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60등까지 방과후 학습 '학부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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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60등까지 방과후 학습 '학부모 반발'
  • 경철수
  • 승인 2011.06.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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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모중학교 6월 들어 성적우수자 심화반 편성 운영
학부모 '학원수업 혼란·학교장 독단·성과내기' 꼬집어

   
▲ 방과후 수준별 학습으로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각에도 학생들이 교정을 떠나지 못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주의 한 중학교가 때 늦은 수준별 방과 후 학교를 시행하면서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학교는 이미 전 학년을 대상으로 1시간씩 방과 후 학교를 운영 중에 있다. 그런데 학기 중인 지난 달 갑자기 흔히 주요과목이라고 하는 영어와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1등부터 100등까지 3개 반을 편성해 일명 방과 후 심화 반을 운영 하겠다'는 학부모 여론수렴을 거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학부모 대부분이 학기 중에 아이들 실력에 따라 학원 등록 등 학사 일정을 미리 짜 놓고 1학기를 보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학교에서 수준별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한다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더욱이 학부모 대다수가 심화 반 운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학교장이 강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사정상 수준별 방과 후 학습에 참여할 수 없다며 직접 학교를 찾아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장이 오후 6시까지 사실상 강제 자율학습을 시키도록 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한 학부모는 "수준별 방과 후 학습을 시키려면 학기 초에 시작하던지 이미 방과 후 학원 수업 등 학사 일정이 짜여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수준별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학교장 개인의 성과내기를 위해서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학교장은 "교직 경험상 방과 후 학교를 일찍 떠난 학생들 중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10여 년 전 충주의 한 여중에서 사교육절감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오후 9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머물게 하며 공부를 시켰던 기억이 있다. 시골 학교라 당시에는 전 과목을 시켰지만 현재 학교는 도심에 있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많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오후 9시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 해 수준별 방과후 학습을 오후 6시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 학교 자율학습 6시까지 하고 있어"
이어 "현재 오후 6시까지 자율학습은 어느 학교나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더욱이 학원 수업은 오후 7시나 되어야 시작하기 때문에 학기 중 새로운 방과 후 학습 시간 변경이 아이들 공부에 혼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중에 가정형편이 좋아 교과목별 개인 지도를 받는 학생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교내에서 5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학생은 학부모가 직접 찾아와 사정을 얘기하면 기존대로 오후 4시30분께 귀가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학교가 뒤늦게 수준별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직제 개편으로 사교육비 절감형 창의경영학교 공모사업이 늦어진 것이다. 당초 3월에 시행되어야 했지만 5월 중에 추진됐고 해당학교가 선정된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형 창의경영학교에 선정되면 연간 9000만원씩 3년 동안 모두 2억 7000만원이란 예산이 지원된다. 아마도 해당학교는 이 같은 보조금을 마다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내에서 지난해 3월부터 추진된 창의경영학교는 학력 향상형(58개교), 교육과정 혁신형(13개교), 자율형 학교(3개교), 사교육비 절감형(33개교) 학교 등 모두 107개교가 선정되어 운영 중이다. 특히 107개교 중 5개 학교는 중복 선정되어 실제는 103개교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학교 한 부모는 "3학년 정도 되면 누가 옆에서 하라고 붙들어 놓는다고 해서 공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빗나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더욱이 상위권 학생은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학교장이 뭔가 잘 못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학부모 3분이2 방과후 학습 반대"
학교장은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사교육비를 절약하면서 영, 수 과목 지도를 받으라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하루 8만원씩 주 40만원, 한 달이면 최고 160만원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방과 후 학습 지도에 대해 영, 수 교과목 이외의 교사들이 아쉬워하거나 일부 못마땅한 기류가 형성되어 안팎으로 힘든 상황이다. 1∼2학년 학부모들은 문제를 삼지 않는데 유독 3학년 학부모들만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려 들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우리학교 300여명 학생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수준별 방과 후 학습(심화반) 운영에 대한 여론수렴을 들은 듯하다"며 "이 중 100여명이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 의견을 낸 듯하다. 그래서 1등부터 100등까지 실력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반 편성에 어려움이 있을 듯 해 사전 테스트를 통해 20명씩 3개 반을 학년별로 꾸려 6월초부터 일명 심화 반으로 운영 중에 있다. 아이들이 현재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고 자신이 어느 위치에서 공부하고 싶은지를 물어서 결정한 것이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학사일정 운영은 학교장의 재량이다"며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심화 반 편성 운영을 찬성하는 입장의 학부모들은 아마도 반대 입장의 학부모들이 오히려 못마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학부모는 "300여명의 학생 중 100여명의 학생 학부모만 찬성했다면 대다수의 학부모가 학기 중 수준별 방과 후 학습 운영을 반대했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성적이 좋지 않아 심화 반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이 들러리 서는 기분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 학부모들 대부분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굳이 강제 자율학습을 오후 6시까지 하도록 해 혼란을 주는 것은 학습권 침해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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