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문화선진도, 대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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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문화선진도, 대안도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4.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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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예술가 참여기회 없고 전문행정인력 부재 과제
메세나 결연식 늦어지고, 문화포럼도 방향 못 잡아
문화선진도 정책은 지금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우택 지사가 야심차게 제시한 문화선진도 정책은 시작부터 잡음이 일어나거나 아예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문화선진도 정책이 허울뿐인 공약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형식적인 공약 보다는 내실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 정책 입안자부터 진정으로 문화선진도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문화의 달 행사 때 문화헌장 발표를 시작으로, 문화선진도는 출발했다. 당시 문화헌장은 선언적인 의미를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문화예술과 관련한 조례제정으로 정책적인 대안을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문화헌장은 문서로서만 남겨져 있을 뿐, 계획대로 절차를 밟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추진 과제 중 하나였던 도립예술단 창단은 지휘자 선정부터 잡음을 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문제제기로 지휘자의 자격, 당선자와 주무 과장의 친인척관계, 심사위원의 선정과정 중 지역인사 내정설 등이 도마에 올랐다. 현재 도는 예정대로 1순위로 뽑힌 오선준 씨를 도립예술단 지휘자로 임명하고, 창단 절차를 밟고 있다.

   
▲ 지난해 7월 메세나 창립총회가 열렸지만, 아직까지 메세나 결연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늦어도 올 상반기안에 결연식을 가질 계획이지만, 전담부서가 없다보니 종종 문화선진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 사진은 창립총회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메세나 결연식 도대체 언제?
지난해 7월에는 충청북도 메세나협의회가 창립해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캐치프레이즈로 기업과 예술단체와의 결연사업을 약속했다. 충북메세나협의회는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을 협의회장을 선출하고, 청주·진천·충주·음성 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인, 언론사, 병원장, 예술단체장 등 총 27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구체적인 메세나 운동 계획은 예술단체가 도 문화예술과에 신청서 제출→결연 실무 담당자가 기업과의 만남 추진→ 결연식 개최, 언론 공표 후 홍보→예술 활동 전개→ 활동 평가 및 피드백 순이었다.
충북도는 우선 지난해 8월까지 메세나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10월에는 1차 결연식 행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메세나 결연식 행사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충북도 관계자는 “전담부서가 없다보니 일을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또 현재 기업을 5~6군데를 섭외해놨고, 최종 예술단체와의 조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기가 늦어진 데는 10군데를 채워서 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늦어도 올 상반기 안으로 결연식을 가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예술단체들은 “도에서 단체별 관련 자료를 달라서 해서 준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도가 추진하다보니 이러쿵저러쿵 따져 묻지도 못하겠고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답했다.

단체장들로 꾸려진 포럼
문화선진도 정책 가운데 문화예술포럼은 관주도의 다른 정책과 달리 민관주도로 이뤄진다. 충북개발원이 이 일을 주관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창립한 이후, 지난 3월 25일 상반기 첫 포럼을 열었다. 이날 사무국장 추인과 정관개정 및 5개 분과별 운영위원장을 뽑았다.

하지만 이과정중에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포럼 개최여부를 따지는 과반수이상 찬성인지를 놓고 주최 측이 숫자를 제대로 세지 못해 언성이 오갔고, 위원장도 이날 나온 회원들끼리만 모여서 뽑았다. 문화재분과는 참석자가 미미해 아예 선정조차 못했다.
또 정작 발제를 할 때에는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를 비워 이날 포럼의 취지를 무색해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 예술가는 “지역 예술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며 “포럼에 과연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 표출 될 수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는 실제 포럼을 이끌고 갈 운영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운영위원들은 5명의 분야별 분과위원장과 김영회 문화예술포럼 대표가 선임한 4명의 위원들로 구성됐고, 모두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장들이다.

따라서 올해 3번의 포럼이 더 열리지만, 일부 단체장들의 의견교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미래세대인 젊은 예술가들의 설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한 포럼이 될 것이라는 것.

문화선진도 정책의 핵심사항인 문화재단 설립은 4월 9일 첫 자문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자문위원회는 당연직 2명, 사회단체 2명, 문화예술단체 6명, 학계 4명, 여성계(여성포럼, 여성단체협의회)대표 2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했다. 충북도는 올해 안에 발기인 총회를 열어, 정관 및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한 후 내년 상반기 안에 문화재단을 창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도는 2010년까지 문화예술진흥기금 150억 원을 자본금으로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2012년까지 도와 시·군에서 50억 원을 추가 출연해 자본금을 20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민-관 협치 구조를 이루게 될 문화재단이 내년에 설립되지만 그동안 문화예술포럼을 통해 합의구조를 만들어가는 소위 ‘연습’이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또한 포럼의 당초 취지가 문화재단의 정책적인 브레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이러한 문제제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단기간에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삐걱거리는 부분이 많다. 불협화음은 있을 수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며 의견을 밝혔다. 이에 또 다른 인사는 “문화재단이 설립되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실질적인 ‘자리’다툼이 있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인지 예전처럼 예술단체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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