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구도를 탄(歎)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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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구도를 탄(歎)함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2.05.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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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편집국장

4·11 총선에서는 투표 독려운동이 허용됐다.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겠다느니’ ‘긴 머리를 자르겠다느니’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벤트를 약속했지만 솔직히 기대는 크지 않았다. 낮은 투표율을 흔히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 탓으로 돌려버리기 일쑤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본원인은 갈수록 고착화되는 양당독주와 지역구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총선 정당별 의석수를 보자. 이번 총선에서는 전체 300석 중 개표일을 기준으로 새누리당(152석)과 민주통합당(127석)이 279석을 얻어 무려 93%를 독차지했다.

통합진보당이 13석으로 약진했지만 18대 당시 18석이었던 자유선진당은 5석으로 무너졌고 14석을 얻었던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 흡수되거나 소멸됐다. 무엇보다도 25석이나 됐던 무소속이 3석으로 줄었다. 무소속 당선자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양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 출마한 인사 가운데 생환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153석)과 민주당(81석)이 차지한 의석은 78.2%였다.

정당투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42.3%), 민주통합당(36.8%)이 79.1%를 차지했고, 통합진보당이 10.3%로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자유선진당 3.4%, 기독당 1.2%, 진보신당은 1.1%에 머물렀고, 나머지 14개 당은 모두 1%도 얻지 못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정계개편의 한 축이 되겠다던 박세일의 국민생각이 0.7%, 녹색당이 0.5%를 얻은 것만 봐도 표의 쏠림을 실감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을 점하는 정치의 독과점은 탄핵 후폭풍 속에서 야대여소가 만들어진 2004년 이후로 세 차례 연거푸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 영호남 지역구도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과 이를 깨려는 용감한 정치인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옹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도 광주의 이정현, 대구의 김부겸이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그들의 도전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경운기를 타고 단체로 투료를 하러가는 시골의 투표율이 높고 대도시의 투표율이 극히 낮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국에 따라 여야의 균형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투표율이 상승세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서울지역의 20대 투표율은 64.1%로, 전국의 20대 평균 45%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전체 투표율 54.2%에 비해서도 10%나 높았다. 이를 두고 ‘감동의 투표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총선구도가 이렇게 양당의 독주와 지역구도로 굳어지는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은 사실상 ‘사천(私薦)’에 가까웠다. 그 결과로 상당수 지역구에서 총선기간 내내 정책보다는 후보검증에 매달려야 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당선자의 자질을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은 힘 있는 정당들의 오만을 언제까지 허용할 것인가. 낙천낙선운동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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