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구매층 혹은 사회적 약자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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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구매층 혹은 사회적 약자 ‘두 얼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5.0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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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차원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해
2035년엔 100가구 가운데 34가구가 1인 가구
대한민국 4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
사회적인 안전망 필요해

이제 4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다. 통계청은 지난달 26일 ‘2010~2035 장래가구추계’에서 우리나라 가구구성 변화를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 비율은 25.3%다. 고령화, 결혼 기피, 늦은 결혼 등이 겹쳐 2035년에는 100가구 가운데 34가구가 혼자 살게 된다.

1인 가구는 현재 30대가 19.3%(80만 가구)로 가장 많지만 2035년에는 70대가 19.8%(151만3000가구)로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노령화로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는 2010년 17.8%였지만 2035년 40.5%로 2.9배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족제도 해체 반증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제도의 해체를 반증한다. 3대가 같이 살던 전통적인 가족개념이 70년대 산업화 시대에 깨졌다면 이젠 4인 가족 개념도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2035년에는 1~2인 가족 형태가 주류다.

이에 대해 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1인 생활자는 생활이 불안정하다. 독방형태로 거주하고 수입이 적다보니 임대에 의존한다. 지자체는 1인 가구에 대해 생활형태를 표집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4인 가족 기준의 복지제도가 아닌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드미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여성들이 취업과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혼을 늦추게 됐다. 사회는 여성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으면서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을 ‘골드미스’부르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

결혼시장에서 빗겨간 사람들

허교수는 “20대는 경제력을 갖추지 못해 결혼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능력을 쌓은 여성들은 나이가 많다는 편견 때문에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한다. 사회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이혼율이 증가하는 것이 한국사회다. 중요한 것은 1인가구들의 연대체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동체인식이 확산되기 위한 사회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처럼 복지와 커뮤니티가 함께 이뤄지는 독신자아파트가 생겨나는 것도 대안이다. 1인 가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커뮤니티가 약하기 때문에 외톨이가 되기 쉽고, 직장을 잃는다면 사회적인 관계마저 없어진다.

황미영 청소년종합지원센터장은 “독신자지원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이마저도 노인단독세대들의 문제로만 인식되고 있다. 노인정책의 일부로 접근하고 있지 단독세대 별도의 지원책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인 가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한부모 가정, 싱글맘(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갖는 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환기돼야 한다. 허교수는 “국가나 지자체는 이들은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을 고민해야 하며 지역의 복지단체들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이선희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상담소장
“장애인 1인 가구 자립 자체가 힘들다”

이선희 소장(43)은 뇌병변 장애 2급으로 혼자 산다. 9년 동안 충북여성장애인연대에서 일했다. 일을 하면 월급 110만원을 받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장애등급에 따라 연금을 받는다. 이름만 연금이지 이씨의 경우라면 월 15만원 밖에 못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50여만을 받게 되지만 개인의 재산과 부모의 재산이 없을 경우 등 복잡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제도 자체가 참 애매하다. 장애인 연금을 받으면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을 하고 있으면 일반인과 똑같이 여겨진다.

이소장은 얼마 전 치과치료를 받았다. 치과진료비가 700만원이나 나왔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치과보험을 들 수가 없었다. 또 의료실비보험도 여러 군데를 알아봤지만 다 퇴짜를 맞았다. 이소장은 “기차나 비행기를 탈 때 장애인 할인을 받는 정도 뿐, 장애인이라고 해서 체감되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혼자 산다고 돈이 적게 드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생활비가 100만원 가까이 든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고작 20~30만원 저축하는 게 전부다. 연금이 있냐고 묻자 “국민연금 밖에 없다.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립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당장 몸이 불편해 위험한 일이 생길 때 대처를 못할 까봐 두렵다. 집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게 있으면 맘이 편할 것 같다.”이소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싱글수당’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에 가보니…1인 가구를 겨냥하라
‘싱글족 마케팅’ 야채 980원 봉지부터 소형 전기밥솥, 세탁기까지

지역의 한 대형마트에 가보니 소형 밥솥부터 세탁기, 심지어 소형 전자레인지까지 등장했다.

가족이 없고 경제력을 갖춘 1인 가구는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른바 싱글족 산업규모가 2010년에 이미 8조원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의식주 전반에서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예를 들어 소형 아파트의 인기와 전세대란도 그 일환이다.

또 대형마트들은 소용량, 소포장 제품을 통해 한 끼 먹고 끝낼 수 있는 상품들을 몇 년 전부터 내놓았다. 지역의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채소는 980만원 균일가, 생선 1/4토막, 김밥 한줄 등 1인 가구를 위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환경을 통해 굳이 마트에 가지 않더라도 손쉬운 구매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싱글족들의 지갑이 얇아진다. 어린이날에는 ‘고모를 위한 마케팅’, ‘이모를 위한 마케팅’이 왕왕 벌어지고 어버이날에는 결혼을 한 형제들보다는 경제력을 갖춘 싱글족들의 지갑이 열릴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 가보면 싱글족들을 위한 가전제품도 눈에 띈다. 일명 ‘자취용 밥솥’으로 불리는 3~4인용 소형밥솥부터 소형 냉장고, 소형 커피메이커, 소형 세탁기, 소형 전자레인지 등이 등장했다. 공간성과 편리성을 살린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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