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주호영 위원장은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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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주호영 위원장은 떳떳한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5.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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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 등은 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이달 29일까지인 21대 국회 임기 20여 일을 앞두고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쏟아지는 비판을 못 견디고 출국 하루 전 없던 일로 했다.

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용하·김연명 공동민간자문위원장도 동행키로 했었다. 영국 방문에서 △정치가 연금제도에 주는 영향 △2000년대 초반 노동당 정부의 연금개혁 과정을 살필 예정이다. 스웨덴에서는 △확정기여형(DC) 연금제도의 효과와 운용 방식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유럽 연금제도 현황을 몰라서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인가. 특위 활동 시한 종료를 눈앞에 두고 현황 파악에 나서기로 하다니 국민의 눈이 두렵지도 않았나. 주호영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을 예견하면서도 해외 출장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된다.

주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영국과 스웨덴에 가서 그 나라 연금제도를 볼 뿐 아니라, 최종 의견을 하나로 해서 오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 도저히 합의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출장 기간 중에 끊임없이 서로 주장만 하고 결론을 못 내고 오면, 출장 동기까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출장도 취소하고 연금특위는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에 왔다”고 밝혔다.

출장을 다녀와도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럼에도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출장을 추진한 건 자신들의 노고를 자청해 풀려고 했다는 걸 인정한 꼴이다.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2가지 안을 놓고 선택의 순간을 맞은 상황이다. 지난달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공론화 과정에선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올리는 ‘소득보장안’에 56%가 찬성한 상황이다. 이를 전달 받은 국회는 21대 국회 내에 합의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높이되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40%를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을 절충한 제3의 안을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할 시점이다.
이제와서 연금특위가 해외에서 어떤 혜안을 가져올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2022년 10월부터 특위는 전체회의 12차례, 민간자문위원회 24차례 진행한 것은 무엇인가. 유럽의 제도 현황을 파악하고 현지에서 합의를 시도해 볼 계획이라는 데 진작에 다녀오실 걸 그랬다.

주 위원장은 해외출장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되자 일방적으로 ‘합의 도출 실패’ 기자회견을 발표한 것 아닌가. 남은 기간 더 논의할 수 없는 밝히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이에 맞장구치듯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 문제를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 갈 것과 자신의 임기 내 완수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정부가 구체적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담기지 않은 방안을 국회에 넘긴 것을 공약 이행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공론화위원들이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의견을 근접한 상황에서 22대 국회로 넘겨지게 됐다. 다음 국회가 곧바로 이 논의 결과를 이어받아 최종 합의안을 조기에 도출하지 못한다면 주호영 위원장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어 연금특위 활동을 종료시킨 이유가 드러날 수도 있겠다. 주호영 의원은 22대 국회에도 진출한 만큼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연금개혁 완수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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