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대형마트 세상이 오겠지만 속도는 늦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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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대형마트 세상이 오겠지만 속도는 늦춰야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2.07.1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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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상권활성화 관리재단의 타운매니저 강용배 씨
성안길과 육거리 생존전략 짠다…“상인보호는 국가의 몫”

지난해 5월 청주시는 육거리시장과 성안길을 묶어 활성화 전략을 짜는 국책시범사업에 선정돼 상권활성화관리재단이 출범했다.

그동안 육거리 시장, 성안길 따로따로 시설 투자사업이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육거리 시장과 성안길을 하나의 상권으로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상권관리기구를 조직하고, 전문가들을 뽑았다.

따라서 상권의 전체적인 유통을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타운매니저라는 직업이 국내 최초로 생겨났다. 국내 타운매니저 1호인 강용배(46)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사다.

그동안 대학 및 국책연구소에서 상권 분석을 해왔고, 대형마트의 의뢰를 받아 마케팅 전략을 짠 것도 여러 번이다. 이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다.

그는 “이미 일본과 유럽, 심지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상권관리기구를 조직해 대형마트에 대항하는 자구책을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전통시장과 인접 상점가를 하나의 구역으로 보고 활성화 대책을 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상권활성화사업에는 서울, 경기, 강원, 부산, 경남, 전북, 충북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5만 5000m²에 123억 20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경영비는 24억 2300만원인데 국비가 100% 지원되고, 시설비로는 98억 97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는 국비와 지방비가 6:4비율이다.

강씨는 “대·중·소 유통업체간 균형발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최종 목적이다. 물론 선진국을 봐도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는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상권활성화협의회가 이미 구성돼 활동을 하고 있다. 성안길 상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달콩’이나 육거리 시장 내 ‘추억의 영화관’에서는 매일 2시 옛 영화들이 상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 사업 외에도 상권 분석을 통해 적절한 처방전을 주는 게 그의 임무다.

“고객의 발길이 끊기는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현재 국민은행 앞 열린 무대를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이끌어내고 이들을 무대에 세울 것이다. 재래시장의 주 고객층이 50~60대, 남주동이 40~50대라면 성안길은 20~30대다. 빈 점포를 임대해 고객들을 끌어들일만한 프로그램을 열어야 한다.”
2014년까지 상권관리기반 사업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놓아야 한다. 이미 연내에 롯데아울렛과 현대백화점이 입점할 계획이다. 재래시장과 성안길 상권이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대형마트는 멤버십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때문에 전 국민이 회원이라고 볼 수 있다. 납품업체를 조르면 덤 행사를 할 수 있고, 하청공장을 통해 PB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유통이 제조가 되고, 또 소도매업까지 장악하고 있다. 결국은 대형마트 세상이 올 것이다.”

사실 시장의 논리, 자본의 논리로 봤을 때 골목을 잠식한 대형마트를 이길 재간은 없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결집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그건 어느 국가든 다 마찬가지다. 대형마트가 밀폐된 공간이라면 시장은 열린 공간이다. 거리를 활용해 이벤트를 벌이고, 또 최근 BC카드사와 협력을 통해 ‘온누리전자상품권’을 발매할 계획이다. 격차가 벌어진 부분은 따라잡고, 또 전통시장과 상점가 본연의 경쟁력을 되찾으면 된다.”

지역상권의 강점을 뭘까. 육거리 시장은 농축산물이 강세이지만 점포수가 너무 많아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다. 대형마트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에서는 품목을 다양화하고, 상권의 변화에 따라 업종을 바꿔야 한다.

시장규모는 대형마트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개별점포의 능력을 키우는 게 곧 상권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인 것이다. 최근 이러한 노력들이 알려져서일까. 빈 점포들이 새 단장을 마치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상권조사를 해보니 주말에 10~20만명이 육거리와 성안길에 오고 있다. 상가들의 물건 정보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어플을 개발 중이다. 할인쿠폰을 발행해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오는 8월 22일에는 중앙공원 앞 빈 건물에 상권활성화관리재단이 둥지를 튼다. 지금은 청주시의회 지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1층에 3개 공간은 임대하고, 2층은 성안길 상인회가 쓴다. 3층은 재단이 쓰고, 동아리 활동장소도 만들 예정이다.

나머지 빈 공간들은 임대사업을 벌인다. 상인대학도 이곳에서 열린다. 그는 지금 대형마트의 시간을 늦추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번 거리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지겹지가 않다”는 그의 손에는 손수 그려 넣은 지도와 상점들의 이름이 빼곡히 표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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