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안 먹고 호주산 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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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안 먹고 호주산 먹으면 되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5.17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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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지난 2008년을 기억하는가. 광우병 발병우려가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믿을 수 없는 먹을거리를 국민에게 먹이겠다는 정부를 향해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청주에서도 도청을 막고 사창사거리까지 약 5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행렬이 이어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떤 사안보다도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뜨거웠다. 촛불행렬이 장관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런데 2012년 5월, 광우병이 발병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검역만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일간지 보도를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미국으로 현지조사단도 파견했다. 미국 광우병 파문으로 현지 조사를 떠났던 우리나라의 조사단이 지난 11일 12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의 결론은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비정형이었다는 것.

그러자 11일 바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현지조사 및 전문가 검토 결과,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쇠고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감안해 검역강화 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수입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 이상 말 바꾸기 하는 정부를 믿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현지 조사단에는 광우병 문제를 밝힐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았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현지 농장 조사도 제외됐다.

그래서 조사단은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미국까지 가서 해 외화낭비만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청주에서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5월 첫째 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중앙로 입구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어째 예전만큼 반응이 오지 않는다.

한 생협단체 대표는 “소비자들이 이제 미국산 소고기 안 먹고 호주산 먹으면 된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대책위가 꾸려지고 시민단체들이 총망라돼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제는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세력이 지고, 또 최근 통합진보당 분열 사태를 보면서 희망의 촛불이 꺼진 걸까.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에서 벌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는 파업 100일을 넘긴 MBC노조도 참여하고, 민주노총이 마련한 쌍용차 분향소도 설치돼 있다. 그만큼 긴박한 사안들이 많지만, 충격도 여러 번 받으면 무감각해지나보다.

MB정부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갈등을 안겨주었고,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문제는 도대체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산 안 먹고 호주산은 괜찮아’라는 합리화 대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향해 우리는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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