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미닫이문에 돗자리가 깔린 북카페의 은은한 불빛 아래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았다. 충북문화관 주위의 작은 숲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 풍경 속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나왔다.
▲ 충북문화관에 지역 귀명창들을 초대해 잊혀진 충청의 소리, 중고제의 부활을 알렸다. |
조동언 명창의 중고제에 대한 설명 후 중고제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소리가 이어졌다. 판소리 이야기꾼으로도 알려져 있는 조 명창이 관객과 소리꾼을 오가며 분위기를 돋구면, 관객은 연신 “얼씨구”“잘한다”“좋다” 추임새를 넣으며 귀명창의 역할을 다했다.
국악인 송문선 씨가 ‘비나리’를 시작으로 중고제의 가풍이 녹아 있는 ‘전태용제 창부타령’을 선보였다. 첫소리를 평평하게 시작해 중간음을 높이고 끝을 다시 낮춰 끊는 특징을 주목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다.
이소연 씨는 ‘박봉술제 수궁가’의 일부 대목들을 통해 동편제 안에 스며 있는 중고제의 맛을 알렸다. 창극과 뮤지컬 등 여러 장르에서 경험을 쌓은 단단하고 감각적인 소리에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조 명창은 마지막 중고제 명창으로 불린 심화영·심정순 등이 이어온 맥이 끊긴 것에 대한 안타까움 못지않게 제자들이 중고제 소리의 습성을 잘 살려낼 것에 대한 믿음이 크다. 중고제 부활을 위한 노력을 축제의 장으로 여기는 이유다.
잘 알려진 서편제와 동편제는 섬진강을 중심으로 구분되며, 경기도와 충청도 지방에서 일어난 판소리 유파인 중고제가 우리지역의 소리다. 남도소리처럼 기교가 있지는 않으나 소박하고 깊이가 있다는 것이 전해지는 평이다.
▲ 조동언 명창 |
조 명창은 “중고제가 가진 특색을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보는 것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우리의 느긋한 품성에 맞는 소리인 중고제의 부활은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편제 동편제의 전승과 함께 ‘사라진 중고제를 복원 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는 커다란 관심사이자 과제다.
중고제를 알리기 위해 국악인들과 시민을 초대하는 이번 행사는 그린플러스 아트컴퍼니가 후원했다. 지역 예술의 맥을 잇는 자리를 마련하고 육성하는 것에 어디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시기에 기업의 예술후원은 귀한 일이다. 충북문화관에서 10월 9일부터 4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 저녁, 지역의 소리 중고제와 소리를 즐기는 시민들이 만나는 자리가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