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 없다…2년 지나면 실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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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전환 없다…2년 지나면 실직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4.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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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인건비제 한계에 정규 채용 못해…비정규직 비율 높아져 ‘딜레마’
충북도 10%․ 청주시 22%…서울시 ‘전환’발표에 “사정 다르다”난색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책 들어보니

김미영(가명·30)씨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2007년부터 전공을 살려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 일했다. 그의 신분은 비정규직이었다. 기간제 근무자로 1년마다 계약을 했다. 주 8시간 도서관에서 대출 업무를 봤지만 월급은 100만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근무 시간당 월급을 받기 때문에 편차는 있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했고, 1년을 쉬었다. 2007년 통과된 비정규직법에 의해 2년 이상 상시 지속가능한 업무를 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김씨는 이를 적용받지 못했다. 다만 도서관측으로부터 2년을 넘으면 더 일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김씨는 그런 줄만 알았다.

“동기들도 다 그렇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사서직 공무원을 더 이상 뽑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김씨는 이것이 부당해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대응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김씨는 다시 2010년부터 2011년 2년 동안 도서관에서 같은 근무를 한 후 올해 3월 서울에 있는 대학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향을 떠나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신분은 여전히 계약직이다.

청주시는 2003년 청주시립정보도서관이 생길 때 사서직 공무원을 채용한 이후 더 이상의 정규직 충원이 없었다. 그래서 청주시에 있는 5개의 시립도서관에는 사서직 공무원이 36명, 기간제 근무자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운 비율이다.

▲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가고 있지만 뽀족한 대책이 없다. 청주시내 도서관의 경우 기간제 근무자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 정규직 전환 걸림돌

그렇다면 김씨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총액인건비제에 걸리기 때문이다. 총액인건비제는 행안부에서 인건비 총액을 정해주는 것인데, 무기계약직은 공무원 인건비와 함께 이에 포함된다. 무기계약직이란 계약기간에 대해 기한이 정해지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신분 보장을 받는 정규직으로 보면 된다.

반면 비정규직(기간제) 근무자는 지방비에서 비용이 지출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에서 신규채용대신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간제 근무자는 부서장의 판단아래 채용된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정해진 자리가 있고 총액인건비에 묶여있어 더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지자체의 일관된 입장이다.

청주시, 정규직 전환에 연 20억원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기간제 근무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해 노동계에서는 파장이 일었다. 이는 5월 1일부터 적용되며 서울시 비정규직 근무자 2916명 가운데 1054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단계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근무자에 대해서는 조만간 2단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전환대상자에게는 호봉제(1~33호봉)를 도입하고, 장기근속자 우대로 고용 안정과 고용의 질을 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예산인력 운용상의 이유 등으로 2년 이내 단기 고용된 노동자들을 올해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한다”는 지침을 기초자치단체로 내려 보냈다. 따라서 담당자들은 부랴부랴 4월 25일까지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고 대책까지 보고해야 한다.

충북도의 정원은 2970명(1월 1일 기준)이다. 현재 무기계약직은 159명, 기간제 근무자는 300명(2012년 3월 기준)이다.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정규직화 됐다고 따지면 충북도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10.1%다.

충북도는 2007년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면서 당시 2년 이상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한 기간제 근무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됐다. 이후 2008년에 25명, 2009년에 2명이 전환됐다. 이후론 전환이 없었다.

충북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에 재정 형편에 맞게 무기계약직 전환을 고려할 것이다. 3년 단위 연차계획을 세울 예정인데 상여금, 복지포인트 지급 등은 올해 안에 실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답했다.

“예산없는 정부 지침은 횡포”

청주시의 경우는 정원이 1740명이다. 이 가운데 무기계약직은 139명이고, 기간제 근무자는 398명이다. 청주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22.8%다. 청주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서울시와 청주시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재정자립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추가 재원은 지방비에서 투입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거나 공무원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밖에 안 난다.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침은 내려 보냈지만 이에 따른 예산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청주시의 경우 현재 기간제 근무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연간 약 20억원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 부담은 현재까지는 지자체의 몫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0~2세 영유아 복지 예산도 재정이 바닥날 위기인데 비정규직 부문마저 지자체가 해결하라는 것은 중앙정부의 횡포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 충북본부 이근원 조직국장은 “지난 98년부터 2000년 사이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외주화, 민간위탁으로 인원이 감축됐다. 당시 실직자가 14만명이었다. 그것을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이 채웠다. 또 행정에서는 비정규직화가 확산됐다. 이제는 원죄를 갚아야 한다. 이번 서울시의 결단이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선도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고용안정에 따른 가치 창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노동의 강도 비교 등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서울시처럼 연구용역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시행해야 민간 기업들에게도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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