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널뛰기 평가'에 멀미나는 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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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널뛰기 평가'에 멀미나는 국립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9.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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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우수대학 선정하더니 갑자기 구조개혁 추진대상 웬말"
부당한 평가지표에 반발… "총장 임명제·법인화 수순"지적도

▲ 26일 오후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5층 회의실에서 단과대학장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최근 국립대 구조개혁 중점대학에 선정된것과 관련해 부당한 평가지표를 꼬집고 나섰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대학교는 지난 2008년부터 3년 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었고 2011년에는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에이스 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같은 평가는 모두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한 것이다. 자신들이 우수한 대학이라고 뽑아 놓고 평가 자체를 부정이라도 하듯이 전국 38개 국공립대학 중 충북대를 비롯한 5개교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으로 지정해 발표했다"

"국립대에 총장의 대학운영 성과목표제가 시행된다면 총장은 국립대를 단기적인 양적 성과를 내도록 운영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립대는 보편적 교육이란 공교육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국립대 총장의 대학운영 성과목표제는 국립대 총장의 임명제 또는 간선제처럼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위협하는 위엄한 제도다"

"학장 및 학과장 공모제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대학 현실을 전혀 모르고 대학이 학문 연구기관임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도대체 누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상을 하여 국민들 앞에 내 놓았는지 정책이력을 밝혀야 한다. 대학 사회가 상당수 시장화 되어 있는 미국에서 조차도 학장이나 학과장을 공모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 대학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어처구니없다."

지난 2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충북대, 강원대, 강릉원주대, 군산대, 부산교대 등 5개 국립대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선정 발표했다. 더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앞서 6일 발표한 사립대 구조개혁안에 이은 대학 구조개혁의 밑그림이 일단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도내 대학들은 지역현실을 외면한 평가 결과에 반발해 보직교수들이 전원 사퇴하고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정지원 대학에 포함된 주성대 정상길(65) 총장은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재정지원 대학과 동등한 장학금 혜택 보전 대책을 내 놓았다. 서원대학도 유혜자 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보직교수 전원이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국립대 구조개혁 중점대학에 포함된 충북대학교도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김승택 총장을 제외한 모든 보직교수들이 사퇴했다. 또 26일 오전 교수평의회를 갖는가 하면 오후에는 단과대학장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부당한 평가지표를 꼬집고 나섰다. 이어 28일 오후에는 교수총회를 열고 교과부의 대학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대학, 취업률로 평가하나

그럼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국립대학의 경쟁력 제고'란 미명아래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공무원 위주로 국립대학의 사무국장 및 교대 총무과장이 임명되면서 교과부가 불합리한 대학행정 관행을 묵인하고 새로운 변화 요구에 대응한 구조개혁 추진이 부족하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따라서 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유능한 민간 인사를 영입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학행정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국립대학들은 내심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경쟁을 부채질해 공교육을 무너지게 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평가는 국립대학을 정원 1만 명 이상인 12개 대학과 1만 명 미만인 16개 대학으로 나눠 각각 2개교씩을 '특별관리 대상 대학'으로 지정했다. 충북대와 강원대는 바로 정원 1만 명 이상 대학에 포함됐다. 그런데 해당 대학들은 부당한 평가지표를 지적한다. 평가지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란 것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도세가 약한 대학들은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다.

배후지 산업기반이 약해 구조적으로 취업기회가 적은 충북대와 강원대와 같은 대학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아무리 학사관리와 교육과정을 잘하고 장학금지금 등 학생교육비를 높여도 하위권을 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 같은 대학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오히려 공기업식 경영컨설팅을 통해 재정지원과 학생정원을 감축하고 교수배정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하위권 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 제시하는 총장직선제 폐지(15%)와 학장·학과장 공모제를 도입(10%)하는 것뿐이란 얘기다. 결국 하위 대학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약속하고 학칙을 개정하면 일거에 최상위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은 총장직선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평가의 진짜 목적

오히려 올해 몇몇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해 하위권에서 벗어나면 내년 평가에선 그 다음 몇몇 학교가 하위권이 되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에 대한 불이익이다. 따라서 해마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학장·학과장 외부공모제를 시행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결국 교과부가 바라는 것은 총장 직선제 폐지와 사유화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점은 이번에 국립대 중점 구조개혁 대상에 포함된 대학들이 사립대 하위 15% 대학과는 많은 격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충북대도 국제화 지표<도표)만 조금 떨어질 뿐 취업률은 하위 15% 사립대학에 비해 4년 동안 평균 14.3%나 높았고 재학생 충원율도 올해 100.8%로 하위 사립대학 63.1%에 비해 37.7%나 높았다. 이는 사립대 전체평균 101.3%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국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교과부의 이번 발표는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국립대를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국립대를 더 건실하게 키우고 확대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 국립대 고사(枯死)로 지방 교육여건만 악화시킬 것이다"고 꼬집었다.

충북대학교 오원태 교수회장은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국립대를 살리는 길은 국·사립대를 막론하고 평가하고 수많은 부실 대학 및 비리대학을 선정해 구조 조정하거나 국립대화해 공교육을 OECD 선진국의 격에 맞는 50%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충북대는 공신력 있는 중앙일보 교육여건·재정·개선도 평가에서도 7위 안에 들기도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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