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선거 하나”…지역민심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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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선거 하나”…지역민심 뒤숭숭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2.05.31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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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식 의원 소환조사… 선거에 지친 시민들 ‘노파심’

▲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수천 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윤진식 의원.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윤진식(새누리·충주) 국회의원이 최근 피의자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충주지역 분위기가 계속해서 뒤숭숭하다.

재보궐선거가 유난히 많이 치러진 탓에 자칫 이번 일이 재선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또 윤진식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벌여놓은 크고 작은 현안사업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최운식 부장검사)은 유동천(72)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윤진식 국회의원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윤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6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초 유 회장으로부터 윤 의원에게 2000만~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자금은 2010년 7·28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윤 의원이 충주에 출마해 당선됐을 무렵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의원의 진술 등을 토대로 검토를 마친 뒤 사법처리를 정할 방침이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초 4·11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총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였다.

윤 의원이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때도 유 회장이 윤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시기가 대통령 정책실장 퇴임 이후라는 점과 유 회장이 돈을 건네며 인사로비나 수사무마 등 구체적인 청탁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역정가는 예측했다.

당시 윤 의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나온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중재위 제소 등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4년부터 재보선만 4번

따라서 대부분의 언론은 당시 검찰이 윤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점과 보강수사가 필요한 탓인지 윤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시민들 머릿속에 이 문제는 점차 잊혀져갔고, 선거기간 공방을 벌인 여야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윤 의원이 최근 피의자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잦은 선거로 인해 예산낭비는 둘째 치고 지쳐있기 때문이다.

충주는 유난히 재보궐선거가 많은 지역이다. 2004년 당시 이시종 충주시장이 총선에 출마하면서 시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같은 해 6월 5일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한창희 후보가 당선돼 2년여의 잔여임기를 마쳤다.

이후 한 시장은 2006년 5월 31일 치러진 충주시장 선거에 당선돼 취임했지만 출입기자에게 촌지를 전달한 혐의로 임기를 3개월도 수행하지 못한 채 대법원에게 당선무효형을 확정받고 낙마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25일 치러진 충주시장 재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호복 후보가 당선돼 남은 3년 8개월여의 임기를 마쳤다.

2010년에는 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그만두고 6·2지방선거 도지사로 출마하면서 7·28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가 당선됐다.

여기에 우건도 충주시장이 지난해 7월 28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고 시장직을 상실함에 따라 같은 해 10월 26일 재선거가 치러졌다.

2004년 이후 4번의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것이며, 대선(2007)과 총선(2004, 2008, 2012), 지방선거(2006, 2010)까지 합하면 10번의 선거가 있었던 셈이다. 충주시민이 지치는 이유다.

검찰 수사 향배 관심

시민 황모씨(41·충주시 용산동)는 “윤 의원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재선거였다”며 “윤 의원 자신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말한 만큼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 홍모씨(40·충주시 교현동)도 “2004년 이후 재보궐선거만 4번을 치르면서 시민들이 지치고 분열됐다”며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이상의 시민분열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통해 “검찰이 윤진식 의원을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는 것은 윤 의원의 혐의사실을 확인했다는 뜻”이라며 공세를 폈고,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민주당이 여론을 호도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의식한 듯 지인들에게 “저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 유 회장을 20년 넘게 만나지 않았고, 전화 한 통화 한 적도 없다. 검찰에서 저의 결백함을 거듭 밝혔다. 음해와 모함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보좌진들에게 혐의사실이 없는 만큼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일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윤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국회에 있는 인력을 대거 보강해 철도, 경제자유구역문제 등 현안사업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보좌진들에게 혐의사실이 없는 만큼 흔들리지 말고 제자리에서 일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윤 의원이 시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7·28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선거비용 초과지출 논란이 일어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따라서 불법 정치자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의원에 대한 검찰수사의 향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역정가와 시민 모두의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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