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기득권에 대한 분노
상태바
[박소영 기자의 '무엇'] 기득권에 대한 분노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5.12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 전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스펙논란을 지켜보면서 드는 심정은 우리 사회 초엘리트 층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자녀사랑’은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자문이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부모들이 나서서 ‘진로 찾기’를 해주는 것이 과연 그들만의 능력이었다고 치자.

다 떠나서 이들이 ‘입시사다리’를 자녀에게 놓아주기 위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고 치자. 때로는 이 같은 노력이 ‘입시 성공 노하우’로 포장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게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더 문제다. 한 때는 그 경계가 느슨했고, 지금은 강화됐다는 것도 입시문제에 있어 선악을 분별하기가 어렵다.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쳐도 우리나라 초엘리트로 불리는 일부 기성세대들이 펼친 기발한 자녀사랑에 참으로 한탄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면 대부분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아내가 한 일이라 몰랐다’고 발뺌을 할까.

이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왜 기성세대에 분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는 ‘뻔뻔함’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또 늘 ‘경쟁’을 경험했던 이들은 누군가 ‘반칙’을 했다는 것에 더 화가 날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계급’에서 오는 차이일 뿐인데 왜 이토록 분노하느냐고 묻는다. 과거엔 신분이 나눠져 사람들을 구분했듯이 지금은 돈과 권력이 계급으로 정해지는 데 무엇이 달라졌냐고 묻는다. 청문회 때마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후보들의 기발한 재산증식과 자녀들을 위한 각종 특혜 논란을 보면서 우리사회 초엘리트 층의 ‘관행’으로 묵인되는 도덕적 해이함에 대해 경악하게 된다.

이 같은 얘기를 누군가와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누구도 이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녀문제에 있어 때때로 세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가 ‘비보호 좌회전’의 나라라도 쳐도 더 이상 청문회에서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보호 좌회전이란 어느 사회학자가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인데, 갑자기 바뀐 신호에 적응해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길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 중에 자녀문제, 재산문제에 있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이 왜 이리 없을까. 청문회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