열면서 한글학교,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어갔다. 마을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98년 도시영세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마을의 정겨운 모양새가 변하기 시작했다. 판자촌 대신에 길이 뚫리고, 이웃사촌들은 도시화로 인해 헤어지게 됐다.

▲ 사진=육성준 기자

그냥 도시에 있자니, 뭔가 찜찜했다. 도시에서 10년을 보낸 뒤 청원군 미원면 호정 2구로 이사를 왔다. 올해로 호정 2구에서 꼭 10년을 맞이했다. 교회이름에는 ‘자연’이라는 이름을 보탰다. ‘쌍샘자연교회’는 20년의 역사를 품고 있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무리한 성전건축대신 교인들이 함께 천천히 집을 지었다. 쌍샘자연교회에는 자연학교와 공부방(민들레학교)인 지역아동센터, 무인카페 사랑방, 친환경 가게 ‘착한살림’, 노아공방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무인카페는 주인이 없다. 교인들이 1년 넘게 흙과 목재로 지은 건물인데 환경 관련 서적들과 낡은 난로, 그리고 차가 종류별로 놓여있다. 차를 마시고, 공간을 음미하고 성의껏 ‘차 값’을 내면 된다. 백목사는 “공간에 주인이 있으면 불편하게 여길 것 같아 잘 오지 않아요”라고 했다.

노아공방을 통해 교인들은 바느질, 천연염색 등 공예를 즐기고 배우고 또 무인카페에 장식을 하기도 한다. 친환경 가게 ‘착한살림’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고자 만들어졌다고 하니, 모두가 ‘순환’을 중시하는 백목사의 가치관을 엿보게 한다. 자연학교에서는 방학과 주말에 도시아이들을 초청해 생태관련 프로그램을 열어준다. 자연이 바로 교과서가 된다.

“시골에 와보니 자연과 생태를 통해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를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어요. 환경운동 이전에 이것이 바로 생명운동이자 신앙운동인지 모르죠.”

그가 교회를 통해 꿈꾸는 세상은 바로 공동체의 회복이다. “교회가 마을에서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봐요. 농촌마을은 정도 있고, 공기도 좋지만 정작 문화시설이 없다보니 귀농이나 귀촌을 꺼리게 되죠. 최근에 미용을 하는 교인이 이곳에 터를 잡았죠. 조만간 번듯하지는 않더라도 미용실이 생길 수 있고, 마을에 빵집도 만들어져야죠.”



대전신학대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난 청년 교인들은 이제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이곳에 온다. 처음에 시골로 교회를 옮긴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만류했다. 그러면 교인들이 누가 오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충성도 높은 교인들은 모두 그를 따랐다. 지금은 청주에 살고 있는 교인이 절반, 호정 2구 사람들이 절반이다.

그가 처음 이곳에 교회를 짓기로 결심했을 때만해도 호정 2구는 10가구 정도가 살았다. 지금은 마을이 30가구 정도 된다. 교인들이 2000평 땅을 사 10가구로 나눠 공동체를 이룬 것은 늙어가는 마을에 생기를 더했다. 최근 1집이 더 들어와 교인 11가정이 살고 있다.

그래서 쌍샘자연교회는 이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마을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100평 정도 땅은 확보돼 있고, 건축이 문제다. 이를 위해 지인들과 쌍샘자연교회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일을 벌인다.
5월 19일 마을도서관 기공식 때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가 기부경연을 오후 4시부터 하기로 했고, 이어 과거 ‘노래마을’에 활동했던 가수 이지상씨가 공연을 연다. 마을도서관은 전문생태도서관으로 약 3000권의 환경전문서적이 이미 마련돼 있다.


“건물은 천천히 건축하면 돼요. 처음엔 이곳에 터 밖에 없었지만 교회가 생기고, 교실과 가게, 공방이 생겨났죠.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면 다 되더라고요.” 쌍샘자연교회는 마을도서관 개관이후 대안학교를 구상 중이다. “대안학교는 이곳에 뿌리 내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호정 2구에서 청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8번 있다. 최근 아스팔트 진입도로가 놓였지만 그전까지는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였다. “10년 전에 왔다가 질척거린다고 교회에 들어오지도 않다가 몇 년 전 다시 온 교인도 있어요.(웃음)” 쌍쌤자연교회는 제 모습 그대로, 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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