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4군 통합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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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4군 통합이 다른 이유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2.05.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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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 대표

평소 언행이 신중한 홍성열 증평군수가 화(禍)를 쏟아냈다. 임각수 괴산군수의 괴산·증평 통합 주장에 대해 “통합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4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직접 발언대에 섰다. 경력이나 나이로 선배(?) 단체장이지만 작심한 듯 임 군수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임 군수는 지난 2일 통합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튿날엔 청주에서 열린 청주청원통합군민협의회 정기회의를 참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현장을 보기 위해 왔다”고 일갈했다. 통합 절대반대 입장인 증평군의 단체장 입장에서는 심히 불쾌한 행보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이에앞서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행개위)는 1일 진천군을 시작으로 음성군, 괴산군, 증평군에서 시·군 통합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돼 양측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진천군에서는 음성군과의 통합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증평군도 홍 군수와 사회단체 대표들이 괴산군과의 통합을 극력 반대했다는 것.

행정구역 개편은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라는 대명제 아래 역대 정부가 추진코자 했던 국정과제다. 현 정부는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11년초 출범한 ‘행개위’로 하여금 올해 6월 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다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14년에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충북에서는 청주·청원 통합은 자체적으로 추진토록 하고 중부4군 통합을 위해 음성-진천, 괴산-증평 주민들로부터 기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청주·청원 통합은 지난 18년간 3차례의 시도를 통해 그 내용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진 상황이다.

물론 2차례 주민투표가 청원군의 반대로 통합무산 됐지만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항상 60% 이상의 군민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올해 4번째 시험대에 오르게 됐고 민간통합협의회를 통해 사전 합의서를 작성하는등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부4군은 각각 개별적인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정이 영 다르다. 다만 인구규모가 큰 지역에서 흡수통합에 따른 이익을 고려해 행정구역 통합을 일방 주장하는 형국이다. 특히 괴산-증평은 과거 한지붕 아래였지만 증평읍의 불만이 커지면서 증평출장소로 독립하고 증평군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지역을 대상으로 통합 여론조사를 해보니 지난 2009년 무려 91.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행정체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이 시급하다 해도 일거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구조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90%가 넘는 반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논리와 설득과정이 필요하다. 나홀로 일방적인 구애만 하는 것은 시쳇말로 개념이 없거나 원맨쇼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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