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농고, 고교 평준화 디딤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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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농고, 고교 평준화 디딤돌 되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2.07.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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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계고 전환 앞두고 “성적지상주의·서열화 탈피” 여론 점화… “시기상조” 주장도

▲ 충주농고의 일반계고 전환을 계기로 지역의 고교 평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청리뷰DB
충주농업고등학교가 일반계고교로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충주지역에서 고교 평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주를 제외한 도내 모든 시·군에서 비평준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명문고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평준화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충주농고(교장 유환일)가 내년부터 교명을 국원고등학교로 바꾸고 일반계 고교로 탄생된다.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이 학교에 대한 2013학년도 운영체제 및 학과 개편과 교명변경을 최종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충주농고는 내년부터 농업계열 특성화고교에서 일반고교로 운영체제가 개편된다. 학급 수는 학년 당 6개 학급이 설치되며, 남녀공학으로 신입생 180명을 모집한다. 현재 1, 2학년 재학생들은 기존 농업계열 특성화고교로서 교육과정을 변동 없이 이수하게 된다.

충주농고는 지난 2009년 동문회를 중심으로 ‘충주농고 일반계고 전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반고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일반고 전환의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특성화고 통폐합의 위기감과 농업계열 특성화고의 경쟁력 상실, 졸업생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때문이다.

이에 따라 충주지역은 충주농고의 일반계고 전환으로 충주고, 충주여고, 중산고, 대원고, 예성여고, 주덕고, 충원고의 7개 고교 일반고에서 8개로 늘게 됐다.

우수학생 없는 비평준화 ‘무색’

유환일 교장은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을 준비한다. 일반고와 교육과정 자체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기숙사를 신축하고 기숙형공립고등학교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 교장은 이번 일반계고 전환이 충주지역 고교 평준화에 디딤돌이 될 것이란 의견을 개진했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 회자됐던 고교평준화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의견은 각 학교 동문회 및 학부모, 학생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충주농고의 일반계고 전환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병국 서충주농협 조합장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김 조합장은 현재 제천과 연대한 평준화 추진 계획을 구상 중이다.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황모씨(42·충주시 용산동)는 “성적지상주의와 서열화로 초등학교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제는 충주지역도 청주나 대도시처럼 고교평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우수학생을 영입하고 있는 학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완호 충주고 교장은 “학교 운영입장은 평준화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명문고교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평준화는 아직 시기상조다. 비평준화가 해제되어 평준화가 되면 우수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더 갈 것이다. 우리 학교는 현재 공립형 자율학교를 추진하고 있고, 만약 충주지역이 평준화가 된다면 먼저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도교육청 “지역민 입장 따를 것”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충주고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로 통했다. 한해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 수가 30명대에 달했고, 다른 명문대에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합격했다. 충주지역 우수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충주고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충주고에서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 수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오지 않을 뿐 아니라 충주지역의 우수학생들도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비평준화를 하고 있지만 우수학생이 몰리는 않는 것이다.

도 교육청은 이와 관련, 지역민들의 입장에 따를 계획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도 교육청에서 평준화여부를 결정하고, 교과부도 평준화 입장”이라며 “하지만 지역민들이 평준화를 원하지 않으면 비평준화로 간다”고 했다.

결국 지역민들의 입장에 따라 교육정책이 결정되는 가운데 어떤 길이 참교육을 위한 것인지,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우수 지역인재 양성을 위하는 것인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인터뷰

“고교 평준화가 비평준화보다 더 교육적”
“학력 하향화 주장 근거없어…수능 성적도 더 높아
우수인재 양성 위해서는 학교 간 경쟁이 더 효과적”

강상진 연세대 교수 인터뷰

고교평준화와 비평준화가 충주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충주는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지 않은 지역이다. 도 교육청은 충주가 언제부터 비평준화제도를 시행했는지 모르고 있다. 청주가 1979년부터 고교평준화를 한 만큼 충주는 그 이전부터 비평준화를 실시해오지 않았냐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막연히 비평준화가 명문고교를 만든다는 기대감은 지역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다. 청주를 제외한 도내 모든 시·군이 비평준화를 하고 있지만 명문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교평준화를 실현해 학교 간 경쟁을 붙이는 것이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지름길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세대학교 강상진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학업성취도, 학생만족도, 자아존중감이 높고 사교육비, 입시스트레스 등이 적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의 이런 주장은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강 교수 등이 2005년 발표한 ‘고교 평준화 정책 효과의 실증분석 연구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이 비평준화보다 평준화에서 학업성취도가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

이 자료는 연구목적인 고교평준화 정책의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국 일반계 고교 121곳, 중학교 195곳을 선정해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상대로 조사됐다.

국어·외국어·수리영역에서 평준화 지역 학교가 3가지 모든 영역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강 교수는 충청리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평준화가 학력하향화를 초래한다는 내용의 연구가 근거 없음이, 비평준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설득력이 없음이 나타난 것”이라며 “2010년까지 수능을 비교해도 평준화지역이 더 높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타인을 기준으로 자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학생의 정의적 특성 행동발달이 중요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비평준화 제도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왜곡된 방향으로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학업 및 대인관계 만족도, 문화적 여가활동 역시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평준화에 비해 떨어졌다.

“비평준화, 학생 성장 왜곡 가능성”

무엇보다 입시스트레스가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평준화 지역 학생보다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입시와 관련된 스트레스 요인들에 더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봤다.
강 교수의 연구자료는 교육성과, 교육과정, 학생생활, 사회문제 영역에서 11개 기준을 설정하고, 19개 준거변수에 대한 평준화 정책효과를 제시한 것으로, 그는 충주 같은 중소도시(고교 밀집 지역)는 평준화로 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강 교수는 “평준화 정책이 비평준화 정책보다 교육적으로 더 적합하다. 시내에 일반계 고교가 모여 있다면 평준화를 실시해야 하고, 학교 간 경쟁을 하는 것이 더 낫다. 비평준화를 하면 오히려 학교 간 경쟁이 죽는다”고 역설했다.

충주지역도 이제 충주농고의 일반계고 전환으로 충주고, 충주여고, 중산고, 대원고, 예성여고, 주덕고, 충원고의 7개 고교 일반고에서 8개로 늘게 됐다.

비평준화로 학교 간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명문고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고교평준화와 비평준화 중 어떤 제도가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에 도움이 되는지, 참교육을 실현하는 것인지 실증분석을 토대로 정책토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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