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연구 활성화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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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연구 활성화를 위한 제언
  • 양재혁 베스티안재단 이노베이션센터 실장
  • 승인 2024.07.18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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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질병일까?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노화(old age)에 질병코드 MG2A를 부여했다. 국제질병코드(ICD: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는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하는 국제적인 질병 분류기준이다.

질병, 사망원인, 건강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한다. 1900년에 첫 ICD가 발표되고 약 10년 단위로 개정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전세계의 질병 및 사망통계를 작성하고 분석하는데 사용하며, 의료보험의 청구, 의료연구, 의료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왜 세계보건기구는 노화를 질병으로 보았을까?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논란거리였다.

노화를 단순한 현상으로만 보지 말고 문제로 보고 해결 해보자는 것이다.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노화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 및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노령화 문제가 심화된 국가에서는 노화예방과 치료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물론,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게 된다는 것은 노화 개념의 혼란이라든가, 나이를 기반으로한 사회적 차별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연구개발을 통한 문제해결이 사회적으로 더 큰 반향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진시황, 불로장생

노화를 걱정하는 마음은 인류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하다. 진시황의 불로장생의 꿈처럼 말이다.

노화에 대한 연구개발측면에서의 정의를 살펴보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의 전문가들은 ‘노화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명체의 기능이 떨어지며, 생명력, 생식력 또한 감소하면서 종국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생물학적인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화를 여러가지 질병의 선행질환으로 볼 수 있는데, 노화는 자가면역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암, 치매, 인지기능저하, 면역 노쇠, 당뇨 등에서 실질적인 선행질환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법령에 명시된 노인성 질병은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로 살펴보면, 치매, 뇌졸증, 파킨슨병 등 뇌 관련 질환이 대다수이며, ‘노인복지법 시행령’에서는 노인성 질환의 범위로 안질환, 무릎관절증, 전립선질환으로 명시한다.

서울대 헬스케어융합학과 김상윤 교수는 ‘노인성 질환은 인간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형성된 결과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조절과 관리라는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절’은 무증상단계의 노인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해당증상이 발현되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늦추는 것을 말하며, ‘관리’는 질병자체의 치료가 어려운 상태에서 합병증 예방에 힘쓰고, 환자와 보호자가 더 나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조절’과 ‘관리’ 분야는 무엇보다도 병원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연구 활성화를 위해서 거대담론을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가칭)국립노화연구소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조절과 관리

노화 전문가들은 이렇게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노화과학에 대한 연구수행은 주로 노인성 질환을 중심으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 원천 기술 확보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논의 된 것이 바로 (가칭)국립노화연구소를 설립하자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지난 2022년 구회입법조사처에서는 2022 사회문화조사실 장기과제 보고서로서 ‘초고령사회 대비 국립노화기관 설치 필요성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는 노화에 대한 종적(longitudinal)연구를 통해서 큰 성과를 이룬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NIA는 미국 복지부산하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소 중 하나로, 미국 연방의회주도로 1974년에 설립되었다. NIA의 기능과 목적은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 사회 및 형태 연구, 훈련, 건강정보 보급, 노화 프로세스와 질병 및 티가 특수문제와 노인의 욕구에 관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보다 앞서 노인인구가 7% 인 고령화사회 진입시점인, 1972년 동경도립노화연구소(Tokyo Metropolitan Institute of Gerontology: TMIG)를 설립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노화에 대한 종적관찰연구를 통해서 자연과학, 사회과학, 의학, 공학, 생태학, 인문학 등이 함께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노화로 인한 만성 퇴행성 질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할 때가 됐다.

두번째로 앞서 이야기한 노인성 질병 케어시스템 측면에서의 ‘조절’과 ‘관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병원들의 참여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충청북도가 진행중인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특구도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초고령화 시대의 노인성 질병의 조절과 관리의 주체인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지자체가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2023년 9월부터 페이스북 사이트를 통해서 노화연구모임(Aging Research Meeting)이라는 과학자 기반 학술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 노화연구모임은 주로 국내외 산업체와 학계에서 노화 연구에 관심을 가지신 분, 그리고 활발히 기초 노화 연구를 하시는 분, 그리고 노화관련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시는 분들이 모여 매달 학술 세미나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학술 토론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모임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것은 한국의 기초 노화연구 및 노화관련 질병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연구자의 자발적인 노력에 앞서 말한 국립노화연구소, 노화에 대한 병원들의 참여와 같은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가 함께 논의가 된다면, 노화로 인한 많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해결하는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양재혁: 

충북 오송에서 신약 개발 관련 전문가들의 학술 토론 모임인 '혁신신약살롱 오송'을 이끄는 제1마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장을 지냈고 현재는 오송에 위치한 화상전문병원 및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는 베스티안재단의 이노베이션센터 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한 오송바이오헬스협의회 관리이사직과 바이오헬스 분야의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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