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연구개발자들의 또 다른 선택 ‘탄소복합재’
상태바
의료기기 연구개발자들의 또 다른 선택 ‘탄소복합재’
  • 양재혁 베스티안재단 이노베이션센터 실장
  • 승인 2024.09.06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9일 오송&세종컨퍼런스 회의실 4층에서는‘탄소소재를 적용한 의료기기’를 주제로 첨단의료기기 혁신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과 정밀의료∙의료기기사업단이 주최하고 (사)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와 (재)베스티안재단에서 주관했다.

이번 세미나는 탄소 소재 의료기기 사례를 통해서 성능 우수성과 의료기기분야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서 마련되었다.

탄소 섬유라는 말은 들어 보았을 것 같다. 철보다 5배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하고 내충격성 및 내열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고강도/고탄성 첨단 소재이다. 항공, 우주, 방위산업 및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복합재료를 만드는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탄소섬유만으로는 원하는 재료의 특성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탄소섬유와 수지를 이용하여 탄소섬유 복합재 형태로 활용하게 된다. 탄소복합재는 가볍고 강하고, 탄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여러산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첨단의료기기 혁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첨단의료기기 혁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탄소복합재를 활용하는 의료기기사례를 통해서 탄소복합재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엑스레이촬영시 간섭현상(노이즈)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활용되는 카본 크래들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진단과 동시에 수술이 이루어져야 하는 수술실이다. 즉 즉시 촬영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금속 성분의 크래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카본 크래들이다. 국내에서는 ㈜씨비에이치에서 카본 크래들을 만들고 있어 국내 다수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크래들은 저선량이 방사능을 통해서도 진단이 가능하고, 수술실 내의 의료진의 방사능 피폭도 줄이는 등의 기능적으로 매우 우수한 제품이다. 이러한 특성으로는 치과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치과용 단층촬영을 위한 엑스선 장치에 활용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성으로는 뼈와 물성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한 사례로는 골접합용 판, 골고정재, 추간판 유합보형재, 골수 내 고정막대, 추간체 고정재, 인공 손가락 관절, 인공 안면 아래턱 관절, 두개골 성형재료,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재, 의료용 개창기구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가볍고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수동 및 전동식 휠체어로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탄소소재의 가능성

탄소소재의 가능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탄소소재기반의 고도화된 형태의 탄소나노튜브 의료기기 활용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우리가 많이 활용하고 있는 엑스레이에 사용되는 엑스레이 튜브가 기존의 열전자 기반에서 차세대 방식인 탄소나노튜브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변화에서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제표준에 대한 대응 및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이번 세미나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 복합재사용에 있어서의 문제점 또한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직 대량생산 하기에는 가격이 높다는 점, 소재의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 제조 공정이 복잡하다는 점 등의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 및 의료장비 분야에서 탄소복합재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지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의료기기기업이 탄소소재와 탄소복합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고려할 경우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 볼 만한 기관들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조양현 교수가 첨단의료기기 혁신 세미나에서 '나노 탄소소재를 활용한 심장·혈관 분야 기술개발 동향'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조양현 교수가 첨단의료기기 혁신 세미나에서 '나노 탄소소재를 활용한 심장·혈관 분야 기술개발 동향'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가 있다. 협회는 탄소나노 산업생태계 활성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정책제안, 기술개발 및 상용화 지원 등의 목표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북대내에 설립된 ‘탄소소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탄소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의 접목을 통한 의료기기산업발전을 위해서 설립된 센터로서 탄소소재 의료기기가 연구개발에서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지난 2020년부터 센터는 보건복지부지원으로 ‘탄소소재 생체적합성 의료기기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등 의료기기기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로 시제품만 만들어서는 기업 성장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소재가 의료기기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기기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서 어느 산업보다도 보수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해내는 수고가 따르게 마련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신규 기술개발인 만큼 국내외 특허와 국제표준 선점을 통한 글로벌 인허가에 대한 주도권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빨리 가고자 하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자 하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키워드, 같은 목적을 가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양재혁: 

충북 오송에서 신약 개발 관련 전문가들의 학술 토론 모임인 '혁신신약살롱 오송'을 이끄는 제1마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장을 지냈고 현재는 오송에 위치한 화상전문병원 및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는 베스티안재단의 이노베이션센터 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한 오송바이오헬스협의회 관리이사직과 바이오헬스 분야의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